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더 재미있게 본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2011. 7. 12. 13:04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3~5살 무렵의 유아기는 아이들의 호기심이 가장 왕성할 때입니다. 이 시기 아이들의 호기심은 사고력, 추리력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폭 넓은 지식을 접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요.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책을 선택하곤 합니다.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많이 접하다 보면, 지적 발달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나이대 아이들의 방은 책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이가 궁금할 때마다 바로 손을 뻗어 책을 꺼낼 수 있도록 한 부모님들의 배려인데요. 그렇다면 책에서만 볼 수 있었던 주인공을 실제로 만나게 되면 아이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지난 7월 7일~8일 양일 간, 영등포 아트홀에서는 아동도서 스테디셀러 1위 작품을 소재로 한 어린이 뮤지컬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공연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주인공 두더지를 본 순간 엄청난 환호성을 질렀는데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주인공을 실제로 만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대단한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요? 상상력으로 가득 찼던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 현장을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베르너 홀츠바르트 원작인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는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이기도 한데요. 이번 뮤지컬은 유아기 때부터 친숙한 ‘똥’을 소재로 논리적인 추리와 판단을 하기 시작하는 어린이들에게 사고력, 판단력, 상상력을 키워주기 위해 마련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자신의 몸 안에 있었으면서 더러운 것으로 교육되는 ‘똥’의 존재가치를 깨닫는데 의미를 두었다고 하는데요. 어른에게도 참 신선한 소재인 것 같습니다. ^^




어머니와 함께 온 아이들도 많았지만, 유치원에서 단체 관람을 하는 아이들이 참 많았는데요, 아직 시작 전인데도 기대감에 부푼 아이들의 모습이 참 해맑아 보였습니다. 



아이들의 박수 소리와 함께 어린이 뮤지컬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극중에서 주인공인 두더지 4마리는 땅 굴 속에서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요. 앙증맞은 율동이 참 귀엽더군요. 




원작에서는 두더지가 해가 떴나 안 떴나 보기 위해 땅 위로 머리를 내밀다가 똥을 맞지만, 뮤지컬에서는 두더지 대장인 ‘몰리’(극중 이름)가 호루라기를 갖고 다니며 적이 있는지 없는지를 항상 확인하는데요. 확인하기 위해 머리를 내밀다가 똥을 맞는 설정으로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똥을 맞은 두더지 ‘몰리’는 누가 내 머리에 똥을 쌌는지 찾기로 결심하고 길을 떠납니다. 첫 번째로 만난 비둘기에게 두더지는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 하며 묻는데요.


비둘기는 자신이 아니라며, 비둘기 똥을 보여 주죠. 비둘기 똥은 ‘몰리’ 머리 위에 있는 똥과 매우 다른 하얀 물똥으로,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비둘기는 날아가 버립니다.

‘몰리’는 다시 길을 떠나는데요. 마침 풀을 뜯고 있던 말과 마주치게 되죠. ‘몰리’는 또 다시 내 머리에 똥을 쌌냐고 물어봅니다. 말은 쿠당탕 소리를 내며 엄청 크고 굵은 말똥을 보여 주죠. 그 후에도 ‘몰리’는 까만 콩 같이 생긴 토끼의 똥을 보고, 염소의 초콜릿 같이 생긴 똥도 보고, 누렇고 커다란 젖소의 똥도 보고, 뿌지직하고 떨어지는 돼지의 똥도 보았죠. 




모두 자기 머리 위의 똥과는 다르다는 것을 안 ‘몰리’는, 마침 똥에 대한 전문가인 파리와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파리는 오로지 ‘몰리’ 머리 위에 있는 똥에게만 관심을 갖는데요. 똥을 뺏기 위한 파리와 똥을 뺏기지 않으려는 ‘몰리’의 한바탕 소동으로 아이들은 웃음소리는 한참 동안이나 끊이지 않았습니다.

한바탕 소동을 치른 후 ‘몰리’와 파리는 둘만의 거래를 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파리가 ‘몰리’ 머리 위에 똥을 싼 범인을 찾아 주면 파리에게 똥을 주기로 한 것이죠. 그렇게 파리는 ‘몰리’ 머리 위에 있는 똥으로 다가가 윙윙거리며 냄새를 맡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 바로 개가 한 짓이야. 정육점에 살고 있는 한스의 똥이지” 




그렇게 ‘몰리’는 자기 머리 위에 누가 똥을 쌌는지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범인인 ‘한스’에게 달려 갑니다. 마침 ‘한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뼈다귀를 앞에 두고 잠을 자고 있네요.  




그때 ‘몰리’는 뼈다귀를 빼앗아 ‘한스’를 이리저리 괴롭힙니다. 도대체 자신에게 왜 그러냐며 영문을 모른다는 채 있는 ‘한스’에게 ‘몰리’는 자초지종을 설명하죠. 그 후 ‘한스’는 ‘몰리’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몰리’도 뼈다귀를 ‘한스’에게 돌려 줍니다.

그렇게 ‘한스’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는데 ‘몰리’가 보이질 않습니다.

어디 있나 찾아보니 그래도 분이 안 풀렸는지 ‘한스’ 집 지붕 위로 올라가, 작고 까만 두더지 똥을 ‘한스’의 이마 위로 뚝 떨어트리는데요. 




그렇게 두더지 ‘몰리’는 ‘한스’에게 자신이 당한대로 복수함으로써, 어린이 뮤지컬 공연은 마무리가 됩니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뮤지컬은 동물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똥의 특성을 재미있게 묘사하고 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더욱더 자극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는데요.
특히 아이들은 이번 뮤지컬을 통해 ‘한스’처럼 자신이 한 사소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돼 더 좋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 아이와 함께 뮤지컬을 관람한 한경미(35)씨와 간략하게 인터뷰를 나눠보았습니다. 

이번 공연을 보신 소감이 어떠세요?

오늘 본 공연은 집에도 책으로 가지고 있어요. 아이가 워낙 책 내용을 좋아하던 터라 집 근처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찾아왔답니다. 책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무대로 직접 보니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아이도 좋아하구요. 다만 관람객들이 대부분 어린 아이들이라 저 같은 엄마들은 아이 달래느라 고생 좀 했던 것 같습니다. ^^

보통 집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히시는 편이신가요?

네. 저도 책을 좋아하는 편이고, 아이 아빠도 늘 신문을 보거든요. 물론 아직은 아이가 어려서 오늘 봤던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같은 그림책이나 동화책 위주로 읽히고 있어요. 저희 아이가 5살인데, 이전까지는 제가 읽어주곤 했는데 한글을 배운 후로는 스스로 읽는 걸 더 좋아하더라구요. 이 나이 또래 아이를 가진 가정이 그렇듯이 저희 집도 지금 아이책으로 넘쳐나요.

아이들에게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독서교육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음, 저도 아직은 초보 엄마인 셈이라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 다만, 부모로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책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TV보다는 책이나 신문을 읽는 모습을 보여 준다든지,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책 이야기를 한다든지 하면서 말이죠. 부모가 맨날 누워서 TV만 본다면 아이도 부모를 따라하지 않을까 싶네요. 일단 지금은 어리니까 평판이 좋은 동화책을 제가 사주고 있어요. 이후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나 읽고 싶어하는 책을 사주려고 해요. 결국 아이들 교육에는 부모의 관심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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