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화•능동화 경향 뚜렷, TV 시청 시간은 감소

2015. 4. 16. 18:34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2015년 4월호>에 실린 정용찬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정보사회분석실 ICT통계분석센터장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신문이 인터넷 환경에서 유료 독자의 감소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사실은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놀랍지 않은 상식이 되어버렸습니다. 미디어 환경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과연 미디어 소비자의 관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주관하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매년 수행하고 있는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는 이러한 관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가장 큰 변화, 스마트폰 영향력 확대


2014년 조사에서 가장 큰 특징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 스마트폰의 영향력 확대를 들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은 전화 통화와 문자 메신저라는 기존의 전화 기능을 뛰어넘어 음악 듣기, 동영상 이용, 사진 찍기에 활용되는 만능 엔터테인먼트 미디어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요즈음은 신용카드와 지불 기능은 물론, 종류가 많아 일일이 가지고 다니기 귀찮은 포인트카드 역할까지 대신하는 등 그야말로 우리 일상생활 전체를 관여하는 기기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하루 일과를 우리와 함께 하고 잠자리에 들 때도 머리맡에 놓이는 수족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스마트폰의 공세 속에서도 가구 내 TV수상기 보유율은 96.4%로 여전히 가장 보편적인 미디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도는 아니지만 감소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점도 특징적입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PC나 노트북으로도 얼마든지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므로 TV수상기가 가구 필수품이라는 생각은 점점 설득력을 잃어갈 것입니다.


한편 디지털TV 가구 보유율은 74.2%로 증가 추세인데(2013년 조사는 68.3%), 이러한 디지털화는 VOD 이용 기회가 늘어나는 환경을 만들어 방송 콘텐츠 이용 행태가 다변화되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보유율은 남성과 20~40대, 사무직과 고학력(대졸 이상)에서 높게 나타났고 50대의 보유율(72.3%)이 전년(51.3%) 대비 크게 높아지는 특징을 보였습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미디어 이용의 ‘이동화’, ‘개인화’ 특징이 전 연령대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한 트렌드입니다.


스마트폰 보유자 중에서 일주일에 하루 이상 스마트폰으로 TV 프로그램을 보는 비율은 25.8%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10대와 20대의 이용률(각각 35.0%, 32.7%)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아 이들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미디어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한 TV 프로그램 시청은 이동 중(35.3%)은 물론 집에서 이용하는 비율(47.8%)도 높아, 집안에서의 미디어 소비도 가족이 함께 보는 것보다는 각자 취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따로 보는 개인화 경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미디어 이용의 개인화 경향


방송 프로그램 이용에 있어서 TV수상기의 영향력은 여전히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상파방송 실시간 시청 방식으로는 TV수상기 이용이 94.6%, 스마트폰을 이용한 시청이 11.8%로 나타나 다른 매체와 비교하면 TV가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VOD 시청도 TV수상기 이용이 8.2%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PC, 스마트폰을 통한 콘텐츠 이용이 활발하게 진행되지만 TV수상기를 위협할 정도에 이르지는 못한 상황으로 판단됩니다.‘관심 있는 프로그램은 방송 시간에 맞춰서 본다’ 동의(그런 편이다+매우 그렇다)하는 응답이 30.6%로 ‘몰아보기(9.7%)’나 ‘실시간보다VOD 시청 선호(5.7%)’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다만 ‘TV를 혼자 보기를 좋아한다’는 응답도 24.6%로 개인화 경향도 눈에 띄는 현상입니다.




미디어 소비자의 미래


텔레비전 시청을 여가 활동이 아닌 ‘여가 불활동’이라고 평가했던 시절이 있습니다. ‘소유냐 존재냐’의 저자 에리히 프롬의 이런 평가는 1970년대 당시 영향력있는 오락 기기로 군림하면서 소비를 촉진시키는 할을 담당했던 TV에 끌려가는 시청자의 수동성에 주목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수백 개의 채널에서 방송되는 콘텐츠가 넘쳐나고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다양한 영상물이 쌓여 있는 콘텐츠 과잉의 시대에 TV는 더 이상 권력이 아닙니다. ‘개인화’와 ‘능동적 소비’는 게임이나 동, 레저와 같은 대체재가 부각되는 무한경쟁의 시대엔 일종의 트렌드입니다. 능동적 소비자가 주도하는 시대에는 다극화된 시청자의 선호를 분석하기 위한 활동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시청기록뿐 아니라 SNS, 블로그와 같이 분석할 만한 데이터가 양산되는 이른바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과 공간, 단말기의 차원에서 확장하고 있는 미디어 소비는 앞으로 또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요. 진화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기 위한 조사와 분석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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