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유료화 서비스의 미래, 독자의 협력 저널리즘에서 해답을…

2014. 12. 10. 13:00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출처_ @WorldNewsWNN



국내 주요 신문사들의 뉴스 유료화가 시행 1년을 맞았습니다.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 경제신문은 신문지면(PDF)을 주상품으로 하는 ‘매경e신문’ ‘한경 플러스’를, 조선일보는 온라인 전용 뉴스 서비스인 ‘프리미엄 조선’을 지난해 공개했지요. 중앙일보는 지난 9월 디지털 구독 플랫폼 ‘조인스’를 공개하며 유료화 대열에 가세했습니다.



 주력 상품-PDF·취재 뒷얘기 


각 신문사의 유료 상품은 대체로 PDF와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중 PDF는 선택과 배치라는 신문사 기사편집의 고유 가치를 내재화한 상품으로 전 연령대에서 익숙한 소비 경험이 장점입니다. 특히 PDF 서비스는 해상도 보정, 인터페이스, 스크랩, 저장, 인쇄, 메모 등 다양한 기술 요소를 갖고 있지요. 모바일 기기 연동을 강조하는 N-스크린 구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PDF는 독자 기술과 데이터 투자에 미흡한 신문사의 내부 여건으로 외부 유통 채널에 오래도록 의존해왔습니다. PDF 유료화 서비스에 필요한 자체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던 만큼 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공을 들였지요. 또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신문지면 제작 공정에서부터 디지털 지면 서비스를 고려하는 업무를 보강했는데요, 지면 강판 이후 끝나던 업무에서 기사 영역(이미지, 제목, 기사)을 묶는 단계를 추가했습니다. 업무의 재정의가 수반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결제 솔루션 등 지불 편의성, 다양한 OS와 사이즈의 기기에서 동일한 접근성도 풀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오프라인 구독자 혜택, 다양한 연계 요금 모델 등 마케팅 정책 문제도 풀어야 했지요. 개인 독자가 아니라 기업(B2B) 가입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만든 전략 상품인 초판 PDF의 경우는 배포 시간 차별화도 기했습니다.


출처_ www.joins.com



반면 취재 뒷얘기는 일종의 ‘미끼 상품’에 해당합니다. ‘매경e신문’은 취재 뒷얘기류인 비하인드 스토리, 스페셜 리포트에 이어 최근 ‘프리미엄 입시 상담’ ‘프리미엄 채용IR’ ‘여행 버킷리스트’ 등을 보강했으며, ‘한경 플러스’는 ‘뉴스 뒤의 뉴스’ ‘머니테크+’ ‘취업과 창업’ ‘오늘의 TESAT’으로 기본 콘텐츠를 갖췄습니다. 최근에는 유료 가입자에 한해 창간호부터 과거 지면(PDF)을 무료로 제공했지요.


서비스를 오픈할 때부터 콘텐츠 물량에서 앞섰던 ‘프리미엄 조선’은 ‘뉴스 인사이드’와 ‘2030 라이프’ ‘건강&다이어트’ 등 온라인 전용 콘텐츠를 선보였습니다. 또 ‘기자들에게 물어보세요’를 비롯 기자들이 직접 연재하는 코너도 운영 중인데요, 특히 로그인을 하면 인물 검색, 사진 DB, NIE 등 조선이 보유한 자원들을 무료로 서비스합니다.


디지털 가판대 성격의 ‘조인스’는 신문 6종과 패션·라이프 12종, 시사경제지 4종 등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산하의 신문과 잡지를 아울렀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로 다양한 분야의 매체를 묶어서 구독하는 결합 상품이 예고된 상태입니다.



 고품질 콘텐츠 위한 조직 개편 필수


신문사들이 기존 자원을 디지털 자산화(Digital Asset)하는데 들인 기술 투자나 내부 조정에 비하면 콘텐츠 수준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용자 경험을 디지털로 확장하는데 초점이 모아지다 보니 ‘킬러 콘텐츠’가 보이지 않아서인데요. 사실 취재 뒷얘기 형식은 기자들의 업무 부담을 최소화 하려는 선택이었지요.


판에 박힌 기존의 뉴스 형식보다 생생한 취재 과정을 공개한다면 의미있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이 콘텐츠가 온전히 자리잡은 것은 아닌데요, 지면에 보도된 기사를 조금 보강한 상태이거나 외신을 번역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어서입니다. 독자들의 호감도를 높이려면 취재원과의 긴장 관계, 뉴스룸 내부의 에피소드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합니다. 또 사안에 따라선 기자의 개인 의견을 부각할 필요도 있습니다. 취재 뒷얘기 중심의 상품 구조를 고수한다면 기자가 스토리텔러로서의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도 병행해야 할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취재 뒷얘기 외에 유료 상품으로 팔 만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후속 작업입니다. 이를 위해 첫째, 종이신문 제작 중심의 뉴스 조직을 바꿔야 하지요. 뉴스 생산 과정이 종이신문에 집중돼 있어 디지털 뉴스의 부가가치 형성과는 한참 거리가 먼데요, 기자들에게 요구하는 역할과 업무도 유료 서비스와 연결시켜 재정의해야 합니다.


둘째, 데이터의 효과적인 관리와 활용을 전체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뉴스 조직의 보유 자원을 자산화하는 것 즉, 단순히 디지털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적재적소에 쓸 수 있게 통합적인 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하지요. 당연히 아카이브나 CMS 같은 인프라가 중요하죠. 특히 데이터를 분류하고 분석, 통찰하는 멀티미디어 인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셋째, 디지털 콘텐츠 가치를 끌어 올리는 전담 조직이 필요합니다. 뉴스 생산 중심에서 유통, 가공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기 위해서인데요, 뉴욕타임스의 ‘스노우폴’처럼 ‘부가적 인지 효과’를 끊임없이 발생하는 뉴스 실험이 장려돼야 합니다. 


 

출처_ Snow Fall - The New York Times



이 관점에서 평균 3만 명 이상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한 두 경제지의 PDF 유료화는 완성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상품입니다. 대다수 신문사도 PDF를 주상품으로 미는 부분은 경계하고 있지요. 특히 미디어 포트폴리오가 월등히 좋은 중앙일보는 JTBC 영상 콘텐츠와 연계한 상품은 물론 디지털+디지털, 디지털+종이매체 간 결합 상품의 확장을 검토 중인데요, 영화 티켓 구매 등 문화 상품과의 접목도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J헬로비전의 티빙(Tving)이나 지상파 콘텐츠 연합플랫폼 푹(Pooq)처럼 타사 콘텐츠를 아우르는 모델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종편채널을 보유한 신문사들은 궁극적으로는 플랫폼의 확장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전자책 유통 플랫폼인 ‘텍스토어’ 서비스 경험이 있는 조선일보는 ‘프리미엄 조선’의 유료화 시기를 몇 차례 연기하면서 기존 서비스 형식에 변화를 고려하고 있으며, 중앙일보도 콘텐츠를 기존 뉴스 외에 라이프스타일 정보로 구분하는 전략을 매만지고 있습니다. 실시간 소비성이 강한 뉴스는 짧은 가치 주기를 갖는데 반해 다양한 데이터는 상대적으로 상품성이 오래 갑니다. 특히 뉴스와 정보를 결합하면 차별적인 개인화 상품도 가능하지요. 기술적으로 편의성을 지원하고 이용자 분석을 통한 타기팅이 최종 과제입니다.



 요원한 포털 탈출하기


하지만 신문사가 뉴스 유료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유통 대책의 정비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최근 조선일보의 네이버 모바일 뉴스 제공은 현재의 시장구조에서 ‘탈포털’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또 다른 신문사는 자체 혁신 보고서를 통해 아예 포털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한국신문협회가 다음카카오의 뉴스 앱인 ‘카카오토픽’에 대해 업계의 공동 대응을 주문한 것은 절박함을 여실히 드러낸 장면입니다. 신문사들이 포털에 제공하는 뉴스의 양을 줄이거나 일정량 이상은 로그인을 통해 뉴스를 보도록 하는 등 뉴스 소비 경험에 최소한의 변화 시도조차 없다면 공짜 뉴스의 덤불에서 유료화는 길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내 신문의 뉴스 유료화는 기존의 뉴스 사이트는 그대로 두고 별도의 접근권이 필요한 플랫폼에서 수익을 노리는 방식입니다. 물론 뉴스콘텐츠를 적극 확산해 많은 독자층과 접점을 맺는 것이 훨씬 유익할 수 있는데요,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인지도 개선, 영향력 제고 등 무형의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방식이든 뉴스 미디어 브랜드에 강한 애착을 갖는 높은 수준의 독자층 보유는 아주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충성도가 강한 독자는 일방적, 수동적 관계에 안주하지 않지요. 이들은 뉴스 조직과 상호적, 협력적 관계를 지향합니다. 이 과정에서 뉴스 조직에 대해 결속감과 유대감을 갖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독자에 비해 지불 의사는 훨씬 강합니다.




 이제 다시, ‘독자’에게로


그런데 대다수 신문사들은 독자의 새로운 위상과 역할을 설계하는 측면은 공란인 상태입니다. 비단 뉴스 유료화뿐만 아니라 디지털 혁신 과정에서도 새로운 독자 관계를 상정하는 일은 처음부터 우선순위가 아니었지요. “불특정 독자를 대상으로 한 유료화는 한계가 있다” “충성도가 높은 독자에게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과제다” “내부 역량 개선과 함께 개인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등 유료화 일선에 선 내부 관계자들은 보다 파괴적인 혁신 즉, 비로소 독자 관계의 개선에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조선일보가 디지털 미디어 부서 확대를 검토하고 독자 접점 강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기술과 인프라, 콘텐츠 투자는 뉴스 유료화를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이제 새로운 차원의 유료화 로드맵을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독자들이 어떤 콘텐츠에 반응하는지 뉴스 유료 플랫폼을 비롯,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해 소비 경향을 파악해야 합니다. 우리 독자가 누구인지, 어떤 기호를 갖고 있는지 이해하는 단계이지요. 둘째, 독자들과 관련된 기본 데이터를 제대로 확보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합니다. 콘텐츠 및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단계입니다. 셋째, 독자와 직접 소통을 확대하고 체계적인 독자 관계 프로그램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뉴스 생산 과정에 독자가 참여하는 협력 저널리즘의 단계입니다.


모든 단계는 오늘날의 뉴스 유료화가 디지털 기술을 집적한 정보 상품에서 독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수렴한 문화 상품이며, 독자와 매체 간 신뢰 관계가 상품의 독보적 가치를 생성하는 것임을 상징합니다. 이는 뉴스 유료화 기반을 갖추는 데까지는 진입한 국내 신문사들이 직면한 과제이기도 하지요. 뉴스 유료화의 운명도 여기서 판가름날 것입니다.


@다독다독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11월호>에 실린

최진순 / 한국경제신문 기자˙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