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기록한다, 아시아프레스

2014. 5. 12. 11: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국내 언론과 해외 언론사들도 엄청난 이슈를 불러오는 소재가 있습니다. 바로 ‘북한’의 내부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나 뉴스 방송인데요. 그만큼 북한 내부의 모습은 철저하게 감춰져 있어 특종 중의 특종입니다.


하지만 실제 촬영을 한 영상을 보면 실망하게 되는데요. 북한의 통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북한 안내원이나 정부 관계자들의 인터뷰만 가득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사는 주민들의 모습이나 생생한 현장의 모습은 거의 없죠.


물론, 그래도 이러한 제약 속에서라도 북한을 방문하는 그들의 처지가 부럽습니다. 우리는 가고 싶어도 마음대로 갈 수 없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실질적인 이인자, 장성택의 처형과 같은 굵직한 사건이 터져 나오거나, 김정은 집권 2년과 같이 중요한 시점에는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합니다. 이때부터 프로그램을 담당하게 된 제작자는 머리가 아프답니다. 어떻게 풀어서 보여주어야 할지 뾰족한 답이 없기 때문이죠. 정말, 돌파구는 없을까요?

 

이미지 출처_위키백과




 

지난 2월 14일 금요일 밤 10시, KBS 1TV를 통해 상당히 의미 있는 다큐멘터리가 전파를 탔습니다. 긴급 입수한 북한 최신 영상은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고, 시청률은 10.5%나 됐죠. 장성택 처형 직후이기도 하고, 새롭게 집권한 김정은 북한에 대한 궁금증이 높은 데다, KBS 파노라마가 북한의 실상과 주민들의 표정, 언어, 생각을 가감 없이 사실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한 주민이 변하고 있다는 주제는 다른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보여주지 않았던 내용이라 관심을 끌었답니다. 북한 주민들이 영원한 수령이며 아버지로 떠받드는 김일성의 얼굴이 그려진 북한 돈보다, 중국의 마오쩌둥이 새겨진 위안화를 더 중시하는 태도는 북한 사람들의 변화한 생각의 단면을 가장 잘 보여주었죠.

 

이미지 출처_ KBS 파노라마 예고편


이 밖에도 평성 버스터미널의 버스 왕래 모습과 전기가 끊어진 암흑의 기차 안 영상 등을 통해서 북한의 현실을 여과 없이 속살을 보여주듯이 드러냈답니다. 많은 부분 북한 경제로 스며든 중국 경제의 영향에 빨려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습니다.


 

 

KBS 파노라마가 이렇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북한의 내부를 잘 보여주는 영상을 입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애초, KBS 파노라마는 장성택의 죽음에 관한 특집을 긴급으로 가져갈 계획이었죠. 하지만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많은 어려움이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모든 영상이 이미 뉴스에서 수십 번씩 보아온 같은 것이었죠. 그리고 한 주가 지나자 모든 내용이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KBS 파노라마는 기획 방향을 틀기로 했죠. 김정은 2년 북한의 모습을 보여줄 최신 영상을 아시아프레스에서 확보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인데요. 평소에 연락을 주고받는 이시마루 대표와 협의를 하고 영상을 확인하기 위해 일본 오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고 하네요.


KBS 파노라마 ‘긴급입수 최신영상, 김정은 2년 북한은’의 프롤로그에서 이시마루 아시아프레스 북한취재팀 대표가 인터뷰로 “5명의 북한 주민 취재진이 6개 지역을 촬영했다!”라고 증언했습니다. 북한의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북한 체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손금 보듯 하는 북한 주민 기자와 취재협조자가 아시아프레스를 위해 뛰고 있었죠. 이들은 북한의 실상을 세상에 알리는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말했습니다.

 

이미지 출처_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4월호

 

세계적인 북한 전문 기관으로 부상한 아시아프레스의 중심에 이시마루 대표가 있죠. 22년째 북한 관련해서 한 우물을 파고 있답니다. 그는 신분을 감추는 데 필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죠. 그래서 북한에서 가장 미워하는 언론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그는 항상 위험을 감수하면서 취재 했죠. 그 결과 처음 1993년 북-중 국경 취재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1,000명에 가까운 북한 사람을 만났다고 하네요.


그렇게 많은 사람을 만난 이시마루 대표도 아직 중국에 들어갈 때면 긴장이 된다고 합니다. 중국 공안에 10여 차례 불법 취재로 적발됐기 때문인데요. 그렇지만 지금도 아시아프레스를 위해서 일하는 북한취재원에게 기획 방향을 전달하고 촬영한 영상을 받기 위해서 1년에 서너 차례 중국을 방문합니다.


 

 

아시아프레스를 위해 일하는 북한 취재진의 정확한 규모는 비밀사항입니다. 다만, KBS 파노라마 ‘긴급입수 최신영상, 김정은 2년 북한은’에 투입한 인원은 5명이었죠. 북한 취재진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당원은 물론 중견 간부급 인사도 있죠. 이들 모두 돈이 목적이 아니라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려는 언론인의 자세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의 안전을 아시아프레스에서 100% 보장할 수 없지만,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놓고 운영하고 있답니다.


이들이 사용하는 특수 촬영장비도 직접 제작하고 전달해야 합니다. 이중, 삼중의 엄격한 감시망을 뚫고 북한 현지 촬영 팀이 목숨을 건 결과물이 전파를 타는 것이죠.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실에도 북한 출신이 함께 일하고 있답니다. 이들은 북한과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 촬영 팀이 보내온 영상을 분류하고 음성의 녹취록을 만들며 안전을 위한 모자이크 및 음성변조 작업을 수행하죠.

 

이미지 출처_ 아시아프레스

 

아시아프레스가 세계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글로벌 시각을 가진 이시마루 대표의 리더십과 북한 언어를 사용하는 북한 출신 본사기자, 사명감으로 무장한 북한 내부 취재진의 팀워크 때문입니다. 이시마루 대표를 비롯한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정확하게 한국어를 구사한다는 것도 큰 매력 가운데 하나죠. 또한, 모자이크나 음성변조 같은 영상 처리 업무도 꼼꼼하게 만들어서 자료의 정확성과 안정성을 높인 영상을 전달하고 있답니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프레스가 처한 경제적 어려움은 녹녹하지 않습니다. 북한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했던 수요가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인데요. 북한 당국이 자신에게 불리한 아시아프레스의 영상이 사용되지 못하도록 여러 방송사에 공작을 벌이고 있어서 더욱 수요가 줄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최근에는 거래처를 미국, 영국, 독일, 한국으로 확대하고 있죠.

 

이미지 출처_ 이미지비트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시마루 대표는 지금까지 만난 1,000여 명의 북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그들과 북한 주민에게 빛이 되겠다는 사명감을 다지며 초심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시아프레스가 지금까지 기록한 영상을 훗날 한민족의 기록과 유산으로, 인류의 역사로 남도록 하겠다는 꿈을 간직하겠다고 했답니다.

 

 

 

                                                                                                                                           ⓒ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