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신문사가 전용서체를 사용하는 이유는?

2011. 7. 6. 09:18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현대카드, 올레 KT, 포털 사이트 네이버. 우수한 마케팅 사례를 꼽을 때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단골 브랜드인데요. 강렬한 메시지 전달력,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시각적 광고 효과 외에 이들 브랜드는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전용서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전용서체는 최근 많은 기업과 기관들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구축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데요. 앞서 언급한 현대카드의 '유앤아이(Youandi)', SK텔레콤의 '뫼비우스', 하나금융그룹의 '하나체', 서울시의 '서울남산체'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송성재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부회장은 “기업•기관들이 전용서체를 개발하는 이유는 인쇄, 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기업의 통합된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고 일반인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올해 초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가 실시한 ‘전용서체 선호도 및 인지도 조사’ 결과, ‘전용서체를 접한 후 해당 기업•기관 이미지에 대해 친근감을 느꼈다는 비율이 67.3%에 이르렀습니다. 


<가장 성공적인 전용서체로 알려진 현대카드 유앤아이체. 이미지출처:현대카드 홈페이지>


신문 전용서체, CTS 도입과 함께 시작돼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각 신문사에서도 전용서체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광고나 슬로건 등 비교적 짧은 글에 많이 사용되는 기업 서체에 비해 신문사 전용서체는 제목 뿐만 아니라 지면 전체에 걸쳐 사용되는 만큼 그 영향력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는데요. 신문에서 활자는 뉴스와 독자를 이어주는 가장 중요한 도구인 만큼, 신문사 전용서체는 그 의미나 파급력이 남다르다 할 수 있습니다.

신문에 전용서체가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CTS가 도입되고 부터인데요. CTS란 'Computerized Typesetting System'의 약자로 원고작성에서 조판에 이르기까지 전산화된 신문제작체계를 말합니다. 즉 워드프로세서로 기사원고를 작성하고, 광고와 사진 등 조판에 이르기까지 모든 작업을 디지털화했다는 말인데요. 그 전까지는 납활자를 이용해 조판 작업을 했기에 현재와 같은 다채로운 서체를 적용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럼 대표적인 신문사들의 전용서체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조선일보 명조체

조선일보 명조체는 조선일보에서 사용하는 신문활자로, 1999년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신문 가로쓰기 추세에 발맞춰 조선일보 명조체 역시 가로쓰기 글꼴로 만들어졌는데요. 특히 한자를 포함한 2만 6195자의 풍부한 구성이 특징입니다. 지난 2007년 3월, 개인 및 기업 사용자에게 무료로 공개되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조선일보 명조체>


중앙일보 중앙폰트

2008년부터 적용된 중앙폰트는 중앙일보에서 배포하는 트루타입 글꼴입니다. 제목용 고딕체, 제목용 명조체를 비롯해 본문용 명조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각 획의 첫돌기와 맺음이 뭉치거나 날카롭지 않아 눈의 피로도를 줄인 점, 그리고 ‘ㅇ’와 ‘ㅎ’의 상투를 없애 완전한 원의 모양을 이룬 점이 특징인데요. 중앙폰트 역시 무료로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지만, 오로지 개인 용도로만 국한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중앙일보 중앙폰트>


한겨레신문 한겨레 결체

줄여서 ‘한결체’라고 불리는 한겨레 결체는 2005년 5월 한겨레 창간 17주년을 맞아 첫선을 보인 이래, 그 해 10월 9일 한글날을 맞아 자유롭게 내려받을 수 있도록 공개되었습니다. 이는 신문사 전용서체 역사상 최초의 무료 배포이기도 했는데요. 한결체는 한글 음절 1만 1172자와 영문 94자, 특수기호 1천여자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 글자의 높낮이가 글자마다 가변적인 탈네모틀 글꼴이기도 합니다. 


<한겨레 결체>



앞에서 살펴본 신문사 전용서체들 어떠셨나요? 이외에도 수 많은 언론사 혹은 출판 관련 기업들은 고유의 전용서체를 사용하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같은 한글인데도 획의 꺾임이나 글자 높낮이, 돌기의 유무 등 사소한 차이에 따라 확연하게 구별이 되는데요. 글자만 보더라도 이것이 어느 신문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개성이 뚜렷합니다.

전용서체는 각기 다른 모양을 하고 있지만, 한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바로 ‘가독성’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점인데요. 글자는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인 만큼 오래 보더라도 눈이 피로하지 않고, 술술 읽혀야 좋은 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저 모양만 예쁘고 눈에 띄는 글자가 아니라 ‘읽기 쉽고 눈에 잘 들어오는 글자’가 최고라는 말이지요.

오늘 퇴근길에 신문가판대가 보이면 한번 유심히 살펴 보세요. 같은 듯 다른, 지면을 장식한 다양한 글자 모양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준답니다. 아마 즐거운 일상의 발견이 되실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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