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문학상’은?

2014. 5. 26. 09:02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이미지 출처_ 위키백과

 

고등학교 때 ‘문학’이라는 과목이 있었습니다. 시를 노래하고, 소설을 이야기하며, 희곡으로 연극을 했죠. 단지 그 시간이 있어서 문학을 만났던 것이 아니라 문학은 살아가면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가까운 서점에 나가도 소설과 시 등 주제를 정해서 진열해놓은 것을 볼 수 있죠. 특히 세계문학 전집이나 한국문학 전집은 따로 분류되어 책장에 나란히 꽂혀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쉽게 문학을 만나지만, 문학 작품은 쉽게 탄생하는 것이 아니죠.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기 데에는 작가의 피와 땀이 녹아서,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펜을 통해 흰 종이에 옮겨져야 비로소 볼 수 있죠.

 

이렇게 자신의 삶을 바쳐서 한국 문학을 위해서 창작의 고통을 이겨낸 이들에게 주는 상이 있습니다. 바로 ‘문학상’인데요. 신인을 발굴하거나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공로를 알리는 뜻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이런 문학상 중에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문학상’은 무엇이 있고 상을 받았던 작품들은 어떤 내용인지 다독다독과 함께 살펴볼까요?

 

 

 

1930년대 시, 소설, 수필에 걸쳐 두루 작품 활동을 했던 천재 시인이 있습니다. 바로 ‘이상(李箱)'인데요. 당시의 황량했던 사람의 내면을 그려내고 전통적인 소설 양식을 해체하는 등 파편화되고 물화된 현대인의 소외를 그려내서 우리나라 모더니즘의 문학사를 개척했습니다. 대표적인 문학으로 소설 <날개>를 꼽는데, 의식의 흐름을 그려내면서 일상적인 현실과 관계를 맺을 수 없는 현대인의 깊은 소외를 그려냈죠. 식민지 시대의 불안과 공포를 작품을 역설을 통한 언어적 유희로 풀고 있습니다.

 

이런 그의 작가 정신을 계승하고 한국 소설계의 발전을 위해서 1977년 문학사상사(文學思想社) 제정한 문학상을 ‘이상 문학상’이라고 합니다. 매년 1월 문학상 수상을 하는데, 대상의 선정 기준이 공평하죠. 문단에 얼마나 있었는지, 어떤 작품 활동을 했는지, 그리고 소설의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품만을 놓고 평가합니다. 작품을 통해서 무엇을 전달하려고 했는지, 현실을 어떤 모습으로 투영했는지 등의 작품만을 평가하기 때문에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해보는 문학상이죠.  

 

이미지 출처_ 교보문고

 

심사는 문학평론가와 여러 신문사 문화부 기자, 문학잡지의 독자, 문학을 전공한 교수 등으로 구성되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평가가 아니라 객관적인 평가를 한답니다. 매년 1월 ~ 12월까지 발표한 작품 중 후보작 8편을 골라서 다음 해 1월에 대상 1편을 뽑아 시상하죠. 대상에 뽑힌 작품은 문학사상사에서 발행하는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답니다.

 

이 이상 문학상을 받은 대상 수상작은 지금까지 총 39편이 선정되었습니다. 그중에는 대표적으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등 40세의 늦은 나이로 등단했지만, 수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렸던 소설가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 2>, 사회 현실을 대상으로 부조리한 삶과 그 문제의식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작품들로 유명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있는데요. 그 밖에 다른 작품들도 모두 뛰어난 작품성으로 인정받은 작품들이랍니다.

 

 이미지 출처_ 교보문고  / 인터파크 도서


 

 

현대문학상은 1955년 1월에 창간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진 월간 순수 문예지 현대문학’을 발간하는 현대문학사에서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높이고, 한국문학이 깊이를 더해서 발전하도록 제정한 문학상입니다. 해마다 시, 소설, 희곡, 평론 네 부문에서 마음을 울리고 뛰어난 성취를 이룬 작품을 선정하여 수상하죠. 시와 소설 부문의 수상작은 후보작들과 함께 엮어서 수상 작품집을 발간한답니다. 
  

이미지 출처_ 네이버 라이브러리 경향신문 1990. 01 17 

 

1956년부터 지금까지 총 59회의 현대문학상이 한국문학에 원동력이 되는 작가들을 배출했습니다. 시인 327명, 소설가 133명, 평론가 74명 등 총 570명의 문학인을 탄생시켰죠. 이 문학상을 통해서 배출된 대표적인 사람은 시인 고은과 소설가 조정래를 꼽을 수 있는데요. 이외에도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쟁쟁한 문인들이 이 문학상을 통해서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고 세상을 향한 외침을 할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작품은 제27회 현대문학상 수상 작품인 소설가 조정래의 <유형의 땅>이 있습니다. 6•25 전쟁과 그 후의 사회 현실을 배경으로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쓰였죠. 분단의 상처가 당시를 사는 사람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됐는지, 그리고 현실적인 고통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 단면을 보여줍니다. 현재를 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전쟁의 아픔을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죠.

 

이미지 출처_ 교보문고

 

 

 

1920~30년대 우리나라에는 계몽적 교훈 주의가 가득해 문학 자체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러한 것을 배척하면서 짧고 간결한 문체로 문학은 문학 자체의 아름다움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었죠. 바로 ‘김동인’이었는데요. 그는 수많은 단편을 발표하여 자연을 이야기하며 사실적인 표현으로 당시의 문학계를 흔들었죠. 국어 교과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감자> • <배따라기> 등과 같은 작품이 모두 그가 쓴 단편소설이죠. 이렇게 문학사적인 큰 업적을 남긴 김동인의 뜻을 기리고자 만들어진 문학상이 ‘동인 문학상’입니다.

 

이미지 출처_ 네이버 라이브러리 경향신문 1988. 03. 11

 

동인 문학상은 1955년 사상계사(思想界社)가 제정했는데요. 중•단편소설을 중심으로 문학발전에 이바지하고 국내 주요잡지에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를 통해서 마지막 1편을 선정해서 시상했습니다. 해마다 10월에 시상을 했는데요. 1967년 사상계사가 운영난에 빠지면서 12년간 중단되었습니다. 이후 1979년 동서문화사(東西文化社)가 다시 부활시키고 1987년 제18회 동인문학상부터 조선일보사에서 그 맥을 잇고 있죠.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2001년 수상작인 소설가 김훈의 <칼의 노래>가 있습니다. 민족의 영웅으로 세계 해전사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승을 거둔 명장으로 기록된 이순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죠. 역사적 기록에는 그의 공적에 대한 기록과 다양한 신화가 전해질 뿐, 한 사람의 개인으로의 이순신은 거의 없습니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 잃어버린 이순신의 개인적이면서 인간적인 모습을 그렸죠. 그리고 역사에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윤리, 사회 안에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삶의 태도 등 깊이가 있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간결하고 호흡이 짧은 문체로 여백을 느끼며 생각할 수 있어서 한 개인으로서 이순신이 절실하게 와 닿죠.

 

 이미지 출처_ 교보문고 

 

 

 

“작가 정신의 사표(師表)”라는 말을 듣는 거장이 있습니다. 문학 속에 시적 서정성과 언어와 언어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아름다움, 간결하면서 고풍스러운 문체,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로 기억되는 작가죠. 바로 ‘황순원’입니다. 그는 일제강점기, 6•25전쟁, 1970년대 군사 독재 시대를 거치면서 변하지 않는 문학을 선보였습니다. 시대 속에서 고집스럽게 인간성을 옹호했고, ‘인간 중심’의 문학 세계를 추구했죠. 토속적인 정서가 두드러지면서도 격동하던 역사의 현실과 개인이 만나 그려지는 삶의 모습을 탐색했습니다. 이런 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 2001년 중앙일보사에서 제정한 문학상이 바로 ‘황순원 문학상’입니다. 

 

이미지 출처_ 네이버 라이브러리 경향신문 1995. 02. 11
 

해마다 9월이 되면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결코 변해서는 안 될 인간성을 남긴 황순원의 문학을 기리고 더 발전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작가들을 위해서 시상을 합니다. 이상 문학상과 마찬가지로 오로지 작품만을 통해서 문학상을 수여하죠. 중•단편 소설을 대상으로 3번에 걸쳐서 심사합니다.

 

이 문학상을 통해서 세상에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2012년 수상작 소설가 김인숙의 <빈집>이 있습니다. 화자인 아내와 함께 27년을 살아온 남편, 그리고 그의 비밀 장소인 ‘빈집’을 마치 스릴러 소설을 읽듯 그려내 읽는 동안 상상력이 무한대로 커지는 작품이죠. 아내의 시선, 그리고 남편의 행동을 통해 독자만이 찾을 수 있는 시선, 그리고 이 시선들이 마지막에 이르러서 아내의 목소리로 바뀌는 과정에 인간이 가진 비밀과 진실에 대해 무한할 가능성과 물음표를 동시에 던집니다.

 

 이미지 출처_ 교보문고

 

 

 

최근 뉴스에는 무수히 많아지는 문학상의 운영과 문학상이 기업의 이미지를 홍보하고 포장하기 위한 상업적인 상황을 비판하며, 우리 문학의 본질을 바로 세우자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400여 개에 가까운 문학상이 우리나라에 있고, 모두 시상하고 있죠. 이 속에서 문학의 진정한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을 선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처음 문학상을 만들었던 때의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우리나라 문학은 더욱 발전하지 않을까요?

 

문학은 발전하면 할수록 많은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읽기’에 다가갈 수 있는 폭을 넓게 합니다. 앞으로도 더 좋은 문학이 소개한 문학상을 통해서 나오길, 다독다독에서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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