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이주민의 날, 우리나라 이주노동자의 현주소는?

2013. 12. 18. 08: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12월 18일, 오늘은 세계 이주민의 날입니다. 세계 이주민의 날은 2000년 12월 4일 UN 총회에서 지정한 날인데요. 이주노동자가 내국인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는데요. 과연 우리나라에는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아 어떤 행사를 진행하고 있을까요?




[출처 - 조선일보]




아직은 어려운 이주노동자의 현실




[출처 - 뉴스1]



고용노동부가 지난 8월부터 시행 중인 고용허가제 내부 지침은 이주노동자들에게는 구인업체 명단을 주지 않고 사업주에게만 이주노동자의 명단을 주고 있다. 이 지침에 따라 이주노동자들은 구직을 위해 사업주의 연락을 기다려야만 한다. 일하기로 계약한 사업장을 무단이탈하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 미등록이주노동자, 즉 불법 채류자가 된다.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자유·노동권 보장하라" (뉴스1, 2013-12-15)



우리나라도 이주노동자를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UN이 권고하는 이주노동자권리협약을 비준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사실상 없는 셈이죠. 동시에 노동조합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에 이주노동자에게도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사항인 단결권, 단체협상권, 단체행동권, 즉 노동3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지난 2007년에는 고용부가 노조 신고필증을 내주지 않자 이주노조가 소송을 걸어 서울 고등법원에서 승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6년이 넘도록 대법원 선고를 미루고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매년 세계 이주민의 날은 이주노동자의 성토의 장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주민을 사회 일원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은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미흡한 서글픈 현실이네요.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행사 다양해져




[출처 - 매일경제]


그래도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과거 성토와 시위 위주였던 행사가 문화 행사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 사회와 이주민의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어 가나 봅니다. 과거 세계 이주민의 날 시위 현장에서도 다문화 가정이 많이 참여하여 아시아의 전통놀이나 음식, 전통 의상을 체험해 보는 문화제를 마련했었고, 이주노동자 밴드의 콘서트도 열리곤 했죠.


올해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아 광주에 재밌는 행사가 열렸다고 합니다. 바로 다문화가정 이주민의 좌충우돌 한국 적응기를 수다로 풀어낸 것인데요. 노동자, 결혼 이주 여성, 유학생 등 다양한 이주민이 언어적, 문화적 차이로 겪었던 에피소드를 얘기하며 공감하는 장이었다고 해요.




[출처 – 광주 타임 뉴스]



“출산이 임박해 병원에 갔습니다. 이름을 물어봐서 가르쳐 줬더니 간호사가 몇 번씩이나 다시 물었습니다. 배는 아파 죽겠고, 아기는 곧 나오게 생겼는데 이름만 물으니 미칠 것 같았습니다.”(최우수상을 수상한 베트남 출신 띵티타오씨)


지난 7일 광주문화재단이 개최한 이주민 한국생활체험담 경연대회‘수다로 푸는 우리&우리’에서는 이주민들이 한국에서 겪은 웃기지만 웃지 못 할 사연들, 슬프고 아픈 사연들이 공개됐다. 이번 대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광주문화재단이 주관해 진행해온 문화다양성 확산을 위한 무지개다리 사업의 한 프로그램으로 이주민들의 한국생활체험담을 나누는 자리였다.


광주문화재단 이주민 수다대회 '성료' (광주리포트, 2013-12-9)



지난해 ‘너의 마음을 말해줘’란 제목으로 열린 첫 행사 이후 두 번째 행사라고 하는데요. 올해는 시어머니의 사투리로 고생한 중국인 며느리, 공장장이 가져오라는 연장 이름을 몰라 몇 번이나 실수한 외국인 노동자, 애를 낳으러 병원에 갔는데 간호사와 의사가 이름을 못 알아들어 몇 번이고 되풀이했다는 베트남 신부까지 다양한 수다가 오고 갔다고 합니다. 한국에서의 진솔한 체험담을 통해 서로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네요.




[출처 - 연합뉴스]


한편 지난 10월에는 경남 창원에서 전국 최대 규모의 이주민 축제인 2013 MAMF가 3일간 열렸다고 합니다. 내국인과 타향살이에 지친 이주민이 피부색과 국적을 따지지 않고 다 함께 즐기는 축제인데요. YB밴드, 불독맨션 등 국내 밴드와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지에서 온 외국초청가수들이 축제에서 공연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이주민 가요제와 그 외 세계 각국의 풍물을 즐기며 흥겨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처럼 한 발 다가가 진솔하게 서로 얘기를 나누고 함께 놀이를 하는 것, 그것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첫 걸음이 되지 않을까요? 앞으로 더 다양한 행사를 통해 세계 이주민의 날이 서로를 좀 더 가깝게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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