'잘 쓴 글'이라고 인정받는 글의 특징은?

2011. 6. 22. 13:13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상록교회는 우리 집 근처에 있어서 주말에 자주 찾곤 합니다. 저는 비록 상록교회의 신자는 아니지만 상록교회에서 일하는 담임목사님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분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라도 상록교회에 자주 갑니다. 상록교회는 생긴지는 얼마 지나지 않은 개척교회이지만 목사님이 인기가 많아 기독교를 믿는 동네사람들은 대부분 상록교회에 다닙니다.


위 문장에서 어색한 부분을 발견하셨나요? 바로 지나치게 ‘상록교회’라는 단어가 중복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읽다 보면 금방 어색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실제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지나친 중복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글쓰기 실력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는 시대입니다. 특히나 요즘은 대입 논술시험이나 자기소개서 등 긴 글을 조리있게 써야 할 경우가 많은데요. 하지만 글쓰기 훈련이 덜된 사람은 위 글과 같은 중복표현을 남발하거나, 단조로운 글을 쓰기 십상입니다. 표현력이 풍부하고 지루하지 않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유의어와 동의어랍니다. 유의어와 동의어를 잘 활용한다면 읽는 사람에게 지루함을 주지 않으면서 ‘잘 쓴 글’이란 인상을 심어 줄 수가 있는데요.


‘잘 쓴 글’ 유의어와 동의어 사용에 달려 있어

그럼 유의어와 동의어는 무엇일까요? 이 둘의 개념을 정확하게 구분 짓기에는 모호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심지어는 유의어와 동의어가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없지 않아 있는데요. 헷갈리기 쉬운 유의어와 동의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낱말>


유의어(類義語•類意語)
비슷한 뜻을 가진 다른 낱말이다. 다만, 동의어와는 차이가 있는데, 동의어가 거의 같은 뜻을 가진 다른 낱말이라는 것과는 달리 유의어는 뜻은 비슷하나 단어의 성격 등이 다른 상황에 해당하는 것이다. 유의어의 경우, 예를 들어 A와 B가 유의어라고 했을 때 문장에 들어 있는 A를 B로 바꾸면 문맥이 이상해질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바지에 똥을 쌌다. 
     바지에 대변을 쌌다.

위에서 똥과 대변은 의미가 서로 같으나 문맥상 2번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이때, ‘똥’과 ‘대변’은 유의어의 관계에 속한다.


동의어 [ synonym ]
낱말들 사이에서 어형은 다르나 어휘적 뜻이 같거나 비슷한 말을 동의어라고 한다. 완전하게 같은 낱말은 드물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에서 유의어(類義語)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신장과 염통, 책과 서적, 해와 태양 집과 가옥, 사람과 인간 등의 낱말들이다. 패러프레이즈(paraphrase)란 동일한 의미를 나타내는 데 있어서 한 가지 이상의 표현을 얻을 수 있다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동의어의 존재와 관련이 있으며, 촘스키의 변형생성문법에서도 동의어에 대한 이론이 소개되어 있다. 동의어(同義語•同意語, 문화어 : 뜻 같은 말)에 해당되는 같거나 비슷한 뜻을 가진 다른 낱말에 대한 예시는 다음과 같다. 

     아기, 유아 
     학생, 제자 
     구입, 구매 
     예쁜, 아름다운 
     슬픈, 우울한 
     기질, 특성

네이버 어학사전을 검색해 보면, 유의어와 동의어의 뜻은 위와 같습니다. 즉 서로 비슷한 단어는 유의어이고, 의미가 같은 단어는 동의어라는 말인데요. 유의어와 동의어는 함축적 의미와 언어유희가 풍부한 짧은 시를 포함한 수필, 소설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늘’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뜻이 있습니다.

그늘[명사] 

1. 어두운 부분
   •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었다 가자.
   • 햇볕에 서 있지 말고 이쪽 그늘로 와라
2. 의지할 만한 대상의 보호나 혜택
   •  이제는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
3. 밖으로 드러나지 아니한 처지나 환경
   •    그는 언제나 형의 그늘에 묻혀 지냈다.
4.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불행한 상태, 또는 그로 인하여 나타나는 어두운 표정 
   •    얼굴에 그늘이 서리다


[그늘]이라는 단어에는 총 4가지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늘]이라는 단어와 유의어 관계에 있는 단어는 슬하, 응달, 음지 등이 있죠. 

▲ 파란 동그라미 : 유의어 / 빨간 동그라미 : 반의어 / 노란 동그라미 : 그늘의 방언
<이미지 출처 : ㈜낱말>


유의어 동의어가 헷갈린다면 어떻게 구분하면 될까?

동의어에 해당되는 낱말은 심장:염통, 책:서적, 아기:유아, 학생:제자, 구입:구매, 예쁜:아름다운, 슬픈:우울한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본인이 사용한 단어가 동의어인지 아닌지 헷갈릴 때가 있죠. 그럴 때에는 동의어를 구분할 수 있는 검증법을 활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동의어 검증법에는 교체 검증법, 배열 검증법, 동일성 검증법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달리다’와 ‘뛰다’는 주어를 바꾸어 보는 교체 검증법으로 부분 동의어임을 알 수 있고, ‘앞’과 ‘전’은 ‘앞날’과 ‘전날’에서의 의미 차이를 보는 교체 검증법으로 동의어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내’와 ‘개울’은 규모가 더 큰 것을 가리키는 ‘강’과 ‘하천’등을 나열해 보는 배열 검증법으로 동의어가 아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이런 유의어와 동의어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쓸 때 가장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서두에 예문으로 나온 ‘상록교회’를 주제로 글을 쓴다고 가정해 볼까요? 이럴 때 매번 ‘상록교회’를 지칭하며 쓰기보다는 ‘성전, 예배당, 본당’ 등 교회를 지칭하는 다양한 단어를 번갈아가며 써도 하나같이 ‘상록교회’를 지칭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상록교회와 성전, 예배당, 본당은 모두 글 안에서 같은 뜻으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유의어와 동의어를 적용해서 예문을 고쳐볼까요?

상록교회는 우리 집 근처에 있어서 주말에 자주 찾곤 합니다. 저는 비록 교회의 신자는 아니지만 예배당에서 일하는 담임목사님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분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라도 교회 본당에 자주 갑니다. 상록교회는 생긴지는 얼마 지나지 않은 개척교회이지만 목사님이 인기가 많아 기독교를 믿는 동네사람들은 대부분 이곳 성전에 기도하러 다닙니다.


어떠세요? 같은 내용이지만 글이 훨씬 풍부해 보이지 않으세요? 글을 잘 쓰는 사람은 ‘표현력’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 표현력은 풍부한 단어를 사용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왕이면 같은 말이라도 다양한 표현을 시도해 보세요. 유의어와 동의어를 파악한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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