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더 중요해진 ‘언론사 브랜드’

2015. 5. 22. 14: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2015년 5월호>에 실린 박희창 / 동아일보 디지털퍼스트팀 기자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기자들은 기사를 다 쓴 뒤 방을 나서 ‘IT’에 갑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이걸 온라인에서 예쁘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줘요.’ 그럼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말합니다. ‘이걸요?’ ‘네. 한 시간 안에 해줘요.’” 에밀리오 가르시아 루이스 워싱턴포스트 디지털국장이 말했습니다. 작은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습니다. “‘IT 사람들’이 만들어 가져옵니다. 그걸 본 기자들은 소리를 지릅니다. ‘이게 뭐예요? 제가 말했던 건 이게 아니잖아요. 왜 일을 제대로 못해요!’” 이어진 그의 말에 웃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간혹 한국에서도 똑같이 벌어지는 ‘웃픈(웃기고 슬픈)’ 현실이 겹쳐집니다.


모든 곳에 다르게 실어라!


제16회 온라인저널리즘 국제심포지엄(ISOJ)이 4월 17일부터 이틀 동안 미국 텍사스대(오스틴)에서 열렸습니다. 올해도 전 세계 35개국의 기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구체적인 경험과 사업 현황을 토대로 디지털시대에 언론이 직면한 도전과 관련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됐습니다. 한국 기자단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함께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혁신’이었으며 주요 메시지는 ‘독자 분석 데이터를 통한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로 요약됐습니다.


“매체의 웹 사이트는 독자에게 다가가는 데 있어 점점 덜 중요해지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언론사가 소유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플랫폼 중 하나인 웹 사이트조차도 이제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독자 개발의 예술과 과학: 언론이 유통 경로를 통제하지 않는 세상에서 길을 찾는 법’에서 발표자로 나선 미국의 온라인 매체 더 버지(The Verge)의 헬렌 하블락 독자참여 에디터는 “우리의 젊은 팬들은 우리를 찾아오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가 페리스코프나 위챗 등에서 자신들을 찾아오길 바란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내용을 모든 SNS에 똑같이 올리는 것도 아닙니다. 핀터레스트에서는 이미지를 강조한 기사와 음식, 패션 등을 주로 게재하고 트위터에선 속보성 기사를 트윗하는 것. 스테이스 마르티네 매셔블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요즘은 위챗 등 메신저 서비스에 관심이 많다. 페리스코프와 미어캣 같은 앱도 언론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로 인해 ‘브랜드’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마르티네 CMO는 “이제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플랫폼에 기사를 실어 보낸다”며 “그래서 독자와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의 로고는 뭔가 의미를 지녀야 한다. 우리가 독자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라”고 조언했습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올해 ISOJ의 또 다른 주요 화두는 ‘수익 구조 다변화’였습니다. 전통 매체인 종이신문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신생 매체도 한 목소리로 수익 구조를 다양하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 개편: 네이티브 광고, 크라우드 소싱, 페이월 그리고 수익 구조 다변화’에서 발표자로 나선 짐 모로니 댈러스모닝뉴스 발행인 겸 최고 경영자(CEO)는 “수익 구조 다변화를 통해 올해 우리의 총 수익은 2010년과 비교했을 때 불과 9%포인트 감소에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텍사스 최대 일간지 댈러스모닝뉴스의 수익 중 가장 핵심이 되는 신문광고를 통한 수익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46%에서 2015년 31%로 감소했습니다. 이에 반해 디지털 광고와 마케팅 서비스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전체 수익의 7%에서 17%로 증가했습니다. 모로니 발행인은 “특히 가장 크게 성장한 것은 우리가 2012년부터 적극적으로 구축해 나가고 있는 마케팅 서비스와 마케팅 채널 비즈니스”라고 덧붙였습니다.


수제맥주축제 등 다양한 이벤트도 수익 구조 다변화의 한 방법으로 제시됐습니다. 그러나 이벤트가 전통 매체만의 새로운 수익 창출 통로는 아닙니다. 비영리 언론을 표방하며 2009년 만들어진 온라인 매체 텍사스트리뷴은 일주일에 한 번씩 정치인과의 토크쇼 이벤트를 연다. 또 매년 한 차례 3일 동안 이어지는 ‘텍사스트리뷴 페스티벌’도 주최합니다. 텍사스트리뷴의 존 조던 편집행정국장은 “이 페스티벌로 지난해에만 80만 달러(약 8억 6,000만 원)를 벌었다”고 말했습니다. 


익숙한 잿빛 이야기 두 개


장밋빛 성공담들 사이에서 미디어 비즈니스의 세계적 권위자 로버트 피카드 옥스퍼드대 교수(로이터 연구소 리서치 디렉터)의 ‘우울한’ 기조연설은 유난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가 전해준 잿빛 이야기 하나.


이제 미디어 콘텐츠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기본적인 수단은 화면(스크린)으로 대체됐습니다. 석기시대 인류가 그림을 그렸던 돌을 비롯해 기사가 인쇄돼 전달되는 종이 등의 물리적 미디어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피카드 교수는 “그 크기가 크든 작든 화면의 ‘지배’는 사람들이 정보를 어떻게 인지하고 정보와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를 바꿔놓고 있다”며 “화면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에 종사하고 있지 않다면 당신은 큰 곤경에 처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잿빛 이야기 하나 더. 디지털 뉴스 공급이 전통 언론 매체의 구세주가 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디지털 뉴스만을 지탱할 수 있을 뿐이지 ‘디지털 더하기 프린트’까지 먹여 살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돈을 지불하고 뉴스를 소비하는 행위는 대부분의 곳에서 침체되고 있습니다.


피카드 교수는 “여전히 19세기인 것처럼 뉴스를 준비하고 있다”며 “연구 및 개발팀을 조직하고 기본 전략 목표로 소비와 수익 안정화를 추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학교에서도 퓰리처상을 몇 개씩 받은 30~40년 경험을지닌 기자들을 고용해 학생들을 가르치게 하는 것으론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