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으로 삶을 쓰고 힙합은 책으로 태어나다

2014. 10. 23.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출처_  A MATTER OF TIME  

▶  <시문학과 힙합의 아찔한 만남, 시와 랩의 전격 소통작전> 소개 포스트 보러가기 



“책의 정의를 바꿔야 합니다. 저자의 지인 5명만 사도 책이죠.” 


최근 책을 출판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공간이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부근에 문을 열었습니다. 바로 출판복합문화공간 ‘엑스플렉스’인데요. 이곳의 유재건 엑스플렉스 대표는 책을 ‘인류 문화자산의 결정체’로 보는 기존의 출판계 시각이 만든 책에 대한 높은 기준을 낮추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평범한 시민이 나고 자라 취직하고 결혼한 이야기도 책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러한 시도에 힙합평론가 김봉현 씨도 동참했답니다. 그래서 오늘은 다독다독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왜 과거에 책 만드는 기준을 현재에도 적용해야 돼?


과거에 만들어진 책에 대한 기준을 지금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과거에는 책 한 권을 내기 위해서 2000만~3000만원이 들었지만, 지금은 100만~200만원에 낼 수 있죠. 그러니 그때의 기준을 적용하기 보단 출판의 문턱이 낮아져야 합니다.”


유대표는 출판 비용이 줄어들고 대량생산 시대에서 벗어나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를 만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과거처럼 책을 찍어 물류창고에 쌓아둘 필요 없이 POD기술을 도입해서 주문과 함께 책을 제작해 4~5일 내에 독자에게 배송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이렇게 되면 책의 인쇄·보관 등에 드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유명 저자든 무명 저자든 똑같은 출판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죠.


이런 생각으로 엑스플렉스를 출판, 강의 교육, 세미나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곳에서 글쓰기 강의를 듣는 사람 중에서 일정한 수준 이상에 오른 사람이 있으면, 엑스플렉스의 출판 브랜드인 엑스북스에서 책을 출판하도록 돕습니다. 특별히 글 쓰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출처_ 엑스플렉스 페이스북  



힙합평론가가 들려주는 ‘나의 랩 자서전 쓰기’


책에 대한 기준을 낮추려는 시도는 김봉현 힙합평론가의 ‘나의 랩 자서전 쓰기’라는 강의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수강생은 7번의 강의를 듣는 동안 글쓰기의 기본을 배우고 매우 간단한 글쓰기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데요. 강의 제목과 같이 ‘랩’을 통해서 글쓰기를 해야 합니다. 


랩은 흑인음악 장르인 힙합의 한 요소로, 리듬에 맞춰 가사를 읊조리는 형태를 띠죠. 게다가 거기에는 종종 자신의 부, 권력을 자랑하거나 남을 비방하는 내용이 담깁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익숙하지 않고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죠. 하지만 김봉현 힙합평론가는 “힙합은 음악인 동시에 삶의 태도”라며 “자신의 삶을 바꿔나간 과정을 자부하는 래퍼들의 태도를 보통 사람들의 글쓰기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는 힙합에서 주로 이야기하는 자기자랑과 언어유희 등이 ‘나를 표현할 도구’라고 표현합니다. 그런 도구를 통해서 각자의 표현 방식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삶에 반영해보고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강의에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이 글이 되고 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했답니다.


 

출처_  A MATTER OF TIME  



엑스플렉스에서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랩을 활용해서 시 낭독과 결합한 시도도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포에트리 슬램’입니다. 낭독용 시를 쓰고 그 시를 래핑으로 대중에게 전달하는 사람들을 말하는데요. 셰인 코이잔이라는 시인이 대표적입니다. 랩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시를 낭독하는 공연을 했고, 그가 시를 낭독하는 비디오가 조회수 14억이라는 엄청난 수치를 기록하면서 세계에 퍼지기도 했답니다. 지난 포스트의 독讀한 습관 강연자 김경주 시인도 ‘시와 랩의 전격소통작전’이라는 프로젝트를 실행해서 시와 힙합의 교집합인 ‘라임’을 돌려주고자 하는 운동을 계속 하고 있죠. 


이러한 운동은 사람들이 거리를 두던 시에 대해서 조금 더 가까워지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시를 함께 읽을 수 있고, 시를 지어 시집으로 출간하는 발판이 된다고 할 수 있죠. 책 쓰기에 대한 문턱을 낮출 수 있는 또 다른 시도인 것입니다.



출처_ YouTube (A MATTER OF TIME by EtchForte)



이들이 보여주는 시도는 지금까지 기존에 만들어지던 책에 대한 기준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책으로는 만들 수 없을 것 같았던 랩과 힙합 내용도 책으로 만들어져 독자가 읽을 수 있게 됐으니까요. 앞으로도 책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어 많은 사람이 책을 쓰고 출판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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