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저널리즘의 국내외 사례와 전망

2015. 5. 15.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2015년 5월호>에 실린 김윤경 / 이투데이 기획취재팀장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저널리즘에 대한 수많은 수식어들이 있습니다. 정보기술(IT)의 발전과 함께 디지털, 온라인, 쌍방향, 참여 등의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IT와 저널리즘의 훌륭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됐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참으로 특이하게도 포털이 뉴스 유통을 순식간에 장악하게 되면서 이른바 ‘네이버 저널리즘’이 도래했습니다. 포털 친화형 글쓰기 “독자들은 종이 신문을 읽거나 TV 앞에 앉아 뉴스를 보지 않고 네이버를 통해 본다”는 명제 아래 거의 모든 언론이 일제히 네이버 ‘입점’을 위한 맞춤형 기사를 만들기 시작했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선정적인 제목과 사진 게재, 인기 검색어 나열하기, 제목이 다르지만 내용은 거의 같은 유사 기사 만들어 게릴라처럼 많이 뿌리기, 이른바 어뷰징 등이 그 내용입니다.


발로 뛰어 취재하고 차별화된 고품질의 기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이 아주 잊혀진 건 아니지만 시간과 품도 들 뿐더러 그렇게 생산해도 포털 목 좋은 곳에 실리지 않아 독자들에게 읽히지 못하면 ‘꽝’이란 압박감이 우리 언론계엔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기자 생활 20년차에 들어가는 필자는 물론 일반 독자들도 이런 상황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도 함께 했을 것입니다. “아니 이런 기사들을 굳이 사람이 쓸 필요가 있어? 기계가 써도 되지 않겠어”라고. 그만큼 단순 작업이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오토메이티드 인사이츠 플랫폼 위즈스미스

현실이 된 로봇 저널리즘


혁신은 외국 언론에서 시작됐습니다. 뉴스 통신사 AP는 실적 기사는 과감하게 로봇에 맡기기로 했다고 지난해 7월 밝혔습니다. 150~300단어쯤의 간단한 실적 기사는 로봇이 쓰는데, 이게 매 분기 3,000건 가량 됩니다. 로봇 기자가 쓰는 기사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AP는 올해 3월 스포츠 기사 일부도 로봇이 작성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선거 출구조사, 날씨 등도 그렇게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기사 쓰는 로봇, 즉 알고리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미디어에 판매하고 있는 대표적인 회사 중 하나가 내러티브 사이언스입니다. 뉴욕타임스가 이곳에서 만든 알고리즘 스탯멍키를 이용해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의 경우 미국에서 나오는 월간판 기사를 고르는 편집국장이 로봇입니다. 어떤 기사를 넣고 뺄 것인지, 즉 게이트키핑 역할까지도 로봇이 하는 것입니다. 가디언은 영국 내에서는 뉴스페이퍼 클럽과 손잡고 로봇이 기사를 쓰고 골라 ‘더 롱굿 리드(The Long Good Read)’란 주간지를 내는 실험을 했습니다. 24페이지짜리 타블로이드판인 이 신문은 2012년 10월까지 약 2년간 제작됐습니다.

사람 기자 대 로봇 기자의 대결?


로봇이 기사를 쓰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게 되면 당장 기자들의 일자리가 걱정입니다. 로봇 저널리즘은 확장될 것이 분명합니다. 기술의 발전이 기반이 될 것입니다. 빌 게이츠도 스티븐 호킹 박사도 두려워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음성이나 이미지 인식을 하는 딥러닝(deep learning)은 이미 뉴스를 요약하거나 분석하는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고도의 기술을 토대로 풍부해진 텍스트 분석 및 기사 작성 역량을 갖춘 새로운 알고리즘이 덧붙여질 것입니다. 무인기(드론)도 넓은 의미에선 로봇으로 볼 수 있습니다. 드론, 즉 로봇이 직접 취재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게 되면 로봇 저널리즘의 영역은 더 넓어질 것입니다.


‘사람 기자’는 고퀄리티 기사를 써야


보도 자료 리라이팅,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대응 등만 하면서 ‘기자’라고 말하기엔 로봇 보기가 창피해질 수 있습니다. 매우 고색창연한 결론일 수 있지만 취재하고 탐구하고 차별화된 높은 퀄리티의 기사를 쓰는 것이 ‘사람 기자’가 할 일입니다.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도 ‘로봇 저널리즘은 기레기를 대체할 수 있다’는 글을 통해 이를 주장한 바 있습니다. 우리 언론계에선 대개 짜임새나 내용까지도 비슷한 기사들이 대량 생산되고 창의력은 부재하다는것. 오히려 어설프게 창의력을 발휘했다가는 데스크의 불호령을 받으니 기계적인 알고리즘에 복속한다는 얘기입니다. 심지어 로봇은 인간이 갖고 있는 감정 기복도 없고 오타도 덜 낼 것이라며 인간 기자들은 알고리즘 노예생활을 과감히 던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럴 때에야 이런 호기로운 말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로봇 기자가 작성하는 수준의 기사로는 퓰리처상을 타지 못할 것이다.” 이는 최근 가디언 편집국장 후보에도 올랐던 에밀리 벨 컬럼비아대 저널리즘 대학원 디지털 저널리즘 토우 센터 디렉터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