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복원 부실공사, 과연 다른 문화재는 문제없을까?

2013. 11. 12. 13:03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 - 서울신문]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2008년 2월 10일 저녁, 사나운 불길에 휩싸인 숭례문의 모습을 보며 발을 동동 굴러야 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소방차가 출동해도 역부족이었습니다. 불길을 겨우 잡았을 땐 이미 2층 전부가 불에 타 사라졌죠. 토지개발보상금에 불만을 품은 한 70대 노인이 이 같은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니 망연자실할 뿐이었습니다. 600년을 버텨온 민족 문화의 상징이었던 국보 1호 숭례문이 한 순간의 방화로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던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숭례문 참사는 방화범이 의도적으로 저지른 소행이기는 했지만, 그동안 문화재 관리 체계가 얼마나 허술했고 문화재가 얼마나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있었는지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이후 숭례문 복구사업이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는데요. 5년 3개월이 걸린 이 복구사업은 2013년 4월 30일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숭례문 복구사업, 속을 들여다보니


국보 제1호 숭례문이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다. 2008년 2월10일 불에 탄지 5년3개월 만인 4월30일 숭례문 복구사업을 완료한다.


복구에 든 비용은 276억7000만 원이다. 국비 245억 원 외에 기탁금 7억5000만원, 신한은행 12억 원과 포스코 3억 원 등 지원금, 서울시가 부담한 관리동 건립비 9억2000만 원 등이 포함됐다.


방화로 훼손된 숭례문은 중요무형문화재 등 최고의 장인이 참여해 복구했다. 전통기법과 재료로 되살리고자 다양한 고증과 연구조사를 수행했다. 기와는 직접 손으로 만들어 전통기왓가마에서 구웠고, 단청안료도 기존에 썼던 인공안료 대신 천연안료를 사용했다. 6·25동란 때 피해로 임시로 복구했던 현판도 조선시대 탁본을 구해 원래 필체대로 했다. 


연인원 3만5000여명이 투입됐다. 목공사 신응수 대목장 등 3968명, 석공사 이재순·이의상 석장 등 9938명, 기와공사 이근복 번와장, 단청공사 홍창원 단청장 등 1541명, 철물제작 신인영 대장장이 등 251명의 중요무형문화재가 참가했다.


뉴시스 2013-04-29




[출처 - 서울신문]


이번 숭례문 복구 사업에선 목조문화재가 화재에 취약하다는 점을 보완하고자 문화재청에서 직접 나서 각종 소방시설을 보강했습니다. 화재 감지기와 스프링클러, CCTV 등을 설치해 화재가 발생하면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5년이 넘는 복원과정 끝에 돌아온 숭례문이 반년도 지나지 않아 최근 부실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성대하게 준공기념식도 했었는데, 어떤 문제가 불거진 것일까요? 지금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단청입니다. 단청이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게 발견된 건 지난 5월. 거의 준공 직후부터 단청칠이 뜨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게다가 기둥 역시 갈려져 속이 드러나기 시작했죠. 문제점은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기둥 역시 갈라져 속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층 문루의 기둥과 추녀, 추녀 끝의 짧은 서까래인 사래 등의 목재가 갈라졌다. 덜 마른 목재를 사용한 탓이다. 지름 30cm 이상의 목재는 최소 5년에서 10년을 건조시켜야 하는데 공사 기간이 3년으로 짧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복원 공사를 책임진 신응수 대목장은 "이미 공급될 목재가 정해진 뒤 뒤늦게 도편수(목공사 책임자)가 되면서 나무 건조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공기에 맞추느라 전문가로서 만족할 만큼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숭례문의 기와 역시 겨울이 다가옴에 따라 동파가 될 것으로 몇몇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기와를 수제로 직접 만들어야 하는데 당시 기와 장인이 나이가 많아 수천 장의 기와를 만들어 낼 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 제자가 기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노컷뉴스 2013-11-08



논란이 일자 문화재청은 7일 "최근 복구된 숭례문에 대한 부실시공 논란에 대해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며 "철저하고 완벽한 보존관리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벗겨진 단청에 대해서는 자체 감사와 국립문화재연구소 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밝히고 단청공사와 함께 기와 공사, 목공사, 석공사 등 주요 공종의 부실 우려에 대한 조사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 봉정사 극락전도 위험하다?!


문화재의 부실 복원에 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왔던 문제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유명한 경북 안동의 봉정사 극락전도 그중 하나인데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유명한 경북 안동 봉정사 극락전이 ‘국민문화재’로 부각된 건 박정희 정권이 유신을 선포한 1972년이었다. 민족정기 회복 차원에서 문화재 복원이 정부 정책으로 주목받는 상황에서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이 해방 뒤 처음 우리 기술로 옛 건축물을 해체 복원하겠다고 지목한 대상이 바로 극락전이었다. 더욱이 공사 중 극락전 지붕에서 고려 공민왕 12년인 1363년 건물을 수리했다는 상량문이 발견되면서 국내 최고의 12세기 고려 건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봉정사 극락전은 그 뒤 ‘한국 최고의 목조건물’, ‘고려시대 건물의 대표작’이란 수식어와 함께 교과서에 실리게 된다.


그런데 정작 학계에서는 1975년 복원이 끝난 뒤 두고두고 극락전을 입길에 올리게 된다. 극락전 정면이 중국 건축풍으로 완전히 바뀐 것이다. 전면의 띠살창호문짝과 툇마루가 사라지고 당나라 풍의 살창(격자창)과 널문(판문)이 대신 들어선 모습에 학자들은 경악했다. 중국풍에 가까운 변형이 과연 본래 모습일까. 고증은 충실히 한 것일까. 


한겨레 2013-01-10




[출처 - 서울신문]


지난해 복원 40돌을 앞두고 극락전의 고증 복원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첫 논문이 나왔습니다. 건축사학계 권위자 주남철 교수는 “고증 없이 해체복원하며 띠살창호·툇마루·단청 등 5가지를 원형도 모른 채 중국풍으로 복원”했다며 유신시절 학계 논의 없이 무리한 공사를 한 탓이라 지적했습니다. 이에 당시 담당자였던 문화재위원은 재복원 등에 대해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야 논의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세계문화유산 ‘여주 세종대왕릉’ 전시유물들의 엉터리 복원


이뿐만 아니라 세계문화유산인 ‘여주 세종대왕릉’ 전시유물 해시계 복원도 알고 보니 엉터리였습니다.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여주 세종대왕릉의 오목 해시계(앙부일구)가 엉터리로 복원·복제된 뒤 20년 넘게 그대로 전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7일 문화재청 세종대왕 유적관리소와 왕릉 지킴이 등에 따르면 여주 세종대왕릉 세종전 인근 야외 전시장에는 혼천의(1만원권 지폐 그림)와 해시계, 측우기 등 세종대왕 시대의 과학유물 26점을 복원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이 중 시간을 알아볼 수 있는 오목 해시계 2점 중 오석으로 제작된 검은색의 앙부일구는 지난 1985년 한 대학교수의 감수를 받아 한양 석재공업사가 원본을 복제한 작품이다.


경기일보 2013-02-07



이에 대해 세종대왕유적관리소는 “세종대왕릉에 설치된 일부 유물이 잘못 복원됐다는 지적이 있어 다음 달 왕릉에 대한 정비복원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를 바로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는데요. 복원과정들을 살펴보면 우리 행정이 늘 이른바 ‘보여주기 식’의 형식적인 부분에 치우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문화재 복원 전반에 대한 연구와 지원 체계 등도 되돌아 볼 필요가 있겠죠.



문화재는 소중히 지키고 가꾸어 우리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귀중한 유산입니다. 숭례문 화재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일순간에 얼마나 어이없이 무너질 수 있는지, 온 국민이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었죠. 숭례문 방화와 같은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는 문화재 보존 및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성숙한 문화 의식이죠. 온 국민이 문화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문화재를 자신의 것으로 소중하게 아끼는 태도가 문화 발전의 기초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문화재 훼손의 원인을 일제의 식민지배와 한국전쟁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사실은 우리의 무지와 무관심이 만들어낸 결과가 훨씬 크다는 것,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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