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 6월에 어울리는 책

2014. 6. 5. 09:0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6월은 다른 때에 비해 우리 마음을 경건하게 만들고, 이 땅에 내가 살아 있음에 새삼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달이기도 합니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국민의 애국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현충일과 6ㆍ25 그리고 제2연평해전의 기념식을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개최하는 특별한 달이죠. 추모의 기간(6월 1일~10일), 감사의 기간(6월 11일~20일), 화합과 단결의 기간(6월 21일~30일)으로 한 달을 나누어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6월은 이렇게 우리가 살아가며 잊고 살았을지 모르는 나라사랑에 대한 마음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이런 6월을 맞이해 다독다독에서는 특별한 책들을 소개해드릴까 해요.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고 유명한 책들일지 모르지만, 우리가 잊고 있었던 내 나라의 소중함을 깨우치게도 하고요. 전쟁이란 영화 속 멋진 배우들의 호쾌한 액션이 아닌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참혹한 것임을 깊이 느끼게 만드는 그런 책들입니다.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도 거론되며 화제를 모았던 한국계 미국 소설가인 이창래의 <생존자>는 6ㆍ25 전쟁의 참상과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한 장편소설입니다. <영원한 이방인>이라는 작품으로 미국 문단에서 극찬을 받았던 이창래의 네 번째 소설로 전쟁을 배경으로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비극에 대해 숨가쁘게 써내려 갔습니다.


전쟁을 겪으면서 고아가 된 주인공 ‘준’의 이야기로 소설은 시작합니다. 피난행렬 속에서 겪었던 충격과 전쟁의 무서움을 간직하고 자란 준은 30여년이 흐른 뒤 미국에 정착해 골동품상으로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요. 하지만 불현듯 암이라는 죽음의 그림자가 그녀를 찾아오고 죽음을 준비하며 자신의 곁을 떠났던 아들 ‘니콜라스’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출처_알라딘 온라인 서점


준 외에도 전쟁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다른 인물들도 등장합니다. 전쟁의 후유증을 앓고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는 ‘헥터’와 만주사변 시기 일본군의 만행으로 부모님을 잃은 ‘실비 태너’ 이들은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들로 각자의 사연 속에서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슬픔을 생동감 있게 그려나갑니다.


소설의 배경이 6ㆍ25 전쟁이기에 우리에게 더욱 호기심을 안겨줄 수 있지만, 소설을 읽고 나면 그런 공간적 배경보다 작가가 던져주는 반전의 메시지가 가슴에 남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전쟁이 어떻게 한 국가를 그리고 사람을 망가뜨릴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전쟁으로 인해 상실과 아픔을 겪은 세 명의 주인공들이 그려나가는 삶의 모습. 600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담담하고 때론 격렬하게 비극을 이야기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함께 아파하고 공감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설입니다.




1945년 해방 이후 26살의 나이로 월남, 46년 27살 중위로 임관해 군생활 시작, 50년 1 사단장으로 38선 서부를 담당하며 6ㆍ25를 겪게 된 이 책의 저자 백선엽은 1953년 35살의 나이에 국군 처음으로 4성 장군에 올랐습니다. 누구보다 한국전쟁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체험했을 그가 써내려 간 <길고 긴 여름날 1950년 6월 25일>은 참전 군인의 일기이자 체험기입니다.


책은 전쟁일 발발했던 50년 6월부터 전쟁이 끝날 때까지의 모습을 있는 저자가 보고 들은 그대로 이야기 합니다. 북한의 침공에서 부산 앞바다까지 밀려나가며 국가 존망의 위기에서부터 압록강까지 진격해 통일을 눈앞에 두었던 최전방에서의 체험까지 그 어떤 영화보다도 영화 같은 그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전쟁을 간접체험 한다고 느낄 정도로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책에서는 우리가 잘 몰랐던 해외파병 군인들의 활약도 잘 보여줍니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 캐나다, 터키 외에도 나카라구아, 라이베리아, 엘살바도르 등 이름도 익숙하지 않은 수많은 국가들이 우리를 위해 싸워주고 지원을 했다는 것을 보면 그 나라에 대한 무한한 감사를 느끼게 되기도 합니다.


<길고 긴 여름날 1950년 6월 25일>은 우리가 다큐멘터리와 구전으로 보고 들었던 전쟁의 모습이 대부분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새로운 것도 없고 흥미로운 것도 없을지 모르지만, 왜 우리가 포화 속에서 잠든 수많은 호국영령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해외 참전용사들에게도 존경을 보내야 하는지 알게 해줍니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지금의 모습을 만들 수 있었고 이제 주변 이웃과 사람들을 도와야 할 책임과 의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 될 것입니다.




“정말 누군가와 간절하게 이야기 하고 싶어져서…”
책 속에 숱하게 등장하는 이 구절은 안네의 일기의 주인공 안네 프랑크의 간절함이 그대로 묻어 있어 슬픔을 주는 구절입니다. 세계 반전문학의 백미라고 일컫는 <안네의 일기>는 우리가 잘 알 듯 열세 살 어린 유대인 소녀에 의해 쓰여진 일기형식의 소설입니다. 1차 세계대전 유대인 체포의 광기 속에서 자신의 은신처에 숨어 1942년 6월 12일부터 1944년 8월 1일까지의 쓰여진 일기가 주요 내용입니다.

 

이미지 출처_ 네이버 책


1944년 8월 4일 누군가의 밀고로 은신처까지 발각돼 체포된 안네는 수용소로 끌려간 뒤 1945년 생을 마감합니다. 작가와 언론인을 꿈꿨던 어린 소녀의 메시지는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버지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고 지금까지도 큰 사랑을 받는 세계적인 명작이 됐습니다. 안네가 쓴 일기의 대부분은 전쟁의 부당함과 인종주의가 보이는 극악무도함을 보여줍니다.


이뿐만 아니라 전세계 그 어떤 대문호도 담지 못할 감동적인 평화의 메시지도 인상적이죠. 생일 선물로 받은 일기장에 ‘키티’라는 이름을 붙이며 자신의 특수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재치있게 표현했다는 점은 역설적이게도 더 큰 슬픔을 주기도 합니다.


베르겐 벨젠 유대인 수용소에서 사망 직전에는 이와 벼룩 때문에 옷을 입을 수 없었다는 안네 프랑크. 누가 무엇 때문에 꿈 많고 순수한 소녀의 삶을 앗아간 것일까요? 한 소녀의 일기가 전하는 가장 강렬한 반전의 메시지. 우리가 가슴 아파하면서 꼭 읽어봐야 할 책 중 하나입니다.




이번에도 소개해드릴 소설은 세계적 명작으로 꼽히는 러시아 작가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입니다. 종래 금기였던 스탈린 시대의 강제수용소 내부를 숨김 없이 묘사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죠. 실제 수용소 생활을 했던 작가의 감정과 시각이 작품에서는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라는 인물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책의 제목처럼 수용소에서 겪게 된 하루 동안의 일들을 담담하게 묘사하면서도 끝까지 유머를 놓지 않는 것이 매력이기도 합니다.
 

이미지 출처_ 알라딘 온라인 서점


어쩌면 반전과 평화와는 상관이 없을지 모를 소설이지만,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책 속에 담긴 자유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면 어떨까 해서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자유라는 이름의 수용소와 다른 건 없는 것은 아닐까, 남이 만들어준 자유를 우리는 자유라고 착각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처럼 말이죠.


전쟁이 만든 특수한 상황이지만 지금 현대인의 삶과 비교해서 읽어보면 크게 다를 것도 없다는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과 그 후의 삶에서 겪는 고통을 보면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여러 가지 생각할 수 있는 소재를 많이 던져주는 이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4권의 책은 전쟁의 참상을 그대로 알리기도 하고, 전쟁이라는 지구적 피해와 아픔을 통해 우리 스스로 많은 것을 느끼며 살아가게 하는 책들입니다. 호국보훈의 달 6월! 애국애족의 마음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것입니다. 현실을 살아가면서 꺼내보지 못했던 그 마음을 이 책들과 함께 꺼내보시는 건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