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회사가 만든 색다른 ‘식문화전문도서관’

2011. 6. 29. 14: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해외에 나가면 그 나라의 음식으로 시대상과 문화를 알 수가 있습니다. '피자'하면 이탈리아가 생각나고, '카레'하면 인도가 생각나듯이 음식은 그 나라를 기억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죠.

우리나라에도 색과 맛이 서로 어우러져 심미성이 뛰어난 전통 음식 ‘한식’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식을 비롯해 우리나라 음식 문화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인데요. 이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고, 또 음식과 관련된 궁금한 사항들을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식문화전문도서관>이 있다 해서 찾아가 보았습니다. 



국내 식품업계로 유명한 ㈜농심에서 개관한 식문화전문도서관은 음식 문화 관련 도서 20,000여 권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식품전문기업인만큼 올바른 식생활문화보급과 건강한 식품, 건강한 사회를 전파하기 위해 개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도서관 입구에 들어가면 음식과 책이 결합된 벽면을 볼 수가 있는데요. 특히 앞 쪽에 꽃으로 된 장식 보이시나요? 장식이 되어 있는 꽃은 떡으로 만든 소품인데요. 음식으로 이렇게 형형색색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는데요. 더 놀라웠던 것은 1년 전 포럼 전시를 위해 제작한 작품이라 합니다. 1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떡가루가 약간 떨어지는 것 외에는 전혀 변형이 없었습니다.  


식문화전문도서관은 조용하고 정돈된 느낌으로 도서 및 간행물을 편안하게 열람할 수 있는데요. 무엇보다도 국내외 잡지 및 신문 등이 배치되어 있어 더욱 아늑한 공간으로, 독서를 하면서 가벼운 담소도 나눌 수 있습니다. 또한 음식과 관련된 <신착 도서>와 이달의 <정기간행물>을 전문 사서가 직접 스크랩 하고 있어 최신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가 있습니다. 



또한, 고려시대 정몽주의 ‘포은집’, 조선시대 안동장씨의 ‘규곤시의방’ 등 전통식문화 자료부터 최근 전국 라면 전문점 가이드북까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7,000여권의 음식문화 관련 장서와 260권의 관련 고서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무엇보다도 식문화전문도서관 개관을 위해 프랑스 문화원을 통해 기증 받은 150여권의 문화자료와 북한에서 출판된 이색 서적 등 여러 희귀자료까지 보유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기업 내 도서관이라고 해서 ‘일반인은 출입을 못하나?’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식문화전문도서관은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며, 전문 사서의 설명도 직접 들을 수가 있습니다. 또한 근무자들은 연구하다가 생긴 의문이나 필요한 자료를 그때 그때 찾아 볼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도 있죠.



식문화전문도서관은 국내 최대 규모이자 최초의 ‘음식문화’ 전문도서관이라 아직 생소하게 느껴지는 분들도 많은데요. 윤지현 사서를 만나 좀 더 자세히 알아 보았습니다. 






1.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우선 간략하게 자기소개와 하시는 일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어요?

안녕하세요. 농심식문화전문도서관 사서 윤지현입니다. 개관 준비를 할 때 도서관의 구성에서부터 장서 선정, 자료 분류, 정보서비스, 웹 서비스, 소식지 제작, 도서관 규칙까지 전반적인 도서관의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2. 북한에서 출판된 이색 서적은 물론, 20,000여권의 음식문화 장서와 200여권의 관련 고서를 보유하고 계신데요. 어떻게 음식 관련도서를 확보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소재나 테마를 식품에 관한 자료 뿐 아니라 문화인류학, 철학 등도 식문화의 확장 부분으로 봤습니다. 장서 개발 원칙에 따라 국내외의 식품, 식문화와 관련한 다양하고 전문적인 장서를 총망라하여 수집 보존하여 전문성을 확보하고자 했고요. 특히 일반 도서관과 달리 음식 관련 만화책도 다수 소장하고 있는데, 이들 자료를 통해 식문화를 이해하고, 식품 개발 아이디어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서 같은 경우, 요리법이나 음식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회상, 사회 규범 등을 통해 당시의 음식문화를 추정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로도 평가되고 있습니다.


3. 농심 식문화전문도서관에서 책과 관련된 사업을 자주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행사를 진행하나요? 특히, 기억에 남는 행사가 있다면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전문정보를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원 1주년을 맞이한 올해부터는 농심 임직원 및 일반 고객과 식품, 영양 관련 전문가 대상 60만 명에게 이메일 소식지를 연 4회 발송하고 있는데요. 음식문화의 지혜를 소통하고자 제작되는 소(疏)•식(食)•지(智) 에서는 음식문화 관련 콘텐츠와 함께 ‘Hot it Book’(이슈가 되는 책 소개), ‘Old & Rare’(소장 고서 소개), ‘ Fun & Fun’(테마추천도서), ‘ Tech & Tips!’(도서관, 정보활용방법) 등의 식문화전문도서관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연간 2회 Book Fair를 개최하고 있으며, 1회 때에는 고서 읽는 법과 음식 관련 만화 속 Quiz 풀이 등을 진행하여 재미와 함께 음식문화 지식을 전달하며, 지난 12월에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및 음식과 관련된 SNS(Social Network Service) 서비스를 주제로 Book Fair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7월에도 시니어 푸드와 어린이 식품 등의 새로운 주제로 북페어가 진행 될 예정입니다.

4. 도서관에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와 그 가운데 사서가 하는 역할은 어떤 게 있을까요?


우선 이용자들이 필요한 전문정보를 효과적으로 탐색하고 평가하여 연구 활동에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서관 및 DB이용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DB이용 교육에서는 해당 주제 분야 연구에 도움이 되는 국내외 학위논문 및 학술지 기사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국내 주요 전자정보자원, 해외 웹 데이터베이스, 학술 데이터베이스의 해당 주제와 관련된 온라인•인쇄본 참고 정보원(백과사전, 통계자료 등) 정보의 접근과 이용 방법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요. 국내외 농심 임직원뿐만 아니라 관심 있는 일반인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도록 농심식문화전문도서관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연구 과정 전반에서 발생되는 모든 질의에 대해서 신청자가 유, 무선 상으로 사서에게 의뢰하면 일정한 기준을 적용하여 검증한 결과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자료를 검색해 제공하는 참고 서비스가 있습니다. 식품이라는 큰 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세부 주제도 다양하게 발달되어 그 난이도나 업무 집중도가 높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이용자의 정보요구와 부응하고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 사서라는 직업은 업무에서 오는 보람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피드백과 만족도가 가장 높은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사서’를 꿈꾸는 대학생들도 많습니다. 예비 사서가 될 대학생들이 갖춰야 할 능력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견학을 오는 많은 친구들에게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아직까지 제가 감히 능력을 운운할 수 없지만, 우선은 관종이나, 주제에 상관 없이 지적 호기심을 갖자고 하는 편입니다. 이용자 기반의 맞춤형 서비스로 업무영역이 고급화되는 전문도서관의 경우 해당분야에 대해 지속적인 지적 호기심을 가질 때에 전문성이 갖춰진다고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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