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즐거움, 청각장애인과 함께 하기

2014. 5. 16. 11:03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외국에 가셨을 때 외국어를 모른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상대방에게 알리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반대로 외국어를 알고 있다면, 짧은 시간 동안 알리거나 묻고 싶은 내용을 물을 수 있죠. 한국에서도 우리와는 다른 언어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청각 장애인’인데요. 그들은 손으로 하는 언어, ‘수화’를 통해서 언어를 주고받습니다. 이들은 평생 말 대신 수화를 통해서 대화합니다. 거기에 수화의 어순과 한글로 적어 놓은 글의 어순이 달라서 글을 통해서 공부하는 것은 새로운 언어를 배워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책’을 읽는 것에 어려움이 있답니다. 


이렇게 책을 읽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청각장애인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기 위해서 ‘국립장애인도서관’에서 나섰답니다. 바로 ‘손과 책으로 세상을 누리다’라는 ‘손책누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인데요. 들을 수 있는 사람과 다른 언어로 세상을 사는 그들의 독서 교육 현장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국립장애인도서관은 2007년 이후 국립장애인도서관지원센터를 확대하여 2012년 개정 도서관법의 시행 즈음하여 설립되었습니다. 정보화 시대에 사는 장애인들도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 같게 일상생활, 교육, 고용, 사회 참여, 문화 향유 등의 활동을 누리게 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죠. 


크게 세 가지 역할을 중점적으로 하는데요. 첫 번째로 도서관의 장애인 서비스를 위한 국가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역할을 합니다. 두 번째는 장애인을 위한 각종 도서관 자료를 수집, 제작, 정리하여 제공하는 역할을 하죠. 세 번째는 국내외 도서관과 유관 단체들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역할입니다. 



그중에서도 ‘장애인정보누리터’는 국내 도서관의 장애인서비스가 조기에 정착되고 전국공공도서관까지 확산하기 위해서 만든 시범적 독서환경 시설이죠. 도서관을 이용하는 장애인이용자 한 사람마다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조공학기기 활용법과 도서관 이용교육을 실시하고 있답니다. 장애인(장애인복지카드 소지자)이라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죠. 


사전 예약을 통해서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답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죠. 몸이 불편하여 이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콜택시를 통해서 인근 지하철역(서초역, 고속터미널역, 교대역 등)까지 이동지원도 해줍니다.




'손책누리'는 '손과 책으로 세상을 누리다'의 준말입니다. 올해에는 손책누리 3기가 시작되었는데요. 한글과 수화로 독서하는 삶이란 주제로 지난 4월 16일부터 시작됐답니다. 올해는 11월 26일까지 2주마다 수요일에 오후 2시 ~ 4시까지 국립장애인도서관 2층 다목적 회의실에서 진행되죠. 


이 프로그램과 함께 수화 낭독 서비스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청각장애인이라면 올해 5월~11월까지 언제든 신청할 수 있죠. 읽을 책을 고르고 장애인정보누리터에 문자나 영상전화로 일주일 전에 낭독 예약을 해서 국립장애인도서관 장애인정보누리터에 방문해서 수화낭독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12시, 오후 2시~5시, 이렇게 두 개의 파트시간 중에 한 시간을 정해서 예약하면 되죠.  

 


이미지 출처: 손책누리 독서모임




지난 14일에 다독다독에서 국립장애인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이날 교육은 1층 장애인정보누리터 세미나실과 2층 다목적 회의실 두 곳에서 나누어 진행되었는데요. 손책누리 교육을 받으러 오는 사람이 매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 강의실에서 모두 수업을 받을 수 없어서 방문한 사람의 나이에 따라 두 학급으로 나누어 운영하기로 했다고 하네요. 고령자 분들은 독서 교육을 깊이 있게 하면 이해를 쉽게 못하시기에 조금 더 보기 쉽고 생활 속에서 잊지 않을 단어나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청소년이나 20대는 정해진 책을 읽고 조금 더 깊이를 두어서 작가의 생각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자신이 느꼈던 책의 소감을 말해 보는 식의 방법으로 진행하죠.

 


 

이날 수업은 홍경화 수화통역사가 했습니다. 수업은 모두 수화로 진행되었죠. 앞에서도 알려드렸듯이 청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수화는 일반인의 대화와 같은 어순이 아니죠. 그래서 화면을 보여주면서 글자만으로 수업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수업은 말과 수화가 동시에 이루어졌습니다. 수업 내용을 말로 하면서 손으로 설명하는 형식이죠. 


수업 내용은 두 가지 내용으로 나눠서 진행되었는데요. 첫 번째는 최근 세월호 참사로 안타까운 인명이 희생되었듯이 갑자기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안전을 위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119를 활용하기 위해서 문자를 보내거나 영상통화로 자신의 상황을 글로 보여주는 방법을 알려주었는데요.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는 어플도 소개해서 체험할 수 있도록 설명했답니다. 


자료로 된 동영상을 보았는데, 일반적인 화제 교육 동영상과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모든 화면에 읽을 수 있도록 자막이 나오고, 옆에는 수화 통역사가 수화로 내용을 설명했죠. 음성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내용을 모두 수화와 글자로 전달하므로 조용한 가운데 수업이 진행되는 특이함도 있었습니다. 수화를 통해서 이야기를 나누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하며 수화를 배워두어야겠다는 생각했답니다.

 


 

두 번째는 북한의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수화와 입으로 어떤 얘기를 하는지 알려주셨습니다. 청각장애인들의 의사소통이 수화로 이루어지는 만큼 어려운 단어는 글자는 따로 표기해서 알려주셨답니다. 북한에서 ‘홍합’을 ‘섭’이라고 부르고 돌버섯은 15년이 되어야 맛있다는 재미있는 설명이 이어지자 사람들은 모두 환한 웃음으로 배웠던 내용을 손으로 복습했죠. 


수업을 마치고 나서는 질문을 통해서 오늘 배웠던 내용을 다시 복습했답니다. 복습하는 동안 사람들은 자신이 궁금했던 내용을 질문했죠. 수화로 물어보는 내용을 수화통역사가 목소리와 수화를 통해서 이해가 되도록 도왔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건강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내용을 설명하는 수업을 진행한다는 안내를 하면서 수업을 마쳤는데요. 수업을 마치고 수화통역사분과 간단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수업하는 동안 힘드셨을 텐데 흔쾌히 응해주셨죠. 


Q 강의가 재밌고 귀에 쏙쏙 들어오던데, 어떤 방법으로 수업을 준비하시나요?

A 우선 수화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수강생이 보면서 이해하기 쉽도록 반복해서 수화 연습을 해요. 일반사람들이 말을 잘하기 위해 원고를 읽고 또 읽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연습하죠.


Q 수강생이 많아져서 반을 나누던데, 인원이 많이 늘어났나요?

A 매년 들으러 오시는 분도 계시고 새롭게 오시는 분도 있어요. 그래서인지 점점 인원이 많아지고 있답니다.


Q 강의 중에 수화가 같이 담긴 영상이 있던데,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A 국립장애인도서관 홈페이지에 가면 다시 볼 수 있답니다. 다만, 일반인은 보지 못하고요. 장애인증이 있고 등록을 하신 분이라면 다시 보실 수 있죠.




앞으로도 ‘손책누리’ 프로그램은 계속 진행이 됩니다.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지 못하고 있는 청각장애인분들이 더 많이 참여하셔서 행복하게 책을 통해서 세상을 배우고 삶의 활력소가 되길 다독다독에서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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