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너머에서 스토리를 찾아내는 비주얼 저널리스트

2014. 6. 24. 13:23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출처_ 위키백과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꽃 피는 숲에 저녁노을이 비치어, 구름처럼 부풀어 오른 섬들은 바다에 결박된 사슬을 풀고 어두워지는 수평선 너머로 흘러가는 듯 싶었다. 뭍으로 건너온 새들이 저무는 섬으로 돌아갈 때, 물 위에 깔리는 노을은 수평선 쪽으로 가서 소멸했다.’


위의 문장은 소설가 김훈이 쓴 소설 ‘칼의 노래’의 첫 대목입니다. 김훈은 이 문장에서 ‘꽃이 피었다.’와 ‘꽃은 피었다.’를 놓고 며칠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직접 언급했는데요. 다음과 같습니다.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습니다. ’꽃이 피었다‘는 꽃이 핀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한 언어이고, ’꽃은 피었다‘는 의견과 정서의 세계를 보여주는 언어입니다. 이것이 다르니 문장 하나하나에 의미의 세계와 사실의 세계를 구별해서 끌고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죠. 그것이 있어야만 제가 원하고자 하는 문장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소설가 김훈이 이야기한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늘 고민해야 하는 것은 저널리스트도 역시 같은 무게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어떤 대상이라도 다르게 해석하고 문제의 본질을 찾는 것은 저널리스트가 지녀야 할 중요한 항목이죠. 뒤집어 생각하면 시간에 쫓기며 급급하게 써내려가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는 뜻이랍니다. 그만큼 생각의 깊이와 문장의 완성을 신중하게 해야 하죠.

 

출처_ pixabay by JussyD  




세계가 이미 디지털기술의 발전에 인해 ‘초월적 연결사회’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식을 습득하는 시차가 거의 사라졌죠. 이것은 곧 정보의 독점 구조가 사라졌다는 의미입니다. 과거의 기자가 쓴 기사를 통해서 지식을 습득했던 독자가 직접 자료를 찾고 기자들이 써놓은 기사를 비판하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높아진 독자의 수준은 기자가 기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독자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고 분석한 내용을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죠.
 
최근 언론사마다 인포그래픽에 관한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근거의 제시가 분명하고 원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인포그래픽’은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이 바로 정보 해독과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대소 경중’으로 배열하는 일입니다. 여기에는 간결함도 필요하고, 쉽게 표현도 해야 하며, 분명한 주제를 담고 있어야 하죠.

 

출처_  세계일보


종이로 만들어 출력한 후 보는 것이 아니라 ‘웹’으로 해당 제공하려 한다면 더 메시지는 간결해야만 합니다. 또한, 좋은 인포그래픽 기사는 남을 계몽하려는 단방향 커뮤니케이션 보다는 독자의 감정이입으로 연계되도록 해야 하죠. ‘감정이입’이란 해당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독’의 니즈를 말하고 정보를 소유하고 싶은 욕구가 나타나야 한다는 의미랍니다.


좀 더 쉽게 표현하면 인포그래픽은 ‘길을 걷는 사람을 멈추게 하고, 한번 들여다보게 한 후 감탄케 하며 마음속으로 사고 싶도록 상품을 만든다.’라는 자세로 기획하고 제작해야 합니다. 물론 어떠한 방법으로 ‘인포그래픽’을 서비스할 것인지, 누가 이 정보를 볼 것인지 등 제작 주체에 대한 목표가 명확히 세워져 있어야 하죠.


저널리스트가 좋은 인포그래픽 기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사유(思惟)의 시간이 필요하며, 인사이트 있는 키워드를 넣어 정보를 찾는 검색능력과 일정 부분 컴퓨터 활용능력이 요구됩니다. 바로 검색(Search)보다 발견(Discovery)이 중요한 이유기 때문이죠.




인포그래픽에 적합한 콘텐츠는 몇 가지 요건을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첫째, 신뢰할만한 곳에서 만든 정보인가? 둘째 최근에 생산된 정보인가? 셋째 시각적인 표현에 적합한 주제인가?” 입니다. 그래서 시각적인 표현에 적합한 주제의 기사들이 단순한 텍스트로 전달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발표한 ‘영화관 매점의 상품가격’에 관한 보도자료는 인포그래픽으로 표현했다면 훨씬 효과적이었을 것입니다. 대부분 언론사가 텍스트와 의미 없는 이미지로 기사를 제공해 아쉬운 부분이 많았죠. ‘영화관에서 판매하는 팝콘원가 613원, 판매는 5000원, 8.2배 비싸’ 라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를 적절한 시각적 표현을 동원에 만들었다면 훨씬 전달력이 높았을 것입니다. 물론 해당 기관에서 배포한 보도자료 역시 단순한 텍스트자료와 표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아쉬웠죠.



출처_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스마트폰과 태블릿 그리고 데스크 컴퓨터라는 N스크린까지 고려한다면 텍스트 정보를 포함해 표, 그래프, 인포그래픽과 같은 비주얼콘텐츠로 재구성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또다른 이유입니다.
 
최근 필자가 언론사, 정부 등 관계자들의 인포그래픽 실습에서 강조하는 것은 정보를 분석하는 방법과 주제와 메시지에 적합한 시각적 표현을 컴퓨터를 활용해 짧은 시간 안에 만드는 것입니다. 당장 인포그래픽 디자이너처럼 제작 전문가가 되라는 뜻이 아니라 간단한 그래픽 표현 방법을 알아야 만 인포그래픽 제작 전문가와 업무 협력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간단한 비주얼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것은 ‘미래 저널리스트’가 갖춰야할 필수 요건이기도 하죠.

 

출처_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 연구원 「작업관련 스트레스와 조직문화」
             flickr by GDS Infographics 


이 밖에 비주얼 저널리스트 요구조건은 ‘데이터 너머에 있는 스토리를 찾을 수 있는 인사이트’와 ‘정보 에디팅(editing)능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비슷한 주제로 만들어진 인포그래픽을 찾아 하나하나 ‘해부’하는 습관, 시간이 날 때마다 텍스트 기사를 비주얼 콘텐츠로 만들어 보는 훈련하는 것이죠. 또한, 정부와 기업의 보도 자료를 단순히 옮겨 적는 업무 습관에서 실제 사이트를 방문해 원 데이터를 찾아 문제점이 있는지 그리고 새로운 무엇인가 있는지 분석하는 프로세스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지나야 데이터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고, 데이터 상관관계 속에서 중요 포인트를 추출하는 ‘인사이트’가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데이터저널리즘의 시작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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