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권장도서 권해주면 안 되는 이유

2011. 8. 9. 09:46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저는 꼬맹이들에게 어울릴만한 그림책과 동화책을 소개하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림책과 동화책 소개를 주로 하다 보니 블로그 이웃 분들께서 자주 던지시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에게 적당한 책을 추천해주세요~”, “아이가 책을 싫어하는데 어떻게 해야 책을 좋아하게 할 수 있을까요?”, “하루에 몇 권이나 읽어주어야 할까요? 맞벌이 부부라서 읽어줄 시간이 없는데요~” 등등입니다. 

보통 이런 질문을 게시판에 남기시면 저는 조금 난감해집니다. 제가 아이들 독서에 관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냥 경험했던 것만을 말씀드리곤 합니다.


우리 아이에게 적당한 책이란?


 


책과 관련된 여러 기관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해마다, 분기별로 아이들 연령대별 권장도서목록을 만듭니다. 그리고는 부모님들에게 권장도서 목록에 있는 책을 아이들에게 읽게 하도록 권고합니다. 

과연 권장도서 목록에 있는 책이라면 어떤 책이건 상관없이 우리 아이가 즐겁게,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까요? 

어떤 부모님들은 권장도서 목록을 아이의 책상 앞에 붙여놓고 차례대로 읽게 한 후 독후감 작성을 강요하시기도 합니다. 과연 이렇게 읽는 책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요? 부모님들께서는 가끔 자신도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으시는 듯 합니다. 

어린 시절 누군가의 강요로 하게 되는 일은 그리 즐겁지도 않았으며 심지어는 너무 싫어서 마음속에 분노가 일기도 했다는 사실을요~ 권장도서 목록은 그야말로 권장사항입니다. 반드시 우리 아이가 읽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며 읽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뒤처지는 것도 아니지요.

우리 아이에게 적당한 책은 그저,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면 됩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도서관, 서점에서 같이 고른 책, 아이가 만족해하며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책이 아이에게 적당한 책이 되는 것이죠. 

아이는 시시각각 관심사가 바뀝니다. 관심사가 바뀔 때마다 아이들의 맘에 드는 책도 바뀌게 되죠. 부모님들께서는 아이가 손에 쥔 그 책을 거부하지만 않으시면 됩니다. 설령 그것이 만화책이라 하더라도 말이죠~^^

스스로 책을 고르는 아이들, 아이들이 고른 책을 존중해주는 부모님들, 그건 결국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신에게 맞는 책을 스스로 선택하는 힘을 기르게 해줄 수 있을 듯 합니다.


아이가 책을 싫어한다면?


 


처음부터 책을 싫어한다기 보다는 환경적인 요인으로 책을 싫어하게 되는 경우를 더 많이 보게 됩니다. 어쩌면 그것은 부모님의 과다한 욕심이 만든 장애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에겐 책보다 훨씬 재미난 놀이들이 많이 있죠. 신나는 컴퓨터게임, 휘황찬란한 TV만화영화,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멋진 장난감 등등…… 솔직하게 말하자면 사실 아이들이 책보다 장난감을 더 좋아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 아닐까요? 

나의 아이만 장난감을 좋아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아이만 게임을 더 좋아하는 것이 아니죠. 어떤 아이건 책보다 장난감을, 책보다 게임을 더 좋아합니다. 책보다 더 재미나니까요~^^ 

그래서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기보다는 환경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하루 몇 시간만이라도 TV를 끄고 부모님께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것이죠. 

온 가족이 온전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하루 30분만이라도 할애를 하신다면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습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엄마, 아빠는 TV앞에 앉아서 아이들에게만 책을 읽으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형벌입니다~ 부모님의 습관이 변하면 아이들의 습관도 변하죠.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루 몇 권이 아이에게 적당할까요?

 



도대체 하루 몇 권을 읽어주면 우리 아이가 똑똑한 아이, 올바른 아이로 자랄 수 있을까요? 맞벌이 부부의 경우 하루가 정말 바쁩니다. 

퇴근 후 집안 정리, 식사, 빨래, 청소까지 하고 나면 그야말로 자야 할 시간입니다. 그 시간을 쪼개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싶습니다. 몸이 솜처럼 늘어진다 하더라도 부모의 의무라는 생각이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이죠.

어떤 분들은 하루 열 권을 읽어줘야 한다는 분도 계시고 최소한 하루 세 권은 읽어줘야 한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하루 한 권을 읽어주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이들이 그냥 가만히 누워서 엄마, 아빠가 읽어주는 대로 듣고만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한 문장 읽어줄 때마다 온갖 질문을 해대고 온갖 엉뚱한 얘기들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그러니 한 권만 읽어줘도 온몸의 진이 다 빠져버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죠~ 저는 부모님들께서 부담감을 떨쳐버리셨으면 합니다. 

하루에 단 한 권이라도 아이들에겐 충분한 독서량입니다. 그러니 단 한 권, 한 페이지를 읽어주더라도 아이에게 짜증내지 않고 자상하게만 읽어주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것으로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런 식의 답변을 드리고 나면 한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왜? 부모님들께서는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시는 것일까요?  왜 그렇게 책을 읽어주지 못해 안달하고 좋은 책을 찾기 위해 각종 정보를 살펴보는 것일까요? 


 


제가 그림책과 동화책을 소개하는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동기 중 하나가 그것이었습니다. 부모님들께서 책을 책으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 아이들에게 책 읽기의 순수한 의미를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림책과 동화책을 소개하는 블로그를 운영하게 된 동기 중 하나였죠.

어떤 사람들은 어린 시절, 독서량이 후천적 영재를 만들 수 있다고 얘기하며 떼를 지어 몰려 다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5살 미만의 아이들에게 장편동화를 읽어주면 아이들에게서 엄청난 재능이 발휘된다고 얘기들을 하죠. 책을 책으로 보지 않는 것이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이유가 다분히 공부와 연관된 것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죠. 물론 책을 읽는다는 의미 중엔 공부와 연관되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는 진정한 의미는 공부가 아니죠.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님들이 책을 읽어줘야 하는 이유는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가장 손쉽고 효과 좋은 방법이라는 데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부모님과의 대화만큼 좋은 교육이 있을까요? 엄마, 아빠와 눈 마주치며 하늘을 얘기하고 별을 얘기하고 달을 얘기하고 공주님, 왕자님을 얘기하는 시간보다 더 행복한 시간이 있을까요? 책은 지나온 사람들과의 대화이며 지나온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부모님들은 그렇게 강력한 도구를 이용해서 아이들과 행복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한번쯤은 부모님들께서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내 아이에게 책을 보여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만약, 책을 읽으며 행복하지 않은 아이라면 부모님께서 책을 잘못 사용하고 계시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책은 단순히 교육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될 듯 합니다. 책을 아이와 부모를 연결하는 대화의 매개체로 사용하신다면 아마도 우리들의 아이들은 우리들이 떠난 그 세상에서도 책을 읽으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것이 가능할 듯 합니다. 

오늘 밤, 아이의 눈을 마주보며 책을 읽어주십시오. 단 한 페이지를 읽어준다 하더라도 아이와 웃으며 마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셨다면 당신도 아이도 행복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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