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다시 태어난 영원불멸 고전들 살펴보니

2013. 9. 2. 11:33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몇 해 전부터 극장가에 반가운 이름들이 하나 둘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서점에서도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채 먼지 자욱한 구석 그늘에서 숨죽이고 있던 녀석들이죠. 청소년들은 학교 과제나 논술대비를 위한 목적으로 가끔 이들을 집에 데려가기도 합니다. 어른들은 일부 문학애호가나 교양을 위한 독서의 목적으로 간혹 이들을 자신의 서재로 끌어들입니다. 단지 그것뿐이었죠. 우리가 흔히 ‘고전’이라 부르는 녀석들을 자신의 세계로 불러들이는 일은요.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서가 늘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는 서점에서 이들이 주목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그런데 최근 이 녀석들이 연일 서점의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세월을 거슬러 우리를 흔들었던 고전들이 가슴 뛰는 영화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위대한 개츠비>는 그 명성으로 인해 첫 페이지를 넘기게 된 경우입니다. 고등학교 때였는데 순전히 <위대한 개츠비>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책을 구입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시절 만난 개츠비는 위대하기는 커녕 이해하기 힘든 어리석고 안타까운 인물이었습니다. 사랑할 가치가 없는 여자를 사랑했고, 자신을 이기지 못한 채 끝내 생을 마감한 비운의 남자. 그게 다였죠. 


어른이 되어 개츠비를 다시 만나고, 그가 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았는지를 어렴풋 알게 되었습니다.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절 미국을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나아가 헛된 욕망에 불나방처럼 몸을 던지길 좋아하는 인간의 서글픈 본성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도요. 




▲ 출처: 교보문고



그렇습니다. <위대한 개츠비>를 비롯하여 <레미제라블>, <제인에어>, <오만과 편견>, <도리안 그레이>까지. 세월과 국경과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어 인류에게 값진 메시지를 남겼던 고전들이 최근 스크린에서 다시 피어났습니다. 원작의 품격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잠시, 거장 감독들의 섬세한 손끝에서 세계적 배우들의 아련한 눈빛까지, 영화는 고전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풍기며 관객을 유혹합니다.




다소 난해하고 지루하지 않을까 염려했던 빅토르 위고 원작 소설의 영화 <레미제라블>은 국내에서도 590만 관객을 동원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휴잭맨, 앤 해서웨이, 러셀 크로우, 아만다 사이프리드 등 초호화 캐스팅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개성 있는 캐릭터를 선보이며 눈을 즐겁게 하는 한편, 뮤지컬의 음악적 요소를 더해 귀도 황홀해지는 두 마리 토끼를 관객에게 선물했죠. 


▲ 출처: 교보문고



<위대한 개츠비>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필두로 캐리 멀리건, 토비 맥과이어가 열연하며 관객을 또 다른 세상으로 끌어들입니다. 이 영화에도 역시 음악적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 세계적인 힙합뮤지션 제이지(Jay-Z)가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의 총감독을 맡는 등 음악에 신경 썼으며 이밖에도 비욘세, 라나 델 레이, 영국 팝그룹 플로렌스 앤 더 머신 등이 참여했다고 합니다.  


<오만과 편견>은 또 어떤가요? 2005년에 개봉한 영화 <오만과 편견>은 출판계에 효자역할을 톡톡히 해주었습니다. 영화가 개봉된 지 한참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은 꾸준히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팔려나가고 있으니까요. 통계에 의하면 <오만과 편견>은 지난 10년 간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고전소설이라고 합니다. 




▲ 출처: 교보문고


가장 최근 개봉한 고전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오스카 와일드 원작의 <도리안  그레이>입니다. 영화는 <안나카레리나>와 마찬가지로 대문호의 명성에 턱없이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오스카 와일드의 환상세계에 탑승하고 싶지만 소설을 읽을 염두는 도무지 안 난다 하시는 분들은 먼저 영상미를 느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유미주의’ 대표 작가로 통하는 오스카 와일드의 명성에 걸맞게 아름다운 발트해의 절경과 그보다 더 아름다운 주인공 벤 반스의 외모가 가슴을 두드릴 테니까요. 일부에서는 기본적인 줄거리 외에 원작과 닮은 점이 없다며 영화를 저평가합니다. 탐미주의적 주제를 퇴폐적 에로티시즘으로 변모시켰다는 이유입니다. 각자의 평가는 관람 후 직접 하시길 바라고요.





위대한 문학은 삶을 변화시킵니다. 그렇다면 그 위대한 문학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어떨까요? 역시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데 충분하지 않을까요? 천지개벽하듯 어마어마한 변화가 일어나진 않겠지만, 문학에 대한 더 깊은 관심과 애정이든, 작품에 대한 이해와 각자 인생에 품은 열정의 제고이든 간에, 그것이 ‘위대한’ 작품이었다면 분명 어떤 방면으로든 변화를 이끌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때론 우리를 요동치게 만드는 것은 단 한 줄의 대사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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