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과 소리로 보는 미래형 뉴스, ‘인터랙티브 뉴스’ 어디까지 왔나

2014. 4. 18. 11:2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스노폴(Snow Fall)과 파이어스톰(Fire Storm). 어찌 보면 극과 극인 자연 현상을 나타내는 두 단어가 전 세계 미디어에 미친 영향은 계속해서 현재 진행형입니다. 뉴스의 생산 과정부터 소비의 방식까지 다양한 형식의 ‘OOO저널리즘’들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텍스트는 물론 동영상과 애니메이션, 사진, 인포그래픽 이미지 등을 활용한 멀티미디어 뉴스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계기가 바로 뉴욕타임스의 인터랙티브 뉴스 ‘스노폴’과 가디언의 ‘파이어스톰’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처_뉴욕타임스 스노폴 홈페이지, 가디언 파이어스톰 홈페이지



2013년 퓰리처상 기획보도 부문 수상작이기도 한 스노폴은 미국의 한 스키장에서 발생한 눈사태 사고에 대한 기획기사입니다. 그런데 텍스트와 사진 등으로만 구성되는 일반적인 뉴스와 달리 눈사태의 원인과 원리 등 사건의 배경을 애니메이션을 통해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한편, 인터뷰 등 60여 개의 비디오 영상과 모션그래픽, 슬라이드 이미지 등은 독자들이 직접 액션을 통해 볼 수 있도록 텍스트 뉴스 중간중간에 배치해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스노폴에 대응할 멀티미디어 기사로 제작됐다는 파이어스톰 역시 호주의 한 섬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을 겪은 일가족의 이야기를 텍스트는 물론 비디오와 오디오 등 다양한 리치미디어를 활용해 보여주고 있는데요. 특히 파이어스톰은 태블릿은 물론 모바일에서도 거의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미디어의 장점을 부각해 조합함으로써 독자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등 스노폴에 비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출처_ 가디언 파이어스톰 홈페이지



이제 펜만으로는 뉴스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해진 미디어 측면에서, 그리고 이를 다양한 ‘액션’을 하며 소비하는 독자 입장에서도 ‘인터랙티브 저널리즘’은 매우 큰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변화, 뉴스의 형식 파괴 또는 진화는 미디어가 선도하고 있다고 보기보다는 독자들이 이끌고 있다고 보는 편이 나을 듯합니다. 기존 전통적인 미디어들이 채용하고 있는 내용과 형식으로는 독자들이 뉴스를 읽게, 특히 ‘보게’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독자들의 ‘지불의사’를 자극할 가능성이 기존 텍스트 기반 뉴스에 비해 훨씬 높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인터랙티브 저널리즘’은 온라인 뉴스 유료화라는 난제에도 중요한 힌트를 던져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국내에서도 온라인 뉴스 유료화 움직임 등에 발맞춰 많은 매체들이 멀티미디어 뉴스를 통해 인터랙티브 저널리즘을 실험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먼저 지난해 말 유료 서비스 ‘프리미엄 조선’을 선보인 조선일보의 크로스미디어 콘텐츠 ‘와글와글 합창단’도 ‘스노폴 저널리즘’ 측면에서 눈에 띄는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을 탈출한 탈북 청소년과 어린이들로 구성된 합창단을 주제로 한 이 콘텐츠는 ‘꿈꾸는 아이들’, ‘대물림된 비극’, ‘천사의 탈출’, ‘대한민국 2류 시민’, ‘정정당당한 도전’ 등 모두 다섯 편으로 구성됐는데요. 수묵 애니메이션등 각종 애니메이션과 풀 HD급 동영상, 그래픽, 음향 등 다양한 리치미디어를 활용함으로써 미디어 업계는 물론 독자들로부터도 호평을 받은 바 있죠.


‘아시아경제’가 올해 초 발표한 기획보도 ‘고령화의 자화상, 파고다 속으로’도 기존 신문에 20회에 걸쳐 게재된 기획 시리즈를 도서 출판, 사진 전시회는 물론 멀티미디어 뉴스 콘텐츠로까지 선보임으로써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사례로 미디어 업계의 관심을 모은바 있습니다. ‘고령화의 자화상, 파고다 속으로’도 본격적인 독자와의 인터랙티브는 멀티미디어 콘텐츠 페이지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요. 현장 사진은 물론 각종 동영상과 기획보도에 활용된 다양한 인포그래픽을 이용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출처_아시아경제 그 섬, 파고다



이외에도 지난해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 ‘매일경제’도 올 들어 두 편의 멀티미디어 인터랙티브 뉴스 콘텐츠(내 이름은 당패불패)를 선보여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한 경향신문이 제작한 인터랙티브 뉴스 ‘그놈 손가락 -국가기관 2012 대선개입 사건의 전말’도 올 들어 본격적으로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멀티미디어 뉴스 콘텐츠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습니다.



출처_매일경제 내 이름은 당패불패




이렇게 보면 올해는 멀티미디어 뉴스를 통한 인터랙티브 저널리즘이 구체화되는 원년 정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인터랙티브 뉴스를 제작해 사회적으로 호평을 받은 미디어들은 당연히 후속편 제작 계획을 밝히고 있고, 새로운 성공 경험 또는 실험을 위해 새롭게 뛰어드는 곳 역시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미디어사들은 지면이나 서비스 방식의 한계 등으로 사장시킬 수밖에 없었던 동영상과 녹취 오디오 파일 등 자료도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됐습니다. 여기에 유료 콘텐츠로서의 가능성까지 발견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입니다. 독자들의 반응 역시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라는 점이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온라인을 통한 디지털 뉴스가 텍스트를 나열하는 데 그쳤다면, 동영상과 이미지, 인포그래픽 등이 갖는 흥미 유발 효과는 이와 비교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읽는 뉴스에서 ‘보는’ 뉴스, ‘즐기는’ 뉴스로 탈바꿈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 ‘시간’과 ‘사람’ 그리고 여기에 따른 ‘돈’인데, 어느 하나 녹록해 보이는 것이 없다는 미디어사들의 고민이죠. 많은 예산을 들여 인터랙티브 뉴스를 제작한다 해도 이에 따른 별도의 수익을 창출할 뾰족한 방법은 쉽게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필요한 인터랙티브 뉴스는 각각의 개별 콘텐츠 제작에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장벽입니다. 앞서 언급한 스노폴 및 파이어스톰 등 해외의 사례는 물론 국내 미디어사들의 인터랙티브 뉴스들도 제작에 짧게는 3개월에서 6개월가량 소요되고 있다는 것이 인터렉티브 뉴스 제작을 어렵게 하는 요인입니다.




사람에 대한 문제 역시 기존 조직구조 안에서는 쉽지 않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지만, 현재 인터랙티브 뉴스 콘텐츠를 제작한 회사들의 경우 기획부서와 편집부서, IT 개발부서 등이 협업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출처_flickr by Johan Larsson



이를 발전시켜 국내에서도 인터랙티브 저널리즘 측면에서 우리나라에 비해 한발 앞서나가고 있는 해외의 사례처럼 전문성을 갖고 독자들과의 인터페이스를 연구하거나 콘텐츠 관련 신기술을 개발하는 풍토를 정착시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터랙티브 뉴스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기존 매체의 제작 관행과는 다른 관점과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조직 구성과 학습 기회 부여가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모바일 디바이스에서의 인터랙티브 뉴스 인터페이스 연구도 보다 심도 있게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위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행하는 신문과 방송 3월호에 실린 신한수 이데일리 금융정보팀 팀장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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