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부부로 사는 법에 대하여

2014. 2. 7. 11:23다독다독, 다시보기/생활백과





길을 걷다 지긋한 나이의 노부부가 손을 꼭 붙잡고 서로의 걸음걸이 속도에 맞춰서 걷는 모습을 마주칠 때면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낀다. 수십 년을 함께한 부부에게도 여전히 남아 있는 서로에 대한 배려에, 그리고 여전히 서로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고 싶어 두 손을 꼭 잡는 그 애틋함에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을까 부러워지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저들처럼 행복한 부부로 나이 들어갈 수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연애할 때의 설렘을 수십 년이 지나도록 유지하기란 영화에나 있는 것처럼 아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말이다. 




[출처 - 교보문고]


결혼은 현실이다. 서로에 대한 고민 외에도 해야 하는 일이 너무나 많다. 당장 내일 아침 식단을 고민해야하고, 쌓여 있는 빨래를 누가 돌리고 누가 널 건지 결정해야한다. 평소 보다 많이 나온 다음 달 관리비를 내야하기에 돈을 준비를 해야 하고, 명절에 양가 부모님 선물은 어떻게 할 건지 고민해야한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 앞에서 늘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결혼하더니 사람이 변했어"라는 말로 상대방을 탓하고 "이래서 좋았는데 이제 이래서 싫어졌어"라며 상대의 장점을 단점으로 탈바꿈시켜 결혼의 이유를 헤어짐의 변명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런데 여기 현실을 소소한 행복으로 바꾸며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 따뜻한, 애틋함을 느끼게 하는 10년차 부부가 있다. 구두 수선 가게를 하며 신발을 고치는 사쿠짱과 회사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는 치에코가 그들이다. 그들의 삶은 여느 부부처럼 특별할 것 없는 아주 평범하기 그지없지만 둘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걸 소중하게 여기며 아주 작은 일상에서 둘만의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다. 장을 보는 마트에서, 퇴근 길 사온 조각케이크에서, 곱게 개 놓은 빨래를 보면서 말이다. 




[출처 - 교보문고]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등 주로 싱글 여성들의 삶의 고민을 만화로 그려내며 여성독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마스다 미리가 이번에는 10년차 주부의 행복의 문제를 그린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1,2>로 돌아왔다. 이전에는 고민의 중심에 '나'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법주를 넓혀 '너와 나'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수십 년을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왔던 사람들이 부부라는 이름이 되어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그려낸 것이다.


4페이지 남짓의 짤막한 에피소드들로 구성된 이 만화는 이전의 만화들처럼 그림과 상황도 단순하고 많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것이 전해주는 메시지와 울림은 그 어떤 그림과 글보다 크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는 일상의 작고 소소한 풍경을 담고 있지만 그 뒤에 남긴 서로에 대한 배려와 사랑의 감동은 남다르다. 신문을 쌓아두는 남편에게 잔소리를 하는 대신 '깜빡하고 내가 버렸네'라고 웃으며 청소하고, 퇴근길 남편이 사 온 케이크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 마음에 대한 고마움으로 맛있게 먹어주고, 남편의 걸음걸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자신도 가끔 그렇게 따라 걸으며 소소한 재미를 느끼면서 말이다. 그들에게 쇼핑은 두 사람의 생활이 담긴 것이고, 나란히 개어 놓은 빨래 더미는 함께 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증거다. 그렇게 그들은 일상의 작은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앞으로 10년, 과연 우리 부부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 나도 치에코 씨네처럼 작은 것에 감사하고 배려하고 즐거워하며 살 수 있을까? 거창하지는 않지만 행복한 부부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소소한 방법들을 담은 이 책은 보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해지는 책이다.         

  


"사쿠짱, 사쿠짱한테 행복이란 뭐야?"

"치에코가 있고 일이 있는 것."

"흐음~"

"흐음 이라니, 뭐야 그 반응은?"

"하하하하"

치에코 씨는 가슴이 뭉클해져서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쿠짱은 행복이란 이런 거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답에는 아름다움이 담겨 있었습니다.

_ <21화, 행복이란 뭘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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