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로 다시 주목받는 '시리(SIRI)'

2015. 7. 16.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요즘 얼리어답터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아이템은 당연 애플 워치입니다. 애플이 스마트폰으로 대박을 친 이후 오랜만에 나온 디지털 단말이며 소니, 삼성 등 많은 업체들이 웨어러블 기기 선두 주자로 시계를 선정하고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상태에서 애플은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자못 궁금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애플 워치는 기술적으로만 봐라 본다면 이미 아이폰에서 사용한 기술들을 재활용했을 뿐 참신성은 부족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서 워치로의 플랫폼 변화에 따른 기술의 재해석은 큰 의미가 있을 거 같습니다. 


특히, 재해석 가능성이 가장 많은 기술은 '시리'입니다. 아이폰에서 시리가 처음 등장 했을 때 언론은 크게 주목 했지만 아이폰 사용자 사이에서 시리는 한 두 번 사용 해 볼만한 신기한 기능이었을 뿐 꾸준히 사용 할만한 유용한 기능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워치의 특성 상 터치를 통한 입력이 한계가 있기에 음성으로 조작이 가능한 '시리'가 더욱 주목 받고 있습니다. 가방이나 호주머니에 아이폰을 넣어 둔 상태에서 귀찮게 꺼내 볼 필요 없이 손목만 살짝 올린 후 조작하는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을 활용 할 때와는 전혀 다른 편리함과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인공지능 서비스, 시리의 영향력


아이폰 4S에 탑재 되기 시작해 세상의 관심을 받은 시리 (SIRI, http://siri.com)는 인공 지능 서비스입니다. 영문 기준이긴 하지만, 음성으로 ‘내일 저녁 7시 30 분에 산호세에 있는 IL fornaio 식당에서 2명이 식사 가능 할까요?’ 라고 질문을 하면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가능 여부를 검색 후 ‘네, 7시 30분에 이용 가능합니다’라고 답변을 해 줍니다. 이후 사용자가 원할 경우 바로 예약까지도 마무리 할 수 있습니다. 


시리는 아직 완벽한 서비스는 아닙니다. 사용자들이 일상에서 많이 이용하는 음식점, 영화, 이벤트, 지역, 택시, 날씨에 대한 답을 비교적 정확하게 할 수 있습니다. 구글 같은 일반적인 검색 기술이 별도의 제휴 없이 내부 기술만 활용하는데 비해 시리는 약 30개 대형 브랜드와 제휴를 통해 API 연동을 해 지능을 높이고 있습니다. 시리는 제휴를 확대하고 나의 생활 패턴 등을 추적해 나에게 최적화 된 기능을 제공하려 하고 있습니다. ‘주위에 아직 문 안 닫은 현대 미술을 볼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니?’ ‘거기 어떻게 가야 하지?’ ‘그 근처에 중국이나 일본 음식 잘 하는 곳이 있으면 8시에 예약 좀 해줄래?’’ 라고 말로 이야기하면 처리해 주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입니다. 


명령하지 않아도 알아서 처리해 주는 기술도 연구 중입니다. 예를 들어, 해외 출장 때문에 비행기를 예약해 놓았다. 하지만 비행기 출발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 되면 항공 티켓 예약 시스템은 바로 시리에게 해당 사실을 통보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시리는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들의 스케줄을 확인 후 다시 시간을 잡고 식당 예약을 다시 하는 것입니다. 



국내에도 애플 워치 등장으로 시리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시리는 아쉽게도 한국어에 대해서는 지능(?)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빠르게 머리가 좋아지고 있습니다. 


과연 시리는 어떻게 우리의 말을 척척 알아 듣고 답변하고 행동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역사부터 살펴 볼까요? 애플에 인수 되기 전 시리는 19명의 작은 기업이지만 역사를 타고 올라 가면 하루 아침에 생긴 기업은 아닙니다. 시리의 전신은 SRI International의 칼로 (CALO)라는 인공지능 프로젝트입니다.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DARPA)의 자금으로 운영 되던 대규모 인공지능 연구 프로젝트였습니다. 때문에 칼로 초기에는 인공 지능 기술을 군사용으로 활용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으나 현재는 상업적인 목표로 개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시리 CEO 역시 칼로에 참여를 했으며 창업 후 구글, 야후, 애플, 나사 (NASA), 제록스 연구소, 모토로라 등에서 우수한 인력을 스카우트 해왔습니다. 그렇기에 시리는 애플에 인수되기 전부터 USA TODAY, The New York Times, THE WALL STREET JOURNAL 등 세계적인 언론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시리는 음성으로 동작 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많이 받지만 핵심은 음성 인식 기술이 아닙니다. 사실 음성 인식 기술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기술적 진보가 많이 진행 되었습니다. 사전에 등록 되어 있는 영어 단어는 95% 이상 인식이 가능하고, 간단한 문장도 70% 이상 인식이 가능한 수준까지 기술이 발전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상당한 수준의 음성 인식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글 기준으로 단어는 90% 이상 인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말은 어미의 변화가 심해 영어보다는 문장 인식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스마트폰 등을 통해 검색시 입력 되는 수많은 음성 정보를 저장하고 분석해 패턴을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해외에서는 구글이 선두주자이며, 국내에서는 다음 커뮤니케이션 등이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음성인식보다 더 중요한 검색 기술

 

시리가 사용하는 검색 기술은 울프럼알파(wolframalpha, http://www.wolframalpha.com)입니다. 지금 우리들이 이용하는 네이버와 구글의 검색 기술은 인터넷에서 검색어가 들어간 웹페이지를 자신들만의 정렬 방식을 통해 1등부터 꼴등까지 나열해 줍니다. 그러면 우리는 검색 결과에 나열된 페이지를 하나 하나 열어 보며 추적하듯 정보를 찾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리는 그럴 수 없죠. 하나의 질문이 들어 오면 하나의 검색 결과를 음성으로 변환해 알려줘야 합니다. 울프럼알파는 하나의 검색 결과를 알려주는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검색한 질문에 핵심만 요약해 알려 줍니다. 마치 백과사전처럼 깔끔하게 정리된 검색 결과를 보여 줍니다.


울프럼알파의 특징은 수많은 데이타를 모아서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규칙이나 속성을 분석해 모델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10조개 이상의 데이터를 모아서 5만개 이상의 모델을 만들어 놓았다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울프럼알파도 아직은 모든 분야 답변을 인공 지능 수준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지식이 체계화 되어 있거나 체계화 하기 쉬운 전문분야 혹은 학술 분야 답변들은 놀라운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데 비해 생활 속 정보나 지엽적인 정보는 검색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시리는 이 분야를 지역정보 포탈 등 생활 정보 제공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울프럼알파는 수학, 물리학, 화학, 공학, 우주, 시간, 날씨, 장소/지역, 사람/역사, 문화/미디어, 음악, 세계, 스포츠/게임, 컬러, 경제, 건강/의학, 음식, 교육, 단체/기관, 교통/운송, 기술, 인터넷/컴퓨터에서 핵심을 정리 해 검색 결과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울프럼알파의 저력


울프럼알파가 10조개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해 5만개 이상의 모델을 만들어 놓을 수 있었던 저력은 이미 그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수학, 공학 분야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울프럼알파를 만든 울프럼 리서치 (Wolfram research)는 매스매티카 (Mathematica)로 유명한 회사입니다. 매스매티카는 1988년 처음 출시된 후 계속 버전 업 되어 현재 10.0까지 나와 있습니다. 공학, 과학, 금융 업체와 이공계 연구 분야에서 매우 많이 사용하는 수학 프로그램으로 계산과 관련된 거의 대부분의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수학과 관련된 난이도 높은 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사용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울프럼알파는 매스매티카의 기본 코드를 그대로 사용해 수많은 데이터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모델링 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출판했던 NKS(New kind of science)라는 1280페이지의 과학 백과사전이 기초 데이터가 되었습니다. 하드웨어적으로는 여러 대의 컴퓨터를 연결해 슈퍼 컴퓨터급 클러스터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울프럼 리서치는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스티븐 울프럼(stephen wolfram)이 설립했습니다. 16세에 입자물리학 논문을 내고 17세에 옥스포드 대학교에 입학 후 20세에 박사를 받고 바로 교수가 된 전설적 인물입니다. 


요즘 터미네이터라는 영화가 오랜만에 다시 돌아 왔습니다. 이런 영화를 보다 보면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의 미래가 두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보다 아직은 흥미롭고, 기대되는 서비스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애플워치 출처

애플 공식 홈페이지 (https://www.apple.com/kr/wa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