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e메일 감시는 범죄예방일까, 사생활 침해일까?

2014. 8. 19.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출처_ pixabay by pixelcreatures




미국 텍사스주에 사는 존 헨리 스킬런이라는 남성은 구글 e메일로 친구에게 아동 포르노 사진을 보냈다가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개인과 개인이 주고받는 메일을 경찰이 어떻게 알았을까요? 제보자는 다름 아닌 ‘구글’이었습니다. 온라인 성범죄를 막기 위해 구글 서비스 내에서 아동 포르노물을 식별하는 시스템이 가동된 것이지요. 


실제로 2013년 6월, 전직 미국 정보기관 국가안보국(NSA)의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전 세계 시민들을 도청, 감청해온 NSA의 기밀문서를 폭로했었습니다. 국가안보국에서 전 세계를 상대로 수집한 불법 도청, 감청 자료는 어마어마한 양이었습니다. 이메일은 물론 통화기록까지 수집되었지요. 많은 사람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의 ‘빅브라더’를 떠올리며 충격을 금치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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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자국과 타국의 데이터를 감시한다는 것은 이제 기정사실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아동 포르노물을 공유하다가 적발된 예는 데이터 감시의 순기능이라 할 수 있고, 많은 사람이 잠재적 범죄자로 오인되며 누군가에 의해 사적인 정보가 감시된다는 것은 분명 역기능으로 보입니다. 결국, 상충하는 가치 중에 어떤 것에 더욱 무게를 두느냐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일 것입니다. 하지만 각각의 의견이 모두 나름의 정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스노든 폭로’가 있었던 후에 1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특별한 조치를 한 나라는 아직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민단체에서 구글을 상대로 개인정보 제공 내용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구글 본사와 구글코리아를 상대로 구글이 미국 정보기관 등 제삼자에게 제공한 개인정보 내역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것인데요. 그 이전에 구글에 정보공개를 요구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받을 수 없었기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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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데이터 감시의 문제점은 감시하는 주체가 너무 쉽게 많은 정보를 취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얘기는 데이터 감시가 범죄예방뿐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도 쓰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미국에서 수집한 정보는 국가안보를 위해 쓰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NSA가 직접 수백만 미국인의 통화 정보를 대량으로 모아 장기간 보관해온 관행에 종지부를 찍고, 앞으로는 해외정보감시법원(FISC)의 허가를 받은 후에만 통신회사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미국자유법’을 통과시켰지만, 통신회사에 요구할 수 있는 정보의 제한규정이 너무 모호해 개정법이 효력을 개시해도 얼마든지 이전처럼 대규모 정보수집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데이터 감시를 가능하게 해준 것은 눈부신 기술발전을 이룬 IT 기업 덕분입니다. 과연 그들의 입장은 어떨까요? 그동안 NSA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보를 제공해온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은 무너진 기업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항의하며 더욱 강력한 개선책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아울러 NSA가 들여다보지 못하도록 e메일을 암호화하는 대처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지요. 그 이유는 고객들이 불안해하기 때문입니다. 그 기업을 믿고 맡긴 데이터가 다른 곳으로 흘러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실제로 계약 취소 등으로 이어지기도 했지요. 큰 손해를 본 IT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국가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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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일어날 범죄를 미리 볼 수 있는 예언자가 나오지요. 그 예언자를 활용해서 범죄가 일어나기 직전에 범인을 체포합니다. 만약 한 시간 뒤에 일어날 살인사건을 예언자가 시스템을 통해 알려주면 범인이 살인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현장을 급습하여 사건을 막는 것입니다. 얼핏 듣기에는 피해자의 희생도 막고, 범인도 잡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의 효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시스템에도 쟁점은 존재합니다. 체포하는 범인이 아직 진짜 범인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살인하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건 아니기에 범행 전에 먼저 체포를 하는 건 불법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범죄의 모의나 계획은 처벌할 수 없습니다. 영화에서도 희생자의 인권과 잠재적 범인의 권리가 상충하는 것입니다. 


데이터 감시도 비슷할 것입니다. 수집된 정보를 통해 국가의 크고 작은 잠재적 위험요소를 없애는 측면과 그로 인해 무분별하게 사생활 침해를 받게 될 일반사람들의 권리가 충돌하는 것이지요. 물론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방하기 위해 너무 많은 희생을 해야 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예방’이 아닐 것입니다.


 

출처_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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