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노벨 문학상, '엘리스 먼로'의 작품 살펴보니

2013. 10. 15. 10:27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한때 자신이 죽으면 본인 묘비에 새겨질 글귀를 미리 적어 보는 것이 유행인 적이 있었습니다. 세상을 뜨고 나서야 내려질 나에 대한 평가. 남겨진 사람들에게서 받을 평가는 당연히 좋은 글귀가 가득해야 좋겠죠? 아마도 미리 적어보는 것은 그 글귀에 따라 살라는 의미로,  인생을 되새기며 바른 삶을 살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많은 사람을 빨리 죽이는 획기적인 방법을 발견하여 막대한 부를 쌓은 알프레드 노벨 박사가 어제 사망했다.”



이런 글귀가 묘비에 적혔다면 어땠을까요?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은 이 글귀를 보며, 자신이 ‘삶을 파괴하는 발명품을 세상에 내놓은 사람으로 기억될 지 모른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노벨상을 만들어 900만 달러의 자산으로 기금을 조성하고 과학 및 인류에 공로를 세운 사람에게 상을 주기로 했죠. 이것이 바로 노벨상의 시작입니다. 1895년 알프레드 노벨이 작성한 유언에 따라 매년 인류의 문명 발달에 학문적으로 기여한 사람에게 주어지게 되는데요. 1901년부터 노벨 물리학상, 노벨 화학상, 노벨 생리학·의학상, 노벨 문학상, 노벨 평화상이 수여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2000년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지요. 14전 15기만에 한국인으로서는 최초 노벨상 수상자라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 201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앨리스 먼로 [출처 - 서울신문]


며칠 전 노벨 문학상 발표가 있었습니다. 올해 수상의 영예는 캐나다의 여류 작가 앨리스 먼로(Alice Munro, 82)에게 돌아갔는데요. 내심 자국 후보의 수상을 바랐던 우리나라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시인 고은! 10년 연속 노벨상 후보에 오른 고은 시인의 수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경기도 수원 그의 자택 앞에 모였던 취재진과 팬들은, 늦은 시각 아쉬움을 안은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고은 시인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상에 기대를 걸었는데요. 하루키가 수상했다는 오보가 산케이 신문 인터넷 판에 나오는 해프닝도 벌어졌죠. 


고은 시인과 무라카미 하루키를 제치고 201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캐나다 출신의 ‘현대 단편소설의 대가’ 앨리스 먼로. 그녀는 지난 해 소설집 ‘친애하는 생애’를 낸 뒤 “이제 내 나이 또래 다른 노인들처럼 사는 게 자연스럽다.”며 “더 이상 작품을 쓰지 않겠다.”고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런 82세 노작가에게 노벨 문학상 수상은 멋진 선물이 되었겠죠? 캐나다 작가로는 처음 노벨 문학상을 받은 그녀는, 1968년 첫 단편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으로 캐나다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총독문학생을 받으며 명성을 날렸습니다. 이후 ‘소녀와 여인들의 삶’, ‘목성의 달’, ‘떠남’ 등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소설의 대가로 이름을 알렸는데요. 



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 2013 | 뿔(웅진문학에디션)



[출처 - 교보문고]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캐나다 온타리오 지방의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평범한 삶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온타리오 고딕’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을 정도로 작품 대부분의 무대를 자신의 고향인 온타리오 주의 마을을 중심으로 삼아왔다. 또한 앨리스 먼로의 단편들은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 특히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여자들을 화자로 삼는다. 소설 속 여자들의 삶은 평범하지만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다. 일정한 삶의 궤도 안에서 잔잔한 물길을 따라 흐르는 듯한 시간 속에 문득 슬픔을 느끼거나 사랑을 만나고, 때론 절망하다가도 기쁨을 찾아낸다. 


사회의 규범을 따르며 삶을 살다가 어느 날 문득 현재의 삶에 대해 고민을 하고 일탈을 꿈꾸곤 해도 세상에 대한 위험스럽고 격렬한 전복이 뒤따르진 않는 것이다. 대개 쓰린 실패와 끝없는 갈증이 남겨지긴 하더라도, 그래서 눈을 떠보면 자신의 삶으로 되돌아왔을지라도 살짝 미소가 지어지는 건 과거보다 희망적인 미래와 오늘의 행복을 스스로 찾아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사랑의 풍경도 비슷하다. 요란하거나 화려한 묘사 대신에 스쳐 지나간 손길 속에, 전하지 못한 마음 사이에, 작가가 써 내려간 행간 사이사이에 사랑의 여러 빛깔이 희붐하게 풍겨 나오기 시작한다.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앨리스 먼로 | 2007 | 뿔(웅진문학에디션)




[출처 - 교보문고]


"그 애가 알려 준 놀이라고는 딱 하나, 종이에 남자 애 이름과 자기 이름을 적고는 서로 같은 철자를 지워버린 다음, 남은 글자 수에 맞춰 손가락으로,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을 차례로 말하면서 세어 나가는 것이었다. 그 숫자에 딱 걸리는 단어가 그 남자 애와 나 사이의 운명이라면서." -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앨리스 먼로의 단편들은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여자들을 화자로 삼는다. 소설 속 여자들의 삶은 평범하지만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다. 여울을 돌아 거꾸로 흐르는 물살처럼, 한없이 흘러가는 삶 속에 수많은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것처럼. 먼로가 몇 십 쪽에 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흔하디흔한 일상을 다루지만, 삶 전체를 껴안는다.


그 일상은 결코 단순하지도 익숙하지도 않다. 수많은 선택을 해가기 마련인(그 선택은 운명이었을까? 우연이었을까?) 우리네 삶에서 문득 되돌아온 길을 뒤돌아볼 때 느끼는 기묘한 감정들, 반쯤은 우습고 또 반쯤은 아프고, 또 반쯤은 체념이 섞인. 먼로는 화려한 모험이나 능청맞은 유머, 요란한 수사나 시공간을 뒤섞는 복잡한 기교 없이도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것은 어쩌면 가장 정교한 문학적 세공의 힘이다.



먼로의 작품은 자신의 고향 온타리오주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도덕적 갈등, 인간관계의 고민 등을 다양한 관점으로 풀어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먼로는 “내가 후보에 오른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길 줄은 몰랐다.”고 수상 소감을 담담히 밝히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여자 수상자가 고작 13명이란 사실이 언짢다.”며 스웨덴 한림원을 꾸짖기도 했습니다. 노벨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100년이 넘은 기간동안 보인 남성 편중을 질타한 그녀의 발언이 반갑게 느껴지네요.


전세계에서 인정을 받은 만큼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지사. 노벨 평화상 수상 직후 그녀의 작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불황의 출판계는 잠시나마 한숨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앨리스 먼로,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작품 판매량 증가


캐나다 여성 소설가 앨리스 먼로의 2013 노벨문학상 선정 이후 그의 작품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 11일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10일 오후 8시(한국시간) 먼로의 수상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다음날인 11일 오후 6시까지 22시간 사이 대표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 354권이 판매됐다. 또한 ‘미움 , 우정, 구애, 사랑, 결혼’은 89권, ‘직업의 광채’는 35권이 각각 집계됐다. 평소 미비했던 판매량에 비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인터파크도서에서도 먼로의 작품 판매가 늘었다. 인터파크도서는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 수상 발표 후부터 11일 오후 1시께 53권이 판매되며 실시간 판매 순위 9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인터파크도서 소설 분야 홍성원 MD는 “먼로는 짧은 이야기 속에 복잡하고 미묘한 삶의 순간을 섬세하게 표현해 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번 수상으로 아직 국내에 번역 출간되지 않은 앨리스 먼로 다수 작품이 추가로 소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투데이 2013-10-14



전 세계에서 최고의 지성을 상징하는 노벨 문학상. 

한국 문학이 노벨 문학상을 받는 모습, 상상이 되시나요? 아직 한국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아쉬움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멋진 날이 오길 기대하며 고은 시인 그리고 한국 문인들의 건승과 건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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