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도 ‘리셋’이 된다고 믿는 사람들, ‘리셋증후군’을 아시나요?

2014. 4. 17. 09:08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이미지 출처_flickr by Patrick Lauke





갑자기 컴퓨터가 느려질 때 혹은 전자기기가 갑자기 말을 안 들어 애먹고 있을 때마다 이런 소리 한번쯤은 들어봤을 거예요. “껐다 켜~”라고요. 근데 신기하게도 껐다가 켜보면 방금 전까지 말을 듣지 않던 기계가 다시 잘 돌아가는 것 다들 경험해보셨죠? 이렇게 기계가 말을 듣지 않을 때나 게임의 경우에도 잘 풀리지 않을 때 ‘리셋(Reset)’을 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곤 하죠. 이렇게 리셋 버튼 하나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니 참 편리하죠. 간혹 우리는 이런 상상도 해보곤 합니다. 자신의 인생도 리셋해보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말이에요.


이 말도 안 되는 상상을 진짜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런데, 현실 세계에서도 정말 ‘리셋’이 가능할거라고 착각해 사는 사람이 실제로 있다고 합니다. 마치 컴퓨터의 전원 버튼과 게임에서의 다시 하기 버튼을 누르듯이 현실 세계를 리셋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이런 현상에 대해 ‘리셋증후군(Reset Syndrome)이라고 부르는데요. 그럼 이 리셋증후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까요?

 




먼저 리셋증후군이라는 말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리셋증후군이란 1990년 일본에서 처음 생겨난 용어입니다. 국내에서는 90년대 말 경찰백서에 등장하기 시작한 신조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는 리셋증후군을 게임 중독이나 주식 중독, 음란물 중독 등의 유형 중 하나로 꼽고 있습니다. 즉, 리셋증후군 역시 인터넷 시대가 만든 또 하나의 질병인 셈입니다.


심리적인 압박이 가중되거나 온라인 세계에 너무 몰두해 살아가다 보면 현실 상황을 온라인 상황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이런 리셋증후군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리셋증후군의 초기 증상은 사실 우리 모두가 간혹 보이곤 합니다. 인터넷 사이트의 일시적인 속도 저하와 컴퓨터의 에러 현상으로 잠시 멈추게 될 때 조급증을 느껴 인터넷의 창을 닫아버리거나 컴퓨터의 리셋 버튼을 누르는 일이 대표적인 초기 증상인데요.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던 행동이 리셋증후군과 관련이 있다니 조금은 무섭기도 합니다.


출처_이미지비트


최근에는 청소년들의 온라인 게임 이용 빈도가 높아짐에 따라 리셋증후군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이 리셋증후군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하게 해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그 심각성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리셋증후군을 인터넷 중독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각종 범죄의 원인으로 리셋증후군이 꼽힌 사례들도 있어 개인적 차원의 중독을 넘어 사회적으로 파장을 주는 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에 가볍게 넘길 수 없게 됐습니다.




지난 1997년 일본 열도를 흔든 ‘사카키바라 사건’을 아시나요? 범인이 쓴 쪽지에 적힌 이름인 ‘사카키바라’라는 이름 때문에 붙여진 사건은 리셋증후군이 만든 범죄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 해 5월 27일 일본의 고베시 수마구 도모오가오카 중학교 정문 바로 앞에서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하세 쥰’의 절단된 신체 일부가 검은 비닐봉지 속에서 발견 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시신에서 발견한 ‘자, 게임의 시작이다’라고 적힌 쪽지는 사건의 충격성을 더해줬습니다.



출처_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1997.06.30 한겨레 사회면) 기사 본문 캡처


결국 범인은 검거 되었는데, 범인은 14세 소년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습니다. 검거 후 평소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게임에 빠져 있었던 게임광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사회학자들은 리셋증후군이 이번 범행의 요인이라고 결정짓기도 했습니다.


또한 국내에서도 리셋증후군이 주목 받았던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 2005년 경기도 연천 전방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이 대표적인데, 당시 범인으로 지목된 김 일병 역시 게임광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리셋증후군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은 리셋증후군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층의 심리 상태와 사고방식에 대한 시대에 맞는 이해가 필요함이 제기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범죄 사례에서는 사건의 직, 간접적인 요인에 리셋증후군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넷 게임에 너무 빠져든 나머지 게임 속 현실과 실제 살아가는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말이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어 보이지만, 리셋증후군을 갖고 있는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게 된다는 심각한 오류도 있습니다.

 

출처_flickr by Joriel "Joz" Jimenez


흔히 ‘리셋족(Reset Tribe)’ 혹은 ‘리셋 제너레이션(Reset Generation)’이라 불리는 디지털 세대를 참을성이 부족하고 성급하다는 부정적 시선으로 보는 반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다이내믹하고, 열정적이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망설임이 없다는 특징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은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도입시키는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로서 문화를 이끌고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젊은 세대를 대표하고 있죠. 그런 점에서 리셋증후군을 무조건 범죄와 관련된 시선으로 보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대 속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자신이 잘못을 저지른 이후 ‘리셋 하면 그만이지’라는 사고방식을 갖게 만드는 리셋증후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심하면 세상을 게임처럼 다시 시작하려는 사고방식을 갖게 만든다지만,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것이 디지털로 소통하는 세상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을까요? 어쩌면 리셋증후군의 문제점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조급해지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우리는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도 모릅니다.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에 할애하며 그 속도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독서와 같은 느림의 미학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데요. 오랜 시간 사색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고 문제를 회피하려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아가는 자세를 갖는 게 더욱 필요해지는 요즘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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