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과 전자책 베스트셀러를 비교해보니

2011. 8. 1. 13:0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지난 5월 19일 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점 ‘아마존’은 올해 4월 이후 종이책 100권당 전자책은 105권이 팔렸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본격적인 전자책 시대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로 다가오는 분위기인데요.

전자책 시장이 시작된 지 4년 만에 이런 결과가 나오자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조차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전자책이 종이책의 판매량을 넘어설 줄 몰랐다”고 말할 정도로 전자책 판매량이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미국에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교보문고의 통계를 보면 2010년 기준으로 전자책 판매 비중은 종이책에 비해 2%에 불과했었는데요. 지난 5월 발표한 도서 판매량 보고서에서는 하루 평균 전자책 매출액이 1천만원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6배 이상 늘어난 것이죠.

그렇다면 갑작스레 전자책 판매가 급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휴대용 IT 기기들이 점차 일상화 된 이유도 있겠지만, 다른 요인으로는 기존 종이책에서 느낄 수 없었던 전자책만의 독서 환경과 그에 맞는 콘텐츠들이 많아진 이유를 꼽을 수도 있습니다. 


전자책으로 많이 팔리는 책은?

지난 5월 말 기준, 교보문고의 종이책과 전자책 베스트셀러 자료를 보면 판매 서적의 종류가 서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종이책의 경우 <정의란 무엇인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와 같이 철학, 인문 서적이 많이 팔렸고, 전자책은 <168시간 일주일 사용법>, <바보 빅터>와 같은 실용서, 자기계발서 등이 많이 팔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출처: 6월 9일자 한겨레 신문>


이처럼 전자책 베스트셀러의 순위가 종이책과 다른 이유는 구매자 독서 환경의 특징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스마트폰이나 테블릿PC로 봐야하는 전자책은 아무래도 시간 보내기용으로 볼 수 있는 재미있고, 가벼운 내용이 더 선호되기 때문이죠. 

전자책은 작은 화면을 통해 봐야 한다는 특성상 어렵고 복잡한 내용은 쉽게 눈에 들어올 수 없는데요. 그래서 전자책을 소비하는 사용자들은 실용서나 자기계발서처럼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을 더욱 선호한다고 합니다. 

특히 전자책 매출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한 때가 우리나라에 스마트폰 보급이 확대되기 시작한 때와 일치한다고 하는데요. 스마트 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20대가 전자책 구매자의 5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을 보면, 시간 보내기용 책을 선호하는 20대의 독서 특성과 전자책 판매와의 관련성도 있어 보입니다. 

 

                                                         <이미지출처: 서울신문>


무엇보다 이런 책들이 전자책 부문에서 선전하는 이유는 단순히 디지털 기기에서도 쉽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죠. 종이책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짧은 기간 쉽게 읽을 수 있기에 보유한 콘텐츠에 비해서 판매량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합니다.


전자책 판매 급증은 종이책의 위기일까?

스마트 기기의 보급이 점점 늘어나고, 전자책의 판매가 증가하면서 이젠 종이책이 서서히 사라지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전자책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앞으로 종이책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말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죠. 


                                        <태블릿 PC를 들고 있는 남녀, 이미지출처: 서울신문>



아마존에서는 작년에 ‘Kindle 3’라는 전자책 리더기를 합리적인 가격에 보급하면서 전자책 판매에 불을 붙이고 있고, 빠른 속도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데요. 종이책 때문에 유명해진 아마존도 앞으로 성장할 전자책 시장을 발빠르게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종이책 위기론’이 점점 현실로 다가옴을 느끼게 됩니다.

처럼 미국의 아마존 사례를 보면 마치 본격적으로 전자책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는데요. 하지만 국내의 전자책 환경을 보면 종이책의 위기감은 아직도 먼 훗날의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국내에는 전자책 수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판매량은 조금씩 증가한다고 해도 특정 도서에 대한 판매가 증가하는 것이지 모든 전자책이 잘 팔리는 것은 아니라는데요. 이처럼 전자책의 종류가 한정돼 있기에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은 종이책을 더 찾을 수밖에 없죠. 

서점이 아무리 커도 원하는 책이 없다면, 결국 찾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구입하여 읽을 책이 없다는 점은 국내 전자책 시장의 한계라고 볼 수 있는데요. 아마존의 전자책 인기 비결이 풍부한 전자책 종류와 수량에 있다는 점에서 국내 환경과 많이 비교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전자책 시장이 커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전자책 도입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최근 저자 1인 출판사도 등장하고 조금씩 전자책 콘텐츠 수도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 국내에서 전자책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전자책의 편리성과 종이책의 깊이, 승자는?

 

사실 전자책과 종이책은 경쟁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각 플랫폼의 성격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차이가 있기 때문인데요. 

우선 전자책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가격과 편리성을 들 수 있겠죠. 종이책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과 언제 어디서나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고, 가지고 다니기도 편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인터넷 뉴스를 볼 때 기사를 천천히 읽지 않고 대충 눈으로만 보고 창을 닫는 것처럼 전자책도 깊이 있는 읽기를 방해할 수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잡지나 소설처럼 가볍게 볼 수 있는 내용이 전자책에 어울린다고 합니다.

종이책은 전자책에 비해 갖고 다니기에는 다소 불편함이 있겠지만, 책 읽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습니다. 한글자 한글자 집중해서 읽으며 생각하는 여유를 주고, 밑줄도 긋고, 여백에 펜으로 끄적이기도 하면서 책을 읽는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죠. 

무엇보다 전자책 시장이 아무리 커진다고 해도 종이책이 사라질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손으로 종이를 넘기며 읽는 맛’을 절대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게 읽는 재미를 전자책에서는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종이책의 위기는 없을 거라고 주장하는거죠.  

아마존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앞으로 사람들의 책 소비 패턴은 분명히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미국의 전자책 시장에 맞춰 국내의 시장도 변할 수 있구요. 

사실 책 읽기에 있어서 전자책과 종이책 중 어떤 것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책 읽기는 그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다'는 것입니다.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축구게임을 하는 것과 직접 야외에 나가서 축구를 하는 것은 두 가지 모두 즐거움을 주지만 그 느낌을 전달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른 것처럼 전자책과 종이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이 채울 수 없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종이책이 충족시켜주고, 편리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전자책의 긍정적인 공존은 어쩌면 우리 출판 시장을 더욱 풍성하고 다양하게 만들어 줄지도 모르는데요. 둘 중 어떤 것을 통해 즐거움과 유익함을 얻을지는 책을 읽는 독자들의 몫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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