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란 뜨는 플랫폼에서 생각해보는 신문산업의 탈출구

2011. 7. 1. 14:34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아이패드, 갤럭시탭, 줌(Xoom). 많은 미디어 기업들이 내놓고 있는 태블릿은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이었던 빌게이츠의 예측을 무안케 하고 있습니다. 태블릿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는 그의 예측은 맞았지만, 그 시발점은 윈도XP가 아니라 애플 아이패드였지요. 그의 예상과 달리 태블릿은 태블릿PC가 아닌 태블릿 미디어로서 발전을 시작했습니다. 누구도 아이패드에 PC와 같은 기능을 기대하지 않습니다만, PC에 버금가는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며 소위 '지름신'에 굴복합니다.

사람들이 태블릿을 왜 사는 것일까요. 바로 종이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신선한 미디어 감성을 느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태블릿이 PC와 같았다면 화면이 있고, 키보드와 터치패드가 있고, USB 단자와 인터넷 연결을 위한 잭이 덕지덕지 붙어 있고, 한 쪽에서는 팬이 시끄럽게 돌아가는 모습을 기대했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애플의 아이패드가 그랬다면 또 다른 PC일 뿐이지 미디어 플랫폼의 변화는 아닌 셈입니다. 현재 태블릿은 미래에 등장하게 될 '디지털 종이'라는 감성을 극대화 한 과도기적 제품입니다. 



기대만큼 사람들의 만족도는 높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패드에 열광했고, 갤럭시탭을 가방 속에 넣고 다닙니다. 한 손에 스마트폰을, 다른 손에 태블릿을 든 젊은이들의 모습은 서울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이 디지털 종이로 어떤 것을 알 수 있는지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지요. 어떤 디지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지, 어떤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내 태블릿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 논쟁이 오갑니다. 미디어(언론)용 태블릿 앱 역시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주요 화두입니다. 뉴스(정보)는 이미지-영상-음원 등과 함께 가장 대중적이자 핵심적인 디지털 콘텐츠 중 하나임에는 분명합니다. 많은 미디어 기업들이 앞다투어 언론과 태블릿의 접목에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유수의 국내 언론들이 유-무료로 태블릿 서비스를 시작한 상태입니다.

아이패드 등장 이후 태블릿 미디어 속의 전용 서비스들은 가격도, 형태도 다양했습니다. 기존 종이신문의 형태를 본따, 뉴스 서비스에 충실한 것이 있는 반면, 보도사진 촬영 앱이나 단행본(특집 묶음) 앱 등의 시도도 있었습니다. 해외에서는 미디어 재벌 머독이 3000만 달러를 들여 태블릿 전용 고급 미디어 ‘더데일리’를 시작했고, ABC, BBC 등 굴지의 방송사들은 앞다투어 태블릿과 방송 프로그램을 연동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들어 냈습니다. 태블릿은 미디어들에게 신세계처럼 보였습니다. 태블릿에서 콘텐츠를 모아 볼 수 있는 플립보드, 자이트 등 지능형 미디어 콘텐츠 수집 앱들도 각광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안 되는 것은 없어 보였습니다.

조금 논의를 확장해 보겠습니다. 디지털 종이의 콘셉트를 표방하는 태블릿은 결국 신문이라는 미디어의 대체재가 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태블릿으로 뭘 원하고 있을까요. 그저 기능적으로 보완하고, 태블릿에서 콘텐츠를 잘 보여주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바일 포털로부터 끌어오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종이 신문들은 태블릿을 만나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이종 미디어를 접한 많은 미디어들이 간과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던가요. 미디어가 상대 미디어 환경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점입니다. 내가 만든 콘텐츠가 과연 태블릿 환경에 어울리는 콘텐츠인가는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40~50대 독자가 많은 시사 주간지가 태블릿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구독자는 얼마나 될까요. 예를 들어 산을 주제로 한 월간지가 태블릿 어플리케이션으로 나온다면, 과연 등산객들은 태블릿을 통해 즐겨 보게 될까요? 디지털 산업 소식을 일선에서 전하고 있는 전자신문과 종합일간지 조중동은 태블릿 전략을 당연히 다르게 적용하고 있을까요. 미디어를 접목할 때보다 본질적인 논점에 파고들어야 합니다.

일부 사용자들도 문제입니다. 최근 태블릿 마니아들은 마치 디지털 종이라는 문명의 시혜를 먼저 받는 마냥 모든 것이 태블릿으로 통한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급진론을 펼치는 사례는 늘 있어 왔지만 ‘태블릿 카스트’가 생겨날 정도로 서로가 서로를 반목과 불신으로 바라보는 것을 저는 여러 차례 보았습니다.

태블릿은 좋은 미디어 플랫폼입니다. 그리고 콘텐츠를 끊임없이 소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좋은 마케팅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태블릿과 미디어의 접목은 우리가 마치 종이신문과 지상파 방송 중에 선호도 조사를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형태나 콘텐츠는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호하는 미디어 플랫폼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태블릿을 선택한 사람들에게는 미디어는 태블릿 사용자를 겨냥하는 전략이 수립되어야 가장 이성적입니다.

특히 신문들이 태블릿에서 종이신문처럼 그럴싸하게 운용한다고 해서, 태블릿 사용자들의 호응을 얻고, 종이의 감성을 결합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태블릿 속 미디어의 모습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태블릿 독자들에게 가장 맞는 ‘콘텐츠’ 그것입니다. 종이로 착각하게 할 많고 화려한 기능을 원하지 않습니다. 종이를 보는 듯한 눈요깃거리를 즐기는 것도 잠시 화제가 될 뿐입니다. 태블릿 속 미디어는 또 다른 '종이신문'이 프로토타입이 아닙니다. 차라리 종이신문은 그 자체로서 존재할 가치가 있습니다. 비록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분명히 특정 계층에서는 여전히 종이신문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디지털에 익숙한 다른 독자들은 태블릿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미디어들이 많이 출현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태블릿 독자들이 종이신문처럼 행세하려는 기존 미디어들을 외면하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입니다.

뉴미디어 산업의 원칙에 맞는 답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미디어에 진출하기 전에 태블릿이 내가 겨냥한 독자들에게 가장 유용한 플랫폼인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선택과 경쟁은 다시 상향평준화 되고, 태블릿에 맞는 콘텐츠를 고민하던 해당 기업의 몫으로 다시 귀결될 것입니다. 태블릿 시대에 우왕좌왕하던 기성 언론들 속에서, 제대로 된 신흥 미디어 강자가 태블릿을 딛고 떠오르게 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신문이 잘 하던 미디어 운용 역량들이, 태블릿에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깨달아야 합니다. 짝퉁 종이처럼 흉내내지 말고, 지금이라도 태블릿 미디어에서 전할 가치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새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뉴미디어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고, 디지털 독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출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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