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배움터, 예비언론인을 위한 ‘저널리즘 스쿨’

2014. 10. 22. 13:00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출처_ journalism



“언론사에 들어가기 전, 과연 올바른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제대로 논하고 배워본 적이 있을까?”


전직 기자 출신 한 언론학자의 압축적인 한마디입니다. 이것은 언론사 입사 후 하루하루 쫓기며 ‘하루살이’ 생활을 하는 어린 연차의 언론인들이 저널리즘을 고민할 틈이 없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데스크 지시로 현장에 달려가고, 취재하고, 기사를 쓰며 아슬아슬하게 마감을 끝내기 바쁜 그들이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스스로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을 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랍니다. 그래서 언론사 입사 전, 예비 언론인으로서 저널리즘 교육이 더욱 절실하죠. 


국내에는 현재 예비 언론인을 위한 저널리즘 스쿨이 거의 전무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에는 언론인 양성을 위한 저널리즘 스쿨이 보편화됐지만, 국내에는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한 곳뿐이죠. 



출처_ wallpaperban



 국내 유일 저널리즘 스쿨 –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2008년에 설립되어 올해로 6년이 된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올해 7월까지 기자·PD 등 83명, 광고홍보사에 11명 등 94명을 합격시켰습니다. 경향,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등 주요 신문사부터 KBS, MBC 등 방송사, 통신사, 인터넷 신문 등 다양한 매체에 졸업생이 포진해 있죠. 2년 석사 과정이며, 한 기수 재학생은 20명 안팎이랍니다.


초창기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충청북도 제천이라는 지리적 제한이 컸는데요. 이러한 지리적 한계를 장학금을 비롯한 시설 지원 등의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보완했습니다. 그래서 재학생 전원숙식 무료와 2/3의 재학생에게 등록금 40% 감면, 외부 장학금 혜택 등으로 등록금의 3배쯤 되는 질 높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커리큘럼은 실무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요. 전·현직 언론인 출신 전담 교수가 개인별로 글쓰기 첨삭지도와 언론인으로서 갖춰야 할 윤리, 비판 의식을 비롯한 인문사회적 소양을 쌓을 수 있도록 준비 되어 있습니다. 이곳을 졸업한 한 기자는 “개인적으로 학부 전공이 언론 관련 학과가 아니었는데, 언론에 어떤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어떤 언론인이 되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해줘서 유익했다.”라는 말을 남겼죠.


학생들은 배운 내용을 직접 뉴스로 제작해 현장 감각을 익히고 있습니다. 2010년 창간한 온라인 매체 ‘단비뉴스’를 통해 지속적인 활동을 계속 하도록 하고 있죠. 또한, 실제 1년은 1년차 기자, 2년은 2년차 기자, 졸업생은 3년차 기자 이상으로 설정해 훈련시킵니다. 하나의 매체로서 기성언론과 차별화된 의제도 제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죠.


 

출처_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대학 – 미디어’ 간 최초의 산학협력을 시도한 이화여대


일부 대학에서는 비학위 프로그램으로 저널리즘 스쿨을 운영하는 곳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화여대 ‘프런티어 저널리즘 스쿨’인데요. 정규 교육과정은 아니지만, 실무 교육의 커리큘럼을 잘 갖춰 대체재가 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2007년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산하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주관으로 개설했는데요. 지난해 12월 기준 언론계에 98명을 배출했습니다. 총 6개월 과정으로 수강인원은 30여 명이랍니다.


이곳에서는 자기소개서 쓰기 등 언론사 입사 전략을 비롯해 스트레이트 기사·기획기사·방송뉴스 등의 이론과 실습을 병행합니다. 그리고 한국 저널리즘과 해외 최신 트랜드 등 저널리즘 이론과 윤리, 이슈별 보도 특강, 데이터저널리즘, 탐사보도 등의 내용을 교육하고 있죠.


세명대와 마찬가지로 이대 저널리즘 스쿨에서도 자체 매체를 활용하고 있는데요. 바로 ‘스토리 오브 서울’이라는 온라인 매체입니다. 학생들이 직접 뉴스를 생산하고 배급하고 있죠. 지난해 말 SBS문화재단과 공동운영 협약을 체결하며 대학-미디어 그룹 간 최초의 산학 협력이 됐다는 것이 특이합니다. 올해부터는 SBS문화재단 후원을 받아서 수강생 전원이 전액 장학금 혜택을 받게 됐고, 기존 기자 양성 프로그램에 시사교양PD 교육 프로그램도 추가했답니다.


한 가지 산학협력에 대한 의견이 있는데요. 이번 후원이 언론사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저널리즘 스쿨에서 실무와 언론 윤리를 충분히 익힌 예비 언론인들이 언론사에 바로 채용되는 시스템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출처_ 프런티어 저널리즘 스쿨  



 대학 언론 관련 학과 만족도 낮아


대학을 비롯해서 언론사에서도 ‘아카데미’ 형태로 입사 관련 글쓰기 강좌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예비 언론이 외에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어서 전문과정이라고 보기 어렵죠.  


저널리즘 스쿨은 이론 중심의 교과 과정을 벗어나 저널리즘을 이해하고 실무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 있는 110여 개가 넘는 신문방송학, 언론정보학 등 언론 관련 학과들이 많지만, 주로 커뮤니케이션학 등 이론적 학문에 편중되어 있답니다. 


게다가 2005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한 ‘한국의 언론교육과 저널리즘 스쿨’ 연구서에 따르면, 서울 소재 18개 대학 재학생 중 기자직을 희망하는 학생 432명을 대상으로 대학에서 실시하는 저널리즘 과목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이론 과목보다 실습과목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수치를 기록했죠. 이것은 언론사에서 특별히 언론 관련 학과를 선호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현재 시스템 상으로는 언론계에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이죠.



출처_ [연재] 이공계생의 "만들어진 정치•사회 무관심" / 2011.09.14. / 한겨레



 저널리즘 스쿨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제대로 된 보도를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똑같은 팩트를 갖고도 매체별로 너무나 다르다. 외국에서는 저널리즘 스쿨에서 저널리즘의 기본과 표준이 무엇인지 배운다.”라는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원장의 말처럼 국내 저널리즘 스쿨의 갈 길은 아직 멉니다. 


우선 저널리즘 스쿨을 운영할 교수진 구축이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기자·PD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한 실무 교수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이 대다수 학자들의 의견입니다. 한 학자는 학위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곳도 두세 곳으로 정해서 정규 교육 과정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내고 있죠.


이재경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바른 저널리즘을 알지도 못하고, 고민 없이 무작정 뛰어들다보니 취재 자체가 왜곡될 때가 많다. 언론에서 필요로 하는 훈련된 기자를 교육시켜 활용하면 되는데 주먹구구식”이라며 “현실적인 제도가 되려면 사회 전반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질 높은 저널리즘으로 발전하기 위해 저널리즘 스쿨에서 예비 언론인들은 실무 교육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고, 현직 기자들은 커리어를 쌓고 실무형 인재를 기를 수 있어 선순환이 된다.”고 말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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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10월호>에 실린 

강진아 기자협회보 기자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