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작지 않은 ‘작은도서관’ 직접 가보니

2013. 10. 24. 13:44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2001)>의 주인공 소년 트레버의 ‘세 사람 도와주기 운동’을 아시나요? 누군가 한 명이 세 사람에게 도움을 주면 도움을 받은 사람들도 다시 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온 세상을 연결시키고자 했던 소년의 깜찍한 발상이었는데요. 이렇듯 깜찍하게만 보였던 발상은 묵직한 감동이 되어 관객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소년의 바람대로 작은 도움들이 연결되어 커다란 인간적 네트워크를 이루는 기적이 일어났기 때문이었지요. 영화의 끝 부분에서 이 기적은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일제히 들고 있던 촛불의 물결로 상징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도 촛불대신 책으로 트레버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이 ‘일’은 누군가 자기 거실에 책을 놓고 지역민들에게 개방하며 시작됐습니다. 이렇게 한 명 한 명,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지역마다 주민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을 꾸려 나갔습니다. 이들은 ‘작은도서관’이라는 이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지금까지 현재 진행형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는 중입니다.




BOOK적 BOOK적한 책 잔치


지난 12일 토요일, 일산동구청 광장에서 BOOK적 BOOK적 놀자!’라는 타이틀로 제1회 고양시 ‘작은도서관’ 큰 잔치가 열렸습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알뜰장터에는 책이나 옷가지들이 돗자리에 가지런히 뉘여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연신 들뜬 목소리로 장터의 호객행위를 흉내 냈고, 몇몇 학생들은 옆에서 이에 질세라 더 즐거운 목소리로 샌드위치를 팔았습니다. 





본격적인 행사가 진행되는 곳에서는 책갈피 만들기와 나만의 우산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각 부스마다 책 한 권을 테마로 삼아 진행한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행사에 참가한 아이들은 뻥튀기에 색종이를 붙여 동화 속 괴물을 만들고 등장인물을 열심히 색칠하거나, 직접 팝업 북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습니다. 특히 맨 앞 쪽 부스에 유난히 어려보이는 아이들이 투명색 우산에 매직으로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요. 한 아이를 그만큼이나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가 눈에 띄었습니다. ‘다독다독’은 이 모녀가 작은도서관의 책 잔치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 ‘작은도서관’ 큰 잔치에 참여한 이재은(7)양과 어머니



Q. 고양시 ‘작은도서관’ 큰 잔치는 어떻게 알고 오셨나요?


동네 주민인데, 우연히 지나치다 행사가 있기에 들려봤는데요. 와서 보니 알고 지내던 동네 주민분이 자원봉사도 하고 계셔서 한 번 둘러보고 있어요.


Q. ‘작은도서관’에 대해서 알고 있으셨나요?


동네에 있는 줄을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어디에 어떻게 소속되어 있는 지는 잘 몰랐어요.


Q. 이렇게 독서 관련 행사에 직접 참여해보니 어떠신가요?


요즘 재은이도 그렇고 다른 어린이들이 스마트폰 만지거나 게임을 하는 시간이 많아요. 그래서 이런 독서 관련한 행사들이 더 큰 의미를 갖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동화 속 등장인물들을 직접 그려보고 나중에 아이가 책을 읽을 때 ‘어? 내가 봤던 건데.’ 이렇게 반가워 할 수도 있고요. 아무래도 한 번 더 인식이 되니 책과 더 친근해 질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Q.행사에 대해 아쉬웠던 점은 없으신가요?


홍보가 부족한 점이 아쉬웠어요. 오늘은 우연히 운 좋게 왔지만 앞으로 미리 소식을 들으면 일부러 찾아오게 될 것 같아요. 다른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하고요.




‘작은도서관’이 뭐예요? 


그렇다면 이번 책 잔치의 중심에 있는 ‘작은도서관’은 어떤 곳일까요? 축제의 기획과 운영을 담당하신 고양시 작은도서관협의회장 박미숙님에게 들어보았습니다.




▲ 고양시 작은도서관협의회장 박미숙님



Q. ‘작은도서관’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세요.


‘작은도서관’은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에서 시작된 도서관 운동이에요. 처음엔 개인이 방이나 거실에 책을 놓고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방법으로 출발했어요. 지금은 시장, 아파트, 주택가 심지어 영화관 까지 장소가 다양해졌고 엄마, 아이, 할머니 가릴 것 없이 모든 동네 사람들의 도서관 겸 소통의 장소가 됐지요. ‘작은도서관’은 세 가지 특징이 있어요. 우리가 사는 곳 가까이에 있다는 점, 마을사람들이 모여 형성되는 공동체적 특징을 가진다는 점, 그리고 우리 삶의 일부로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공간이라는 점이지요.


Q. ‘작은도서관’이 다른 도서관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상성을 띈 장소인 만큼 다른 도서관처럼 경직된 분위기가 아닌 편안하고 조금은 시끄러운 공간이에요. 책읽기를 기본으로 종이접기나 그림그리기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이 이루어지고 이용층의 대부분이 아이들이라 공동체의 복지기능을 담당하기도 하지요. 특정한 사람들만 이용하는 장소가 아닌 누구나 즐기는 평등한 공간이라는 점도 특징이라 할 수 있어요.


Q. 앞으로 ‘작은도서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해 주세요.


아직은 완벽하게 정착되지 않은 지역 도서관 문화를 사람들의 삶에 안착시키고 책 읽는 문화를 멀리 확산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요즘 책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은 없어요. 날이 갈수록 책읽기를 기피하고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책과 함께하는 기쁨이 어떤 것 인지 알려주는 장소가 됐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책을 통한 소통의 장소가 돼서 우리가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듯이 독서도 자연스럽게 삶에 스며들 수 있도록 ‘작은도서관’이 앞장서서 노력하겠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책 잔치





첫 번째 책 잔치에 참여하지 못하셨다고 아쉬워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작은도서관’에서 벌인 책 잔치는 이제 시작이기 때문인데요. 더욱 풍성한 콘텐츠를 가지고 찾아갈 고양시 작은도서관의 책 잔치, 어떤 것들이 남아 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제1회 고양시 작은도서관 큰잔치 <신난다 작은도서관!> 일정표 


책잔치 하나 <청소년, 작가를 만나다 ‘정범기 추락사건’의 정은숙 작가와의 만남>

날짜 : 10월 26일 

시간 : 10시 30분~12시 

장소 : 청소년 북카페 깔깔깔


책잔치 둘 <북 콘서트 – 같은 소리>

날짜 : 11월 14일 

시간 : 7시 30분~9시 

장소 : 고양문예회관

 


‘작은도서관’은 그 크기가 작아 ‘작은 도서관’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작고 느리지만 천천히 다가가는 도서관’이라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하는데요. 제주도부터 강원도까지 동네 곳곳에서 각자의 매력으로 우리를 책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작은도서관’! 우리 동네에는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아래의 사이트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작은도서관 사이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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