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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몰랐던 영자신문에 대한 오해와 편견





 (코리아헤럴드 60주년 기념호에 실린 60년간의 주요 1면 모음)


지난 8월 15일은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그리고 바로 이 칼럼에 자주 등장하는) 코리아헤럴드의 창간 60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네, 6주년도 아니고, 16주년도 아니고 60주년 맞습니다. 영자신문이 그렇게 오래 되었나,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으실 텐데요, 더 중요한 것은 1953년 창간 이후 60년간 계속 발행되면서 쌓인 노하우와 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자신문 기자로 대부분의 직장생활을 해온 필자는 자부심과 더불어 책임감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오늘은 직접적인 영어신문 읽기의 요령에서 약간 벗어나지만 결국 영자신문을 읽는데 알아두면 좋을 주제를 다뤄보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영자신문 역사를 자세하게 설명할 생각은 아니니, 지금 누르려던 ‘뒤로가기’ 버튼에서 손을 놓으시기 바랍니다. ^^


일단 시계를 한참 뒤로 돌려서 90년대 초반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당시 풋풋한 대학생이었던 필자는 영문학도였습니다. 영어와 영문학을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아침마다 신촌으로 가는 버스 맨 뒷좌석에서 쿨~쿨~ 졸면서 통학을 했지요.


당시 등교시 보이던 풍경 중 하나는 바로 영자신문을 챙겨 든 학생들이었습니다. 꽤 여러 명의 학생이 집에서 구독하거나 아니면 중간에 직접 가판대에서 사온 영자신문을 가지고 학교로 와서 도서관이나 교정에서 읽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봤습니다. 그 때는 종이신문이 대세였고 인터넷이 초기 단계라 영자신문을 통해 영어 기사를 읽으려는 학생들이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영자신문을 사면 같이 따라오는 영어학습용 해설판을 보고 공부하는 학생이 꽤 많았습니다. 영자신문 기사는 너무 어려워서 그 중간단계인 해설판을 우선적으로 공부하는 것이었죠.  


제 경우도 대학시절 초기 영자신문을 읽는 것 자체를 ‘어렵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영자신문을 쉽게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지 지금처럼 영자신문사에 근무하면서 영어로 기사를 쓸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나는 영자신문은 읽지 않아’ 


다시 시간을 2013년으로 돌려서 돌아옵니다. 지난 몇 년간 제가 직간접으로 간혹 듣게 되는 문장이 있습니다. 바로 ‘나는 (국내에서 발행되는) 영자신문을 읽지 않아’입니다. 부록처럼 따라오는 문장으로 ‘콩글리시가 너무 많아서…’가 있습니다. ‘한국 기자가 쓴 문장은 항상 어색해’도 자매품이지요. 


그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인터넷의 유무입니다. 당시에는 종이로 인쇄되는 영자신문이나 Time, Newsweek 등의 영어 시사주간지를 통해서 외신을 많이 접했는데 지금은 전세계의 대부분의 신문, 방송사 사이트를 직접 인터넷을 통해 가서 기사를 읽어볼 수 있습니다. 선택의 폭이 거의 무한대로 넓어진 것이지요. 따라서 꼭 국내 영자신문만 읽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저도 인터넷과 오프라인을 통해 영어권의 다양한 뉴스와 잡지, 소설 등을 읽으니까요. 


‘나는 국내 영자신문을 읽지 않아’의 이유가 시간이 없어서, 혹은 본인의 영어가 부족해서라면 이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런 발언을 하는 이유가 ‘자신은 영어실력이 높은 편이라서 국내 영자신문 보다는 영어권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의 신문이나 잡지만 읽는다’라는 식의 자랑을 하고 싶은 심리의 결과라면 괜히 다른 사람에게 편견만 심어줄까 걱정입니다. 


일단 국내에서 발행되는 영자신문에 대한 사실 부분을 체크하겠습니다. 


1) 국내 주요 영자신문의 절반 이상의 기사는 외신입니다. 


AP, AFP, Reuters, Bloomberg 등의 유수의 통신사가 제작해서 송고하는 기사를 내부에서 엄선해서 신문으로 편집 제작합니다. 국내 영자신문을 구독하는 사람들 중에는 내신과 외신을 혼합해서 읽으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물론 다른 해외 영자신문과 달리 국내 내신 비율이 높기 때문에 국내 상황을 영어로 습득하는데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외신의 비율도 무시 못할 정도로 높습니다. 


따라서 ‘국내 영자신문을 읽지 않는다’라는 것보다 ‘국내파 기자가 쓴 영문 기사를 읽지 않는다’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추측해보는데, 하지만 여기서 또 오해가 발생합니다. 


2) 실제 영자신문에서 기사를 쓰는 기자 구성원이 변했습니다. 


국내 영자 신문사의 경우도 저 같은 국내파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축소되어 현재 절대 다수가 bilingual입니다. 한국어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이중언어 사용자들이 주축이 되고 있지요. 따라서 이중언어를 구사 하면서 한국적인 상황을 한국어로 취재한 후에 영어로 기사를 쓰는 측면에서 보면 국내에 지사를 두고 있는 외신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외신도 같은 인력풀(영어와 한국어에 능통한 기자)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인력풀, 즉 영어로 기사를 쓸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가장 간단한 예로 저도 그런 외국 통신사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제가 쓴 동일한 영어기사를 보여주면서 이건 외국 통신사에 영어 원어민 기자가 쓴 것이라고 이야기 해주면 ‘아 영어 괜찮네’라고 반응하지만, 이건 국내 영자신문에서 다른 한국인 기자가 쓴 것이라고 알려주면 어딘가 콩글리시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본 적이 있습니다. 선입견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가끔 놀라곤 합니다. 


코리아헤럴드 기자들은 실제 Wall Street Journal 같은 본토(!) 영자신문에 자신의 기사를 기고하거나 국내 영어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유창한 영어실력과 취재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끔 이렇게 뛰어난 후배들을 보면 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기사를 써야 하는데 라는 반성을 합니다. ㅜㅜ


3) 영자신문 기사를 읽고 수동적으로 이해하는 것과 실제로 기사를 쓰는 실력의 차이는 요즘 유행어를 빌리자면 ‘어마어마’ 합니다. 


‘영자신문은 수준이 낮아서 못 읽겠다’라고 하시는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같은 주제와 내용의 한글기사를 토대로 비슷한 시간을 투자해서 영어로 한번 써보시기 바랍니다. 평균적으로 영자신문 기자의 경우 400단어 (대략 A4 기준 1장) 기사를 쓰는데 아무리 오래 걸려도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물론 상황이 급하면 15분 20분에도 쓰지요. 한글기사와 영문기사는 구조와 글쓰기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순서는 많이 바뀌겠지만, 결과물을 실제 국내 영자신문 기사와 한번 비교해 보시기 바랍니다. 


대부분의 국내 영어학습자 및 교육을 많이 받은 영어권 원어민도 그렇게 짧은 시간에 코리아헤럴드 기사 수준으로 정제된 영어기사를 쓰지 못합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영자신문사에서 신입기자를 모집하거나 주기적으로 대학생 인턴기자를 모집해서 실제 편집국 근무를 하게 하면서 이런 간극을 많이 봅니다. 최근에는 점점 미국 Ivy League 대학생들이 많이 지원하고 경쟁률도 매우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쓴 영어 에세이를 채점하면서 느끼는 것은 ‘저널리즘 원칙에 맞춰 논리적으로 간결하게 영어 기사 쓰기가 참 어려운 것이구나’ 입니다. 그렇게 들어가기 힘든 미국 대학에서 매일 영어를 사용해서 글을 쓴다고 하는 수재들이 쓴 에세이도 막상 읽어보면 실망스러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원어민이나 교포가 영어로 쓴 글도 마찬가지로 엉망인 경우가 다수입니다. 


4) 팀워크에 기반한 기사작성 


현재 코리아헤럴드에서는 기사를 작성하면 총 4번의 교정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한글로 취재를 한 뒤에 기자가 영문으로 기사를 작성합니다. (원래부터 영어로 쓰기 때문에 한국어 기사를 번역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내용이나 구성, 기타 요소들을 ‘데스크 에디터’가 수정합니다. 단순한 문법교정이 아니라 전반적인 구조를 뒤바꾸거나 내용적인 측면을 많이 고칩니다. 


이후 원어민 카피에디터가 모든 기사를 번갈아 가면서 2번씩 수정합니다. 이후 지방판이 나오면 다시 원어민 카피에디터가 모든 기사를 시내판용으로 만들기 전에 다시 검토하고 수정합니다. 이렇게 반복적으로 기사를 수정하면서 문법적인 오류나 기타 문제 있는 문장을 잡아내고 좀 더 매끄럽게 만듭니다. 


이런 에디팅 과정은 모든 신문사가 비슷합니다. 기자 혼자 기사를 단독으로 쓰고 그대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팀워크에 기반한 많은 교정, 편집, 재구성이 들어간 공동작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5) 콩글리시와 한국적인 표현의 차이를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영자신문과 콩글리시를 동일시 하는 것은 흔한 오류인데, 번역의 한계에 대한 인식부족이 원인입니다. 콩글리시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잘못된 영어표현입니다. ‘파이팅’ (Fighting)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엉터리 표현과 한국적인 단어나 표현을 영어로 최대한 원래 뜻에 근접하게 번역한 것을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모두가 아는 ‘김치’는 영어로 번역이 가능할까요? 


영영사전을 보면 간단한 뜻으로는 spicy, fermented pickle이라고 하고 좀 자세히 설명한 정의를 보면 a spicy pickled or fermented mixture containing cabbage, onions, and sometimes fish, variously seasoned, as with garlic, horseradish, red peppers, and ginger라고 합니다. 그런데 김치는 영어로 대부분의 경우 kimchi라고 그냥 쓰는데, 그럼 이걸 콩글리시라고 해야 하나요? 


영자신문에는 이렇게 번역이 불가능하거나 영어권에서는 없는 한국적인 개념을 영어로 만들어내어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문화를 넘나드는 표현 중에는 정확하게 1:1 대응을 할 수 없는 단어도 많습니다. 


오히려 이런 까다로운 한국어 단어나 개념 등을 어떻게 영어로 표현하는지 배워서 활용하기 좋은 것이 국내 영자신문입니다. 


8월 26일자 코리아헤럴드 1면에 한국적인 개념인 ‘전세’에 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바로가기]


‘전세’를 한영사전에서 찾으면 lease로 나오지만 한국에서 쓰이는 ‘전세’의 느낌과 뜻을 전달하기에는 매우 부족합니다. 


위에 링크한 기사에 보면 ‘전세’를 표현하는데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전세를 마치 kimchi처럼 그냥 jeonse로 표기한 경우도 있지요. 



- apartment lease 

- large-sum deposit (전세는 월세에 비해 더 많은 보증금이 요구하는 측면 강조한 표현) 

- “jeonse” (번역하지 않은 한국어 단어를 발음 나는 대로 영어로 표기 할 경우 맨 처음에는 직접인용부호를 붙임. 이후 언급할 때에는 직접인용부호 생략) 

- Jeonse, a unique system that offers a “win-win” opportunity to both the owners and tenants



해당 기사에 나온 유용한 표현을 정리했습니다. 



1) expire at the end of this year 올해 말에 만료되다 

2) notify 통지하다 

3) real estate agent 부동사 중개업자 

4) bill 요금을 부과하다 

5) rent 집세 

6) monthly rent 월세 

7) affordable 가격이 알맞은 

8) apartment prices 아파트가격 

9) pay rent 집세를 내다 

10) take out a loan 대출을 받다 

11) living expenses 생활비 

12) financial burden 금융부담 

13) loan extension 대출기간 연장

14) run out of options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되다 

15) reach out to one’s parents for help 부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다 (손을 벌리다) 

16) in the housing market 부동산시장에서 

17) owners and tenants 임대인과 임차인 (집주인과 세입자) 

18) deposit ~ at banks 은행에 예치하다 

19) double-digit returns 두 자릿수 수익 

20) buy a house in the future with one’s savings 저축한 돈으로 미래에 집을 사다 

21) recoverable jeonse deposit 회수 가능한 전세보증금 

22) jeonse will gradually be phased out 전세는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23) monthly rental apartments 월세아파트 

24) reach a record high 최고를 기록하다 

25) a stable income 안정적인 수입

26) post-retirement state pension 퇴직후 국민연금 

27) speculation and leverage 투기와 대출

28) an increase in the prices of jeonse homes 전세가격 상승 

29) housing stimulus measures 주택시장 (부동산) 부양정책 

30) transaction 거래 

31) capital gains 양도소득

32) property acquisitions 부동산취득 

33) follow-up measures 추가조치 

34) boost demand for apartments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다 

35) apartment price bubble 아파트 가격거품

36) mortgage 담보대출(금) 



위의 표현들에 눈도장을 찍으시고 한번 링크된 기사를 직접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영어로 한국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발표하거나 글을 쓰실 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기사를 읽어보시고 사용된 단어와 표현의 수준, 전체적인 글의 구성, 영어 문장 유창성과 정확성 등도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기사를 읽고 표현을 정리하면서 부동산 관련해 다양한 표현이 나와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영자신문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있다고 말씀 드렸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독자분들의 더 큰 성원으로 이렇게 60년을 발행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인을 위한 영자신문 Talk>도 앞으로 60년간 연재를……이 아니고 앞으로 더 좋은 내용을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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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2 Commen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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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rd21   edit & del
    2013.09.03 16:02 신고

    초등학교 3학년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 포스팅 잘 보았어요. 영자신문 기자들 다들 엄청난 능력자이시군요! 외국인 보면 입도 안 떨어지는데ㅋㅋㅋ 저도 아이 교육을 생각해서 저번 여름부터 주니어헤럴드를 신청해 매일 아이에게 읽히고 있습니다. 아직 읽은 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이가 예전보다 영어에 재미를 붙인 듯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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