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영화, 블록버스터 보다 문학 소설로 만든 영화는 어떠세요?

2014. 9. 5.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출처_ cultureplanner 



올해 추석연휴에는 극장가에서 재미있는 영화들이 개봉될 예정입니다. ‘타짜-신의 손’, ‘루시’와 같은 대형 블로버스터 영화들과 함께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동시에 쏟아집니다. 게다가 아직 계속된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명량’, ‘해적’ 등의 영화들도 스케일이 크죠. 이렇게 추석연휴 동안 즐길 수 있는 영화는 많습니다. 한편으로는 스케일이 크고 재미만을 쫓는 상업적영화만 가득한 것 같아 보여 우려됩니다.


이런 영화와 달리 한국소설을 소재로 개봉했던 영화들이 있습니다. 시대적인 문제와 생각의 깊이를 담은 대표적인 한국소설이 영상으로 거듭난 것이죠. 단순히 재미만 추구하는 것이 아닌 당시의 삶과 시대를 살아가는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매력이 있죠. 게다가 그 시대에 영화를 봤던 이들에게 추억을 꺼내볼 수 있는 시간도 선물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추석을 맞아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볼 수 있는 한국소설이 원작인 영화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부터 ‘영자의 전성시대’까지 함께 만나보시죠.



 초등학교 학급 속에 우리나라 현대사를 담다


1987년 이상 문학상에서는 시대의 획을 그은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당시의 평론가들이 모두 하나같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작품인데요. 바로 이문열 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입니다. 초등학교 학급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일화를 통해서 우리나라 현대사를 날카롭게 반영해서 그렸다는 평을 받고 있죠. 초등학교 교과서나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지문으로 만나볼 수 있을 정도로 지금도 높은 평을 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소설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유명한데요. 1992년 박종원 감독이 영화로 상영하면서 지금까지도 여러 사람에게 이야기되는 영화로 꼽힙니다. 배우 홍경인 씨가 연기한 ‘엄석대’의 모습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있죠. 영화 속의 대사가 이토록 잊히지 않고 강렬하게 남아 있는 경우도 드물죠. 


“너희는 당연한 너희 몫을 뺏기고도 분한 줄 몰랐고, 또 불의 앞에 굴복하고도 부끄러운 줄을 몰랐어! 그런 너희가 앞으로 어른이 돼서 만들 세상은 상상만 해도 끔찍해! 너희 놈들도 다 똑같은 놈들이야! 이놈들아!”

-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최민식 대사


   

출처_ yes24  / 네이버 영화  



 “경아, 오랜만에 같이 누워보는군.” 이 대사를 기억하시나요?


방송 프로그램 중에서 과거를 풍자하면서 패러디할 때는 꼭 한 번씩은 나왔던 대사가 있습니다. “경아, 오랜만에 같이 누워보는군.”이란 대사인데요. 이 대사는 영화 ‘별들의 고향’에서 나오죠. 1974년에 상영된 영화지만, 당시에는 볼 수 없었던 비 연대기적 배치와 다양한 음향 등으로 이장호 감독의 영상미학을 알 수 있던 작품이죠. 영화 속에서 순진하고 발랄한 ‘경아’라는 여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당시의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에서 도시로 올라온 많은 여자가 호스티스로 일했던 시대 상황을 반영했죠. 


이 작품은 『상도』, 『왕도의 비밀』 등의 베스트 작가 최인호 씨가 1972년 9월부터 1973년 9월까지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장편 소설을 영화로 탄생시킨 작품이죠. 책에서는 1970년대 한국사회가 숨 가쁘게 달리면서 만든 병폐와 참된 사랑이 없는 소외 등을 담고 있어서 화제가 됐습니다. 당시에 100만 부가 팔리는 대기록을 가졌으니 엄청난 베스트셀러였죠. 책으로 발행되기 전에 작가에게 ‘경아’를 더 불행하게 만들지 말라며 협박하는 전화까지 왔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로 당시에는 파격적인 열풍이 불었답니다.


  

출처_ yes24   /  네이버 영화  



 문학계의 거장과 영화계의 거장의 만남


한국을 대표하는 장편소설로 소설가 조정래 씨의 『태백산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0권이나 되는 방대한 내용으로 ‘등장인물 표’를 옆에 두고 읽어야 한다고 얘기할 정도로 다양한 인물이 나옵니다. 좌익운동의 실상을 객관적으로 파헤치며 우리 민족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모순을 비판적 시각으로 다뤘죠. 지금도 80년대 분단문학의 대표작으로 많은 사람이 찾고 있습니다.


이런 태백산맥을 영화 <서편제>로 유명한 임권택 감독이 영화로 탄생시켰습니다. 10권이라는 방대한 분량을 168분의 영상으로 축약했죠. 해방 후 우리나라에 찾아온 좌우익의 대결이 심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좌익으로 몰려서 부당하게 고문을 받거나 죽임을 당한 당시의 아픔을 그려내기 위해 노력했죠. 90년대 당시에 엄청난 스케일과 당시 유명했던 배우들의 출현으로 임권택 감독이라는 거장의 손길을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출처_ yes24  / 네이버 영화  



 1970년대 호스티스 멜로 영화의 대표작, <영자의 전성시대>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는 개봉 당시 엄청난 흥행으로 성공한 작품입니다. 당시 한국에는 외화로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던 영화 <스팅>이 33만 명의 관객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자의 전성시대>가 개봉하고 36만여 명을 기록하면서 엄청난 이슈가 됐죠. 이 영화의 흥행으로 ‘○○의 전성시대’라는 이름이 붙은 아류작들이 속출했을 정도였으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전의 영화들과 다른 영상 감각으로 젊은 세대의 삶을 관찰하고 기록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세대와 그들의 감수성을 알려주는 영화가 되었죠. 당시의 젊은 농촌 처녀들이 걸어야 했던 식모와 버스 차장, 그리고 호스티스로 흘러들어 가야 하는 사회상에 대해 ‘영자’라는 여주인공의 모습으로 대변합니다. 당시 조선일보에서는 “잡초처럼 제멋대로 커 나가는 무서운 아이들의 이야기”라며 새로운 세대에 대한 경계를 보이기도 할 정도로 파격적이었습니다.


이 영화도 원작 소설이 있습니다. 소설가 조선작 씨가 쓴 『영자의 전성시대』가 바로 원작인데요. 밑바닥 인생을 사는 주인공을 등장시켜서 현실 문제성을 실감 나게 서술했죠. 산업사회로 본격적으로 접어든 한국 사회의 새로운 문제인 여성의 상품화 현상을 보여주어, 당시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그려냈죠. 


   

출처_ 네이버 영화  /  네이버 책     



 원작 소설이 있어서 더 재미있는 영화를 보며 추석연휴를 보내세요.


영화를 고르는 것은 각자 자신의 취향에 따라 다릅니다. 추석연휴 동안 볼 수 있는 영화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상업적인 영화만을 선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과거에 나왔던 한국영화 중에도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훌륭한 작품이 많이 있으니까요. 이번 추석에는 영화도 보고 영화를 만들어 낸 우리 문학 작품의 매력에 빠져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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