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무슨 소용? 나의 꿈은 공무원

2015. 6. 18.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갈수록 취업의 문턱이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4년제 대학교를 나와도 좋은 직장에 취직된다는 보장도 없고 굳이 비싼 돈 들여가며 대학 나온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다는 인식이 많습니다. 무엇을 하든 열심히만 하면 꿈은 이뤄진다는 말이 이제 허풍처럼 들립니다. 소 팔아 마련한 등록금으로 열심히 공부해 성공의 기로에 선 이들은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도 모릅니다. 많은 이들이 대학에 가기 위해 노력했고 등록금 마련을 위해 가진 것을 팔거나 힘든 노동을 하고도 취업은 갈수록 힘이 듭니다. 사실 대학을 반드시 나와야 되는 것도 아니지만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면 취업이 보장됐던 시대와 달리 지금은 대학 졸업자 취업률이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보다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고교생들의 공무원 시험 열풍


비싼 돈 주고 취직하기도 힘든 대학에 가느니, 일찌감치 대학을 포기하는 고교생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은 9급 공무원이나 순경 시험에 응시하려는 건데, 지난 해엔 두자릿수 합격자 구직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연령대도 덩달아 낮아지고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지난해 스무살 이하 수험생 3천 800명이 9급 국가직 공무원에 응시했는데 그 중 11명이 합격했습니다. 재작년부터 일반직 9급 공무원 시험 과목에 고교 이수과목이 포함되면서 고교생들 또한 일찌감치 시험을 준비할 수 있어 이점으로 다가올텐데요. 지원 자격도 5급과 7급은 20세 이상만 지원이 가능하지만 9급은 18세 이상부터 지원이 가능해 고교생의 응시율이 늘어난 것입니다. 이를 반영해 고교생들을 위한 공무원 진로직업체험 프로그램도 늘어나고 있으며 고교생만을 위한 공무원 시험 팁이라든지 공무원 취업 박람회장에 고졸채용관을 별도로 신설해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출처_서울신문


예전에는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없거나 특출난 재능이 없을 때 공무원을 택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70년대만 해도 보수적이고 지루하다고 생각 돼 꺼려하던 공무원이 지금은 하고 싶어 발버둥쳐도 얻기 어려운 꿈의 직종이 되어버렸습니다. 대부분 공무원은 지금처럼 사회가 혼란하거나 경제가 위기일 때 인기가 높습니다. 나라 살림이 궁핍했던 시절 박봉에 허덕이던 공무원들의 삶은 전 국민이 선망하는 대상이 됐습니다. 공무원은 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다시 선호직업군이 되었는데요. 그 때부터 청년들은 고용 안정을 직장 선택의 최우선으로 꼽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초등학생에게도 공무원이 꿈이 되어버렸습니다. 공무원을 선택한 이유가 지나치게 현실적입니다. 초등학생에게 조차 진로가 단순히 생계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어버렸습니다. 다양한 꿈을 키웠던 초등학생 때와는 달리 학년이 높아질수록 꿈은 점차 희미해집니다. 어느 설문조사에서 한 학생은 ‘대기업에 들어가기는 어려우니 적당히 대학을 졸업하고 중소기업에 취직해 밥벌이를 하고 싶다’고 답변했습니다. 공무원이 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부모의 영향이 크기도 합니다. 학부모들도 자녀의 진로선택 과정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바라는 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2015 공무원 봉급, 출처_한라일보


정말 공무원만한 직업이 없을까요?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2% 정도로 세계 1위입니다. 따로 공부에 여념하지 않아도 등록금만 들고 가면 입학할 수 있는 대학들도 넘쳐납니다. 개인의 능력보다 학벌을 중시해 온 우리사회에서 배움을 갈고 닦아도 취업난에 허덕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4월 18일 치러진 9급 공무원시험의 평균 경쟁률이 51.6대 1을 기록했습니다. 3700명을 뽑는 데 19만987명이 지원했으니 합격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 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은 그야말로 기세 등등합니다. 


공무원을 꿈꾸는 이들의 첫 번째 이유는 무엇보다 ‘안정성’입니다. 통계청의 ‘2014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13~24세 연령대에서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은 적성·흥미가 34.2% ,수입 27.0%, 안정성 21.3%이었습니다.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은 중학생 16.4%, 고등학생 17.2%, 대학생 24.3%로 상급학교로 갈수록 커졌습니다. 공무원의 기본 월급은 높지 않지만 사기업과 달리 안정적이라는 점과 20년 근무 후 퇴직하게 되면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공무원을 꿈꾸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직업 의식 없이 그저 안정성만 보고 공무원을 하려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특히 대학교는 일찌감치 포기한 채 공무원 시험에 몰두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해야 할 시기에 사회 분위기에 떠밀려 원하지도 않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본인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자기 진로에 대한 충분한 고민도 없이 성급하게 직업을 선택 해 몇 년의 시간을 바치는 것은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신에게 맞는 직업, 자신이 정말 원하는 직업을 선택해야 자신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