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사춘기' 중년을 위한 따스한 위로 한 스푼

2013. 9. 23. 13:56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중년은 마흔 살 안팎의 나이를 의미합니다. 말 그대로 청년과 노년의 중간이죠. 마라톤으로 비유하자면 이제 막 하프코스를 완주하고 잠시 뒤를 본 뒤 다시 뛰어야 할 나머지 길들을 위해 몸과 마음을 재정비해야 하는 시기인 것입니다. 인생의 매 순간이 그러하겠지만 삶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두루두루 살필 수 있는 중간지점이라는 점에서 중년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현실은 과연 그럴까요? 이론적으로는 지난 온 삶을 돌아보고 나아갈 삶의 방향을 공고히 다지는 시기가 중년이겠지만 현실에서 이는 그저 희망사항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의 중년은 여전히 하루하루의 삶이 고달파 ‘40대 사춘기’를 겪는 경우가 흔하니까요. 말하자면 굽이굽이 소용돌이치는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나 할까요.  


어느덧 하나 둘 삐거덕거리는 몸의 고장 난 부분들을 들여다보며 한 숨 짓게 되고, 직장에서는 젊고 재능 있는 후배들에게 언제 자리를 내줘야 할 지 몰라 불안함을 느끼게 되는 시기. 부모님보다 친구가 편한 아이들에게는 그저 점점 작아지는 존재일 뿐이고, 나이든 부모에게는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존재로 남아 어깨의 짐이 더욱 무거워지는 시기.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단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속박된 의무와 책임들 속을 바쁘게 오가야한다는 것이지요. 

중년의 사춘기, 이대로 괜찮을 걸까요?




김병수 저,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 프롬북스, 2012.10.17.




[출처] 교보문고


KBS2 「남자의 자격」에서 '남자, 그리고 중년의 사춘기'라는 미션으로 이경규, 김태원, 김국진 등 출연 멤버들의 심리 상태에 대해 명쾌한 분석을 들려주어 유명세를 탔던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의사 김병수.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중년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전투다.’


생애 두 번째 사춘기를 맞이한 중년의 숨겨진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람들도 불안과 아픔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그런 이들에게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저자의 메시지는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그는 아무런 흔들림 없이, 고함 한 번 지르지 않고 중년의 사춘기를 평탄하게 보내는 것이 꼭 바람직한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깊은 고민에도 빠져보고, 어디로 나가야 할지 몰라 두려움과 혼란을 느껴보는 것이 오히려 더 자연스러우며 진정한 어른으로 성숙할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오랜 시간 감정을 가둬두고 나약하고 우울한 자신은 밑바닥에 덮어두어야 한다고 여겨온 많은 이들에게 솔직한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는 것은 용기마저 필요로 하는 일이니까요. 그러나 용기를 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세상에 거의 없는 것처럼 중년을 제대로 건너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을 그대로 들여다볼 줄 아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저자는 마흔에 접어든 사람들에겐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삶인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바로 그 숙제죠. 사람들은 마흔이 되면 자신에게 없어진 것만 생각하고 상실의 고통에 빠져듭니다. 그러나 매일매일 마음을 들여다보는 ‘제2의 사춘기’ 시간을 갖는다면 젊은 날 보이지 않았던 것들, 즉 나이 들었기에 가능한 것들이 보이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기회를 갖게 되고 자신의 숙제에 대한 답도 찾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인생은 하나가 끝나고 다음이 다시 시작되는 단편소설이 아니라 죽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장편소설이다. 당장 완벽해지고자 욕심 부리지 않고, 부족한 것이 있더라도 채워지기를 바라며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해야 시간이 흘러 죽음이 찾아왔을 때 비로소 인생이라는 소설이 어떻게 완결되었는지 알 수 있다.



‘신도 한 사람을 심판하려면 그의 사후까지 기다리신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생은 죽을 때 완성되는 장편소설이라는 저자의 말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문구였죠. 지금까지의 삶이 후회  뿐이라 해도 그것은 그저 하나의 챕터에 불과합니다. 다음 장에서 좀 더 많은 것을-사랑과 행복과 감사를-채워 넣으며 인생이라는 장편소설을 완성해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마흔이라는 흔들림 많은 시간을 지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기회를 갖고 자신의 숙제에 대한 답도 찾게 되셨으면 합니다.   




이의수 저,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12.03.15.




[출처] 교보문고


제목부터 묘한 감정을 불러내는 책이 한 권 더 있습니다.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라는 책입니다. 이 ‘아플 수도 없다’는 절절한 문구에 많은 중년들이 크게 공감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자녀 교육비, 치솟는 물가와 대책 없는 노후, 각종 할부금과 대출금, 내 집 마련의 아련한 꿈까지. 저자의 말처럼 손바닥만한 상자에 갇힌 40대는 아파도 아파할 수 없이 오로지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인생의 무게를 짓누르고 있는 시기입니다. 


이 책은 2012년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마흔이 겪는 이야기를 15개의 스토리와 메시지로 구성하였습니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대한민국 ‘마흔들’의 진짜 속마음을 들으며 잔잔한 감동과 함께 친구를 만나 속 얘기를 나누는 듯한 공감을 얻게 되는 것이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마흔에게는 마흔 가지 아픔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산다는 것은 어려운 숙제라고요.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깊은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나만 힘겨운 것은 절대 아니다.  





마흔, 가끔은 스스로를 토닥이며 잠시 쉬어가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생은 단거리경주가 아닌 호흡조절과 보폭이 중요한 마라톤이니까요. 

가끔은 긴 시간 사색을 하고, 전화기를 꺼두고 혼자만의 시간 속을 유배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지나온 시간 속에 침몰하기보다 다시 처음부터 꿈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인생의 절반에 서서 잠시 멈추는 지금 이 시간은 나아갈 반생을 향한 이정표를 그리는 시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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