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공간에서 맞이한 봄날의 대학로

2014. 4. 15. 10:44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최근 들어 봄의 향기가 많이 줄었습니다. 바람을 타고 퍼지던 꽃들의 노래 대신 연두색 나뭇잎이 고개를 내었기 때문인데요. 눈을 편안하게 하면서 그들이 속삭임을 따라 걷다 보니 문득 대학로에 서있었습니다. 젊음이 넘치는 생기 있는 거리의 모습이 막 고개를 낸 나뭇잎들의 싱그러움과 닮아있었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웃음이 가득한 이곳에 마음을 움직이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답니다. 어떤 곳인지 함께 가실까요?



지하철 4호선 혜화역 1번 출구. 이곳에서 길을 따라 안으로 몇 걸음 걸으면, 수수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이음’이라는 간판을 만나게 됩니다. 그 간판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누군가 손짓을 해서 부르는 듯한 느낌이 들죠. ‘누구와 누구를 잇기 위한 이음일까?’라는 궁금증을 따라 책방에 발을 내딛습니다. 


책방은 지하에 자리하고 있어 계단 스무 개 남짓을 내려가야 합니다. 내려가는 동안에 이곳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대한 포스터와 책에 대한 소개가 담긴 포스터를 볼 수 있었답니다. 한쪽 면에는 이슈가 되었던 강정마을에 대한 소식도 사진으로 소개하고 있었죠. 계단 끝에서 작은 창 너머 서점 내부가 보일 때, 느낌은 ‘소박하다’였습니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책을 보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지만 은은한 미소를 띠우고 있어서 들어가기 전에 한동안 책방을 창을 통해서 보았답니다. 마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저도 책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옮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꺼이 문을 열었습니다.


들어서면서 느껴진 진한 책 향기는 딸랑하고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첫인사를 해줬습니다. 창 너머로 볼 때보다 환한 조명과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책들이 조금은 잃어버리고 산 여유를 선물하는 것 같았죠.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라는 도종환 시인의 시처럼 곳곳에서 묻어나는 책 향기와 아늑함에 취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책방에 책은 가지런한 모습으로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죠. 처음 가는 사람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역사, 디자인, 철학, 사회과학 등 큰 카테고리별로 분류해서 정리 되어 있고, 작가별로 혹은 출판사별로 따로 정리가 되어 있었죠.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나 출판사가 있다면 손쉽게 책을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한 느낌이었습니다. 누군가가 발길을 옮겨 손을 뻗어 닿는 곳의 책은 꺼내는 그 순간에도 그리고 책장을 넘기는 순간에도 모두 정성이 물씬 느껴졌죠.




책방을 둘러본 후 주인아저씨에게 인터뷰를 부탁드렸습니다. 바쁜 일이 있으신지 몇 가지 묻지는 못했지만, 인상이 좋은 주인아저씨께서는 이것저것 묻는 물음에 대답을 해주셨죠. 

 책방을 운영 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4년하고 3개월이 넘었네요.



 책방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하신다고 하던데요. 어떤 일들을 하시나요?

 좋은 일은요 뭐. 정당하게 서로에게 수익이 돌아가고 꼭 필요한 곳에 쓰였으면 하는 곳에 후원하는 것인데요. 최근에는 출판사 현수막 지원사업, 도서 특별전, 베트남전쟁피해자지원, 젊은 예술가 지원 사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갤러리를 비롯해 다양한 강연회와 북 콘서트가 열린다고 들었는데요

 매주 강연회를 비롯한 책을 소재로 한 세미나 등을 열고 있습니다. 갤러리는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한 달 정도로 전시회를 하고 있죠. 



 카페도 함께 운영하시는 것 같은데요?

 네. 이용하시는 분이 쉬시다 가실 때 따뜻한 커피가 있다면 좋다고 생각했죠. 수익금은 베트남 전쟁피해자 후원을 비롯해서 다양한 곳에 지원되죠




책방 이음은 매주 월요일에 쉬고 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문을 엽니다. 화~토요일은 오후 1시~10시, 일요일은 오후 1시~ 오후 7시까지 운영되죠. 소박하고 책의 노래가 듣고 싶다면 대학로로 발걸음을 옮겨보시면 어떨까요? 



책방 이음에서 도보로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아르코 아카이브가 있습니다. 혜화역 2번 출구에서 가까운 마로니에 공원에 있는 아르코 미술관 2층이기 때문이죠. 아르코 미술관에 도착하면 오른쪽으로 ‘Dynamic Structure & Fluid’라는 대형 현수막이 보입니다. 그 아래 입구를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아르코 아카이브를 만날 수 있죠.




아르코아카이브는 2009년 인사미술공간 아카이브가 아르코미술관으로 이전하면서 새롭게 조성되었습니다. 인사미술공간과 아르코미술관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와 전시를 위한 연구자료를 비롯해서 진행 과정에서 생성된 자료들이 소장되어 있답니다. 또한, 국•내외 전시 도록과 정기간행물, 페스티벌 자료, 비엔날레, 아티스트 북, 작가들이 직접 제작한 포트폴리오 서가 등을 볼 수 있죠. 같은 시대 미술이 일어나는 현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컨템포러리 아트 콘텐츠 중심의 아카이브로 구축해 나가고 있답니다. 




이곳에 처음 들어선 느낌은 예술적 에너지가 넘쳐난다는 것이었죠. 좌우의 창을 통해서 마로니에 공원의 풍경이 햇빛을 타고 들어왔습니다. 창을 통해서 들어오는 것이 아쉬울 정도 마로니에 공원의 싱그러움이 가득했죠. 이곳에서 사람들과 서로 의견을 교류하면서 미디어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면 더욱 활발하게 샘솟을 것 같았습니다.


작가 소개 공간과 창작 미디어를 감상할 수 있는 감상실을 지나면 인사미술공간과 아르코미술관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와 전시를 비롯한 자료들이 나란히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종류별로 찾기 쉽도록 분류가 되어 있고, 배치된 컴퓨터를 이용해서도 위치를 확인할 수 있죠. 이곳의 자료는 직접 꺼내서 열람실에서만 볼 수 있으니 외부로 들고 나가거나 하면 안 되겠죠?



아르코 아카이브는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무고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운영됩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자유롭게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답니다. 단체 열람을 하기 전에는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서 예약하시면 편리하게 이용하실 수 있죠.



책과 미디어 매체는 모두 기록을 남깁니다. 사람은 그 기록을 통해서 자신의 세계를 넓히고 다른 세계를 구성하는 데 힘을 쓰죠. 이렇게 기록되어 남는 것이 없다면, 그리고 이 모든 기록을 읽지 않는다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앞으로도 더 많은 기록을 읽고 만나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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