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있는 독서법, 두 가지 책을 비교하며 읽어보자

2014. 8. 1. 09:06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_Flickr by porschelinn


SNS는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뉴스를 보고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그런 신속성이라는 장점을 무기로 간혹 정제되지 않은 정보를 실은 뉴스, 광고가 난무하는 뉴스, 출처가 불분명한 뉴스 등도 빠르게 전파되는 것이 문제점 중 하나인데요. 그러다 보니 한 가지 이슈에 대해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 조차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나의 올바른 관점을 길러주는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자극적이고 빠름을 추구하는 매체는 깊이 있고 느리게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책은 읽기를 통해 깊이 있게 생각하는 방법을 훈련하도록 해주고, 미처 몰랐던 세상의 지식을 배우며, 다양한 사고 능력을 갖게 해주는 매체입니다. 마치 농사와 같이 결실을 맺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양식이 된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데요. 그렇다면 책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책도 작가에 따라 한 가지 현상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그런 책들을 비교해서 읽어보는 것은 여러 생각들을 흡수하고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정답을 찾아가는 기회를 만들어줄 것입니다.



‘치킨’은 언젠가부터 대한민국의 ‘소울푸드’라고까지 불리며 전국민의 사랑을 받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집에서 영화를 볼 때, 축구경기나 야구경기를 관람할 때, 친구들과의 수다자리에서 꼭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치킨인데요. 치킨에 대해 본격적인 탐구를 하는 책이 얼마 전 출간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치킨展>(정은정, 따비, 2014. 07. 20)이라는 심상치 않은 제목의 이 책은 오랫동안 우리의 서민음식으로써 자리매김 해온 ‘닭’의 역사를 돌아봅니다.


출처_알라딘 온라인서점


한때는 특별한 날 먹었던 별미에서부터 일상적인 음식이 되기까지의 역사와 창업열풍의 중심에 있는 치킨에 대한 이야기 등 단순히 먹고 즐기던 치킨의 차원을 넘어 그 속에 있는 문화와 역사를 알아보는 독특한 책입니다. 이와 함께 소개해드릴 책은 치킨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 다소 불편함을 주는 책일지도 모르는데요. 바로 <육식의 종말>(제레미 리프킨, 시공사, 2002. 01. 31)이라는 책입니다.


육식의 종말은 우리가 즐기는 육식에 대해 진지한 고찰을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육식이 만든 시스템으로 얼마나 많은 폐해가 발생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죠. 소와 돼지, 닭과 같은 가축들이 화학성 사료를 먹고 심지어 시멘트까지 섞은 사료를 먹은 고기를 인간이 그대로 섭취하고 있는 지금의 문제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다만, 육식의 종말은 이런 현실을 고발하는 책이 아닌 ‘고기를 먹는 것은 먹는 거지만, 혹시 이건 알고 먹어?’라는 물음을 던지는 책입니다.


치킨의 열풍 속에서 닭에 대한 소비가 급증하고 그 과정에서 비도덕적인 고기의 생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무언가를 즐길 권리가 있지만, 그 속에 숨은 비정상적 시스템에 대해서도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서로 상반된 듯한 이야기를 하는 두 권의 책을 비교해 읽는다면 ‘육식’이라는 새로운 관점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갈수록 자연재해를 비롯한 재난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자연재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쳐도 인간이 만든 참사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책 <인간이 부른 대형참사>(제임스 R. 차일스, 수린재, 2008. 12. 01)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간에 의해 발생된 사고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1788년부터 2000년대까지의 기간 동안 발생한 대형사고들을 그리고 있는데요.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같이 현재까지도 그 영향이 이어지고 있는 사고부터 잠수함 싸고 호의 화재처럼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고들까지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데요.


책의 저자는 역사적으로 살펴본 참사들의 공통점은 바로 인간의 실수에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기계의 오류도 비중이 크지만, 언제나 사고의 중심에는 인간의 기만과 무모함이 있었고 또한 생산량을 늘리고 비용을 절약하기 위한 부실공사와 노동력 착취 등의 ‘시장’에서 만든 시스템도 이런 대형참사의 큰 원인이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출처_Flickr by History In An Hour


다음으로 이런 재난에 대해 인간이 아닌 자연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책인 <만화로 보는 박교수의 환경재난 이야기>(박석순 글, 이주혁 어영근 그림,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2003. 07. 21)는 우리가 사는 지구에서 일어나는 환경재난에 대해 만화로 설명하고 있는 책입니다. 비록 만화로 되어 있다지만 그 속의 내용은 무섭고 섬뜩하기까지 한데요. 특히 과학의 발달과 산업화는 지구의 환경을 변화하게 만들었고, 인간은 그런 실수를 인식하지 못한 결과가 현재의 각종 자연재해라는 메시지는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워주기에 아이들에게도 권해볼 수 있는 책입니다.



단 열세 척의 배로 왜선 133척을 물리친 명량해전, 그 역사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영화 ‘명량’이 개봉하면서 가장 존경 받는 위인 중 한명인 충무공 이순신에 대한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그야말로 불멸의 영웅 이순신에 대한 책도 서점가를 달구고 있는데요. 그중 최근 개봉한 영화 명량을 재구성한 소설 <명량>(전철홍, 김한민, 김호경 지음, 21세기북스, 2014. 07. 18)은 영화에는 담지 못한 역사적 사실들을 추가해 본격적인 역사소설로서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이와 함께 영화라는 허구성에 더욱 무게감을 더해주는 책을 읽어보면, 영화 속 사실과 실제 기록된 사실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을 것입니다. 10년이라는 기간을 들여 집필한 <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김태훈, 일상이상, 2014. 07)에서는 영웅이자 인간인 이순신을 자세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단순한 이순신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다양한 군사전략과 당시의 동북아 정세 등에 대한 설명까지 덧붙이고 명량, 노량, 한산도의 대규모 전투와 다른 해전사를 비교하면서 그 역사적 의미까지 밝혀내고 있습니다.


출처_영화 ‘명량’ 페이스북


한 위인에 대해 책 한 권으로만 접하는 것은 자칫 위험한 일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믿는 사실이 허구 속 사실일지도 모르고 위인에 대한 평가는 작가 개인적 시선에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난 속에서 항상 부활하는 우리의 성웅 이순신의 열풍 속 우리가 교과서와 위인전 속에서만 알던 모습이 아닌 더 인간적이고 생생함이 느껴지는 영웅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인문학의 열풍 속에서 철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철학 관련 책들도 무수히 많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등외시 하던 철학이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갔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철학이라는 학문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시선도 있습니다. 철학을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철학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두 권의 책이 있어 소개해드리려 하는데요.


철학 입문자용 소설이자, 입문서로 유명한 <소피의 세계>(요슈타인 가아더 저, 장영은 역, 현암사, 1996. 02. 01)는 독일에서는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깊이 있는 내용을 자랑합니다. 주인공 소피가 의문의 편지를 받으면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초기 철학자 탈레스부터 시작해 근대철학까지 광범위한 범위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풀어 쓰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도착하는 편지에 담긴 철학 이야기를 소피와 함께 따라 읽다 보면 철학의 이론과 개념 등 철학의 모든 것을 공부할 수 있는데요. 소피의 세계는 그동안 읽은 철학서들과 다르게 난해하지 않고 재미있게 철학을 알 수 있는 철학의 명작으로 오랫동안 사랑 받고 있습니다.


출처_알라딘 온라인서점


다음으로 소개해드릴 책은 <일상에서 철학하기>(로제 폴 드르와 저, 박언주 역, 시공사, 2012. 09. 10)입니다. 여러분은 철학을 이론이라고 생각하셨나요? 하지만 사실 철학은 실천이자 우리의 삶입니다. 책 일상에서 철학하기는 우리 스스로 ‘왜’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도록 다양한 ‘철학체험’ 방법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처음에는 이게 ‘뭐하는 것일까…’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책에 쓰여 있는 철학놀이를 따라서 하다 보면 철학의 사상과 원리가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에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각각의 주제에 대해 서로 상반되거나 혹은 비슷한 방법으로 이야기 하는 책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책은 내 사고의 중심을 잡기에 최적의 매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몇 천년 전의 진리도 습득할 수 있는 책 한 권에는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찾고자 하는 인생의 답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여러 가지 관점을 서로 비교하며 우리가 사는 세상 이야기를 책에서 듣는 일은 범람하는 정보의 세상 속에서 ‘잘 살기’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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