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 읽는 사람도 빠져드는 ‘그림 소설’ 세 가지

2014. 10. 20.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출처_ 교보문고   



최근에는 글자보다 시각을 자극하는 화려함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사람들도 한 번 잡으면 내려 놓을 수 없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매력적인 그림과 이야기가 어우러진 ‘그림소설’입니다. 빼어난 그림과 알찬 내용으로 책장에서 손을 뗄 수 없는 그림 소설 세 편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출처_  yes24 (좌) / 교보문고 (중) / 교보문고  (우)



 마르셀 프루스트의 명작이 만화로 태어나다 – 만화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하면, 대표적인 작품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꼽습니다. 그가 1913년부터 1927년까지 14년에 걸쳐서 완성한 7권의 장편 소설이죠. 이 소설의 특징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독특한 서술 방식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집요할 정도로 정밀하게 인간 내면과 시대상을 담아냈죠. 


이 작품의 방대한 양 때문에 20세기 최고의 소설이라고 칭해지지만, 많은 사람이 쉽게 엄두를 내지 못했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만화로 부활시킨 책이 있답니다. 바로 열화당에서 출판한 「만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인데요. 최근까지 총 3권으로 원작을 축약해서 보여주고 있답니다. 


한 가지 독특한 방법으로 책을 축약했는데요. 원작의 내용을 짧게 요약하거나 변경하는 방식이 아닌, 원작을 선택적으로 내용을 고르고 소설 문장을 원문 그대로 인용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프루스트 작품에 대한 하나의 ‘해석’이라고 할 수 있죠. 



출처_ 열화당  



 프랑스 남자 ‘장’과 함께 웃고 고민하기 – 무슈 장


악몽과 불면증에 시달리는 소심하고 착해도 너무 착한 남자 ‘장’. 그의 일상 속에서 때론 친구를 만나고 사랑을 하는 모습을 영화처럼 그려낸 그림 소설이 있습니다. 바로 「무슈 장」인데요. 프랑스의 만화가 뒤피 & 베르베리앙이 일상적이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에피소드를 통해서 프랑스 특유의 유머와 가치관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해학과 기지가 가득합니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독자를 매료시킨 남석판 섹스 앤 더 시티’라는 문구가 책 겉면에 적혀있다고 합니다. ‘장’이라는 주인공을 둘러싼 친구들의 사랑, 남녀관계에 대한 내용에서 삶에 대한 깊이와 재미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죠. 요소요소마다 주는 재미와 함께 특별하게 주인공인 ‘장’이 꾸는 악몽을 주의 깊게 보는 것이 좋은데요. 그 속에는 ‘장’의 심리 상태를 콕 집어서 드러내거나 ‘장’이 처한 상황의 아이러니를 강조하는 역할을 해서 더욱 재미를 더합니다. 


프랑스의 자유분방한 사고방식이 담겨 있는 에피소드나 환경은 다소 한국 독자에게 거리감을 줄 수 있지만, 책 속에 수많은 예술가들을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즐거움도 선물합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책장을 넘기면서 ‘장’과 함께 웃고 고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가을 프랑스 남자 ‘장’을 만나보시면 어떨까요?



출처_ comicvine 



 인생의 위기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 아스테리오스 폴립


출간과 동시에 만화계의 주요 상을 석권하고 각종 기관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던 최고의 그래픽 노블(미국 만화계에서 만들어진 소설만큼 깊은 텍스트와 기존의 만화보다 더 예술적인 그림의 결합된 형태)로 평가 받는 작품을 아시나요? 바로 데이비드 마추켈리의 「아스테리오스 폴립」입니다. 성공한 건축가 아스테리오스 폴립에게 갑작스럽게 인생의 위기가 닥쳐오고 그것을 계기로 진정한 자아를 되찾는 여정을 그려냈는데요. 쉬운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로 전개가 되지만, 그 안에 인생의 진정한 의미, 자아의 문제, 예술과 건축 미학 등의 여러 묵직한 주제가 녹아있습니다. 


이 작품에 또 하나의 묘미는 평생을 만화에 바친 작가가 만화 고유의 형식을 다양하게 실험하면서 등장인물마다 서로 다른 말풍선과 서체, 그리고 색채를 사용해서 캐릭터 개성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것입니다. 단 한 번 나오는 엑스트라까지 모두 다른 서체를 사용했다고 하니 작가의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부분이죠.


또한, 작가는 곳곳에 알레고리를 숨겨놨답니다. 쌍둥이 형제로 태어났지만, 다른 형제가 죽고 자신만 살아남은 주인공 아스테리오스의 인생관이 드러나는 장면에는 마트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 알렉상드르 뒤마의 <철가면>, 애드거 앨런 포의 <어셔가의 몰락>이 놓여 있죠. 이 작품 모두 쌍둥이 또는 도플갱어가 등장하는 소설이랍니다. 이런 알레고리를 찾기 위해서 인터넷에는 해당 내용을 정리한 사이트도 있다고 하네요. 숨겨둔 재미를 찾으면서 지적 여행을 떠나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되겠죠?



출처_ 인터파크 



세 권의 그림 소설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표현하는 방식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림으로 되어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몇 번씩 곱씹어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만큼 삶에 대한 생각의 깊이를 안고 있죠.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삶을 지향하는지 알 수 있답니다. 깊어 가는 가을을 맞아서 책을 읽는다면,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 깊이가 다른 그림 소설을 읽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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