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낳는 보물을 자연스럽게 만나는 방법

2014. 6. 10. 13:2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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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고 훌륭한 소일거리 중의 하나이지만 가장 위험한 것은 인생에 있어 딱 한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쓰레기 같은 책이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누군가는 그 책으로 인생을 변화하게 할 힘을 가진 것이 책이죠. 이처럼 책은 누구에게나 구체적으로 손으로 잡히지 않고 알 수 없는 무엇인가를 던져주지만, 딱 한 권의 책만 읽고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 투영하게 되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A는 B가 될 수도 있고, C가 될 수도 있고, D 또는 E 등으로 다양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통해 A는 B라는 것만 알게 된 사람은 세상을 편협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어 차라리 책을 안 읽은 사람만도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사실, 책을 읽는 것은 그 반대를 깨닫기 위해 읽는 것인데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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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꼭 진실이거나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우리가 보는 것과는 다른 측면에 대해 읽을 수 있습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책을 읽게 되죠. 인간이 태어나서 죽는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리이자 사실이지만, 이처럼 모든 사람이 다른 의견을 제기하지 못할 정도의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어떤 것이든 얼마든지 다른 측면을 볼 수 있고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죠.

 

중세 이전의 사람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바다 저 멀리 지평선까지 가면 평평한 지구에서는 결국 떨어져 죽는다고 생각을 했죠. 연구 결과 지구는 평평한 것이 아니라 둥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확하게는 타원형에 가까운 모습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만, 여전히 지구는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답니다. 그들은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들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고 있으니, 그 생각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접근하지 말라는 문구를 걸어두었죠.


 

 

누군가에게는 사실이고 진리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결단코 동의할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혼자서 면벽수련을 한다고 이 세상의 모든 진리를 깨닫고 파악할 수는 없죠. 그나마, 과거처럼 수백년이 흘러도 인류의 발전이 극히 미비할 때는 가능했을지 몰라도, 지금처럼 1년만 지나도 세상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사는 우리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것을 깨닫고 그 원리를 파악하기란 거의 힘들다고 봅니다.

 

어떤 진리를 말하는 도인의 말처럼, 처음 접하는 분야의 책을 읽을 때 가장 힘든 것은 바로 읽히지 않는다는 겁니다. 분명히 내가 알고 있는 한글로 되어 있고 읽을 수도 있는데 글자가 제대로 내 머리에 들어오지 않게 되는 거죠. 가장 좋은 방법은 관련 분야의 책을 집중적으로 연속적으로 몇 권 선정해서 읽는 것입니다.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내용도 있고 휘발유처럼 하나도 남지 않는 내용도 있겠죠? 그렇다 해도 이처럼 반복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몇 권의 책을 읽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이 하나씩 들어오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미지 출처_  pixabay by PublicDomainPictures 

 

이러한 체험을 통해 지금까지는 몰랐던 분야의 내용을 알게 되고 과거와는 다른 나로 다시 탄생할 수 있습니다. 같은 분야의 책을 계속 읽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이 거의 비슷비슷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것을 깨달은 사람들은 속독법처럼 300페이지 되는 분량의 책을 1시간 만에 읽죠. 책이라고 문구 하나, 문장 하나가 전부 중요한 것은 아니니 비슷한 내용은 빨리 읽으면서, 모르거나 새롭게 보이는 부분을 좀 더 집중해서 읽으면 가능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신기하게도 책을 읽으면 잡념이 사라집니다. 한편으로는 책을 읽을 때 책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생각이 갑자기 번뜻하고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 내용과는 그 어떤 연관성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떠오른 생각이 있는데, 이런 생각들은 사실 아무런 이유 없이 떠 오른 것이 아니라 평소에 내가 고민하고 있거나 궁금해 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평소에는 기억의 한쪽으로 몰아두었던 내용들이 책을 통해서 자극이 되어 떠오르는 것이죠.

 

이미지 출처_ flickr by Nadia Hatoum 

 

이러한 경험을 몇 번 하게 되면 책을 읽는 게 그저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거나, 흥미 있는 내용을 알게 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인생에 조금씩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데 있어 망설이고 있거나 결정을 못하고 있는데, 문득 책을 읽다가 결정을 내리게 되거나 뜬금없이 '맞다! 그때 그렇게 한 행동은 이런 이유로 잘못 되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바꾸는 원동력이 되니 말이죠.

 

예를 들어 투자와 관련된 고민을 하다가 전혀 상관없는 소설책 속에서 답을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투자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아마도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다 자신도 모르게 연관된 감각을 건드리는 것이죠.


 

 

사실,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읽은 뒤에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에는 책을 읽으면서 굳이 생각에 집중하지 않죠. 책을 읽고 머리에 남는 것이 있으면 있는 대로, 전혀 남는 것이 없다면 없는 대로 다음 책을 읽게 됩니다. 다음 책에서 그 전 책에서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기도 하고, 또 다시 새롭게 모르게 되는 부분도 생기죠. 굳이 무엇인가를 꼭 얻으려고 강박적으로 책을 읽으면, 오히려 책을 읽는 행위가 힘들어집니다.

 

이렇게 책을 읽는 것이 그저 남는 것이 없이 흘러만 가는 것 같지만, 생각을 하지 않고 책을 계속 읽어도 책이 머리에 남고 알게 모르게 새로운 지식과 문장, 단어들이 쌓입니다. 이것은 쌓이는 속도가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빨라진다는 것이죠. 이렇게 쌓인 것들은 자연스럽게 생각으로 바뀝니다. 항아리에 물이 차면 넘치게 되는 것처럼 책을 통해서 쌓인 지식이 생각이 되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죠.

 

이런 생각은 자신에게 지식을 넘어서 지혜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지식은 딱딱한 고체와 같다면 지혜는 형체가 자유로운 액체와 같아서 상황에 맞게 달리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책을 통해 만들어진 생각이 윤활유 역할을 해서 지혜는 더욱 풍성해지죠.

 

 이미지 출처_ flickr by Wade M 

 

 

 

많이 읽어야 더 많은 생각을 낳는다고 책을 매일 한 권씩 읽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만큼 적당한 책을 읽으면 되죠.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을 확장하고 모르고 있었던 부분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생각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그것이 다시 새로운 자신을 낳죠.

 

생각을 하면서 사는 것과 아예 생각을 하지 않고 사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굳이 철학자들처럼 시간을 내서 생각을 하자는 것이 아니죠. 책을 읽으면서 자유롭게 알고 있는 것과 맞추고 모르는 부분을 더해서 새로운 생각을 낳고 그것을 조금씩 확대하자는 것이죠. 책이란 그렇게 생각의 타래를 조금 더 크게 해주는 연결고리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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