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침투해야 뉴스가 산다-다변화되는 언론사 뉴스유통 플랫폼

2015. 6. 11. 14: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성전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기사를 트위터로 처음 접하다


얼마 전 국내 언론에선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고 읽혔던 기사가 있었습니다. 대중문화와 패션 등을 주로 다루는 월간지 <배너티 페어(Vanity Fair)> 6월호의 표지 모델 때문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안면윤곽술로 여성의 외모를 갖게 된 65세의 케이틀린 제너(Caitlyn Jenner)였습니다(성기 제거 수술은 받지 않았답니다). 성전환 전까지 브루스 제너(Bruce Jenner)로 알려졌던 이 여성은 올림픽 표어(Citius, Altius, Fortius: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강하게)를 가장 잘 구현한 ‘만능 스포츠맨’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10종 경기(decathlon: 100m 달리기, 멀리뛰기, 포환던지기, 높이뛰기, 400m 달리기, 100m 허들, 원반던지기, 장대높이뛰기, 창던지기, 1500m 달리기 등 10 종목을 이틀에 걸쳐 진행하는 육상 경기)의 미국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땄으니까요. ‘철인’이 ‘여성’이 됐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들썩거렸습니다. 케이틀린이 첫 번째 트윗을 올린 지 단 4시간 만에 팔로워가 100만 명에 도달했다지요. 오바마가 세웠던 세계 최단기록(5시간 남짓)을 경신(?)했다는 것도 기사가 되었습니다.


사진 출처_http://www.vanityfair.com/hollywood/2015/06/caitlyn-jenner-bruce-cover-annie-leibovitz


젊은 세대일수록 SNS로 뉴스 취사선택…뉴스 유통 다변화


예전 같으면 TV의 지구촌 뉴스나 신문의 해외 토픽에서 봤을 법한 이 뉴스를 저는 ‘트위터’로 접했습니다. 제가 즐겨 찾는 한 분의 트위터에 들어갔다가 그 분이 리트위트한 케이틀린 기사를 보게 된 것이죠. 그리고 ‘페이스북’으로 팔로잉을 하고 있던 시사주간지 <타임(Time)>에서 보내 준 케이틀린 기사를 여러 건 공유했습니다. 포털사이트로 기사를 검색해 본 건 훨씬 나중이었습니다(별로 많지는 않더군요). 이 뉴스를 종이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보도를 했더라도 이 매체들에 대한 이용 빈도가 떨어지니 못 봤을 것이고요). 주관적인 체험을 가지고 일반화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저는 이러한 에피소드가 뉴스 유통 플랫폼이 매스미디어에서 포털 중심의 인터넷으로, 그리고 SNS로 점차 다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뉴스를 보기 위해 개별 언론사 홈페이지를 직접 찾는 수고를 포털사이트가 덜어줬다면, 스마트폰에 익숙한 2030세대들은 회전초밥처럼 각종 뉴스들이 24시간 돌아가는 타임라인에 전시돼 있는 SNS에 접속해 입맛에 맞는 뉴스를 골라보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출처_한겨레


SNS의 ‘역류’…당사자 동의 없이 멘션‧사진 기사화 ‘물의’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SNS가 기존의 매스미디어나 포털사이트를 우회하는 뉴스 유통 네트워크로서 영향력이 커져감에 따라 SNS는 언론사들의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주요 취재원(source)의 역할도 하게 됐습니다. 작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 때 아버지가 교육감으로 부적합하다는 모 후보 딸이 썼던 장문의 비판 글(페이스북)도, 재작년 여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아시아나 여객기 착륙사고 현장소식을 전했던 탑승객의 짧은 단문(트위터)도 모두 SNS를 플랫폼으로 삼아 매스미디어로 ‘역류’한 뉴스였습니다. 이런 변화는 매스미디어에겐 자존심이 상하는 일입니다. 권력기관을 출입하던 기자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사람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를 들어야 하니까요. 심지어 ‘땅콩회항’ 사건 피해자인 항공사 사무장의 사진과 근황을 전했던 한 성우의 트윗을 무단으로 기사화한 경우처럼 당사자의 양해나 동의 없이 SNS에 올라온 멘션이나 사진을 기사거리로 사용하다가 뭇매를 맞기도 합니다.


트위터 공동 창업자 잭 도시_사진 출처_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50323143833



트위터 공동 창업자의 뼈(?) 있는 인사말…“기자들에게 감사한다”


이런 맥락에 비춰보면, 트위터 탄생 9주년을 맞아 올 3월 트위터 공동 창업자 잭 도시가 한 말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트위터가 있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 중에 특별히 감사를 해야 할 사람들이 바로 ‘기자들’이라고 했다는 군요. 저는 이게 단순한 감사의 인사가 아니라 뼈 있는 말처럼 들립니다. 속도와 파급력을 따라갈 수 없는 ‘느린’ 기성 매체들에게 ‘잽싼’ SNS의 등장은 확인이 안 된 사실을 급속하게 유포해 저널리즘의 질을 떨어뜨리는 ‘눈엣가시’였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유명 인사들의 동정과 발언, 사건‧사고를 관찰하고 기사거리를 찾기 위해 콧대 높던 기자들이 주기적으로 드나들고 있는 게 SNS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사의 뉴스를 배포해 광고 수입을 위한 온라인 트래픽을 늘리고 이용자들과 소통하는 플랫폼으로도 SNS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역전된 것이죠. SNS를 하지 않는 기자는 낙종할지도 모릅니다. 잭 도시의 말에서 사건 현장과 이용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해주는 트위터가 기자들의 당초 반감과 달리 저널리즘을 더 훌륭하게 만들어줬다는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출처_기자협회보



기자들 “SNS, 기존 매체 상호 보완…미디어 가치 높다”


2010년 기사이긴 합니다만 <기자협회보>가 트위터 사용이 많은 기자 30명(1천명 이상의 팔로워 보유, 최소 2개월 이상 운영)을 설문조사한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SNS가 기존 매체를 상호 보완할 것이라고 말한 응답자가 절반이 넘는 군요(56.6%). 60%의 기자들이 취재에 도움이 된다고 밝혀서 그랬는지 ‘디지털 뻗치기’(SNS를 계속해서 모니터링하는 것)라는 말이 나올 만큼 트위터가 하나의 출입처가 됐다고 합니다. 언론사에서 SNS 사용을 권장한다는 비율이 93.2%, 하루 평균 20건 이상 글을 올린다는 응답은 40%였습니다. 60%의 기자들은 SNS의 향후 미디어 가치를 높게 평가했습니다. 언론사마다 SNS 활용 보도에 ‘잰걸음’입니다. <한겨레>는 그래픽 디자이너, SNS 담당자, 웹기획자, SNS 관리자, 기자까지 총 10명으로 이뤄진 디지털 콘텐츠 팀이 작년 10월에 구성됐습니다. SBS의 <취재파일>은 심층성을 강화한 뉴스를 제공하는데, 경쟁사들이 눈여겨 볼 만큼 이용자들의 호응이 좋다고 합니다. 3명의 기자들로 짜여진 SNS 캐릭터 ‘향이’ 덕분에 페이스북 ‘좋아요’가 24만 개를 넘어선 <경향신문>도 선전 중입니다. <시사IN>의 고재열‧주진우 기자, SBS 김성준 앵커, CBS 김현정 PD‧변상욱 대기자,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 뉴스타파 최승호 PD‧최경영 기자, <한겨레> 최성진‧허재현 기자 등은 수만에서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확보한 ‘파워 트위터리안’으로 꼽히는 언론인들입니다.


 찾아가는 뉴스 서비스…이용자는 좋겠지만 기자는 피곤해


“젊은 세대들은 갈수록 웹 사이트를 직접 방문하기보다는 뉴스가 직접 자신들을 찾아오길 기대한다는 얘길 자주 듣는다. 이를테면, 소셜 미디어나 알림 기능, 혹은 개인형 서비스 등을 통해 찾아오길 원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중요한 소식이라면 나에게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는 그런 유행에 크게 뒤쳐져 있다.”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에 나온 말입니다. 가판에서 제호와 1면 제목, 사진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나 포털사이트의 선정적 제목 경쟁이나 공통점이 있습니다. 독자가 자신들에게 와주기를 기다렸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독자의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두드리고 그들의 소셜 네트워크로 침투해 입소문을 타서 공유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만들기 위해 더 일해야 합니다. 최적화된 콘텐츠, 차별화된 콘텐츠, 심층적이고 종합‧정리된 콘텐츠를 끊임없이 내놓는 압박을 감수해야 합니다. 이용자들은 훨씬 더 편해지고, 기자들은 훨씬 더 피곤해지겠만 말입니다.


<참고자료>

김영주‧정재민(2014). <소셜 뉴스 유통 플랫폼: SNS와 뉴스 소비>. 서울: 한국언론진흥재단.

설진아(2011). <소셜 미디어와 사회 변동>.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곽선미(2010.8.19.) “SNS,기존매체와 상호 보완재 될 것” 56.6%. 

<기자협회보>.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24022 

김수정(2015.3.28.). 뉴스AS, 더 친절한 기자들…한겨레의 실험은 계속된다. 

<미디어스>.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7542 

김익현(2015.3.23). 트위터 9돌…창업자 “기자들에 감사”. 

<ZDNet Korea> http://www.zdnet.co.kr/news/news_view.asp?artice_id=20150323143833 

김희영(2014.9.23.) 그들의 손을 거치면 SNS가 ‘들썩들썩’. 

<기자협회보>.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34480 

박수진(2015.2.23.). 기자들은 상식도 없나? 내 트윗 맘대로 쓰다니!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79279.html 

New York Times(2014.3.24.). Innovation. 조영신‧박상현 옮김(2014.8). <혁신>.

“Introducing Caitlyn Jenner” http://www.vanityfair.com/hollywood/2015/06/caitlyn-jenner-bruce-cover-

annie-leibovitz 

“Caitlyn Jenner becomes fastest to 1M Twitter followers, besting Obama”

 http://www.politico.com/story/2015/06/caitlyn-jenner-bruce-twitter-followers-record-118509.html

“Finding Political News Online, the Young Pass It On”

 http://www.nytimes.com/2008/03/27/us/politics/27voters.html?_r=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