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통해 평화를 보는 ‘연합국제보도사진전’

2011. 8. 22. 09:05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신문을 펼쳐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기사의 제목, 그리고 사진입니다. 가끔은 긴 글의 기사보다 사진이 우리에게 더 크게 다가올 때도 있구요. 그렇기 때문에 보도사진은 신문에 있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퓰리처상 수상작들만 보더라도 우리는 그 메시지에 잠시 숨이 멎기도 하고, 역사의 순간을 보기도 합니다. 특히 전쟁, 기아, 환경오염과 같은 국제적 문제를 담고 있는 사진들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전세계 사람들에게도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런 보도사진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세계 곳곳의 아픔을 알리며 평화와 공존의 필요함을 알 수 있도록 국내 연합뉴스가 주최하고, 유엔과 외교통상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유엔 새천년개발목표를 위한 연합국제보도사진전>이 ‘문화역서울284’(구 서울역)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문화역서울284>


지난 10일 전시장 중앙홀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박희태 국회의장, 김황식 국무총리,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공모전 심사위원장인 산티아고 라이언 AP통신 사진총괄 부사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진전은 개막을 알렸는데요.

‘유엔새천년개발목표(MDGs)’의 취지와 달성을 포토저널리즘을 통해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세계 71개국 포토저널리스트들의 1천938작품 5천536장의 사진 중 엄정한 심사를 거쳐 결정된 80여 수상작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아픔을 통해 평화를 보는 보도사진전

‘유엔새천년개발목표’는 [극심한 빈곤과 기아퇴치, 초등교육의 완전 보급, 성 평등 촉진과 여권 신장, 유아 사망률 감축, 임산부 건강 개선, 에이즈•말라리아•기타 질병의 퇴치, 환경의 지속 가능성 보장, 개발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발전]을 2015년까지 전 인류가 함께 달성하고자 지난 2000년 설정된 개발목표를 말합니다. 

이 목표들에 부합되는 사진을 중심으로 선보이고 있는 이번 전시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 다르게 생존도 보장 받지 못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난과 빈곤, 자연재해, 불평 등은 지금까지도 항상 존재해왔지만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쉽게 체감할 수는 없었죠.



<사진제공: 연합뉴스>


보도사진을 통해 세계 곳곳의 비극을 바라보면 우리는 잠시나마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꾸밈없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조금은 충격적인 사진들도 있었습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사진을 둘러보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요. 그럼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 8가지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을까요?


새천년개발목표(MDGs) 8개 중 6개는 어린이 인권과 직결

MDG의 첫 번째 목표는 ‘극심한 빈곤과 기아 퇴치’입니다. 전세계 11억명이 하루 1달러로 살아가고 있다는데요. 그래서 빈곤과 기아로 고통받는 인구를 반으로 줄이는 것이 UN의 목표라고 합니다. 기본적인 교육을 받고, 빈곤을 줄이는 것이 결국 인류의 진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진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모하메드 모니루자만’(데일리사마칼, 방글라데시)의 <소년 노동자>라는 사진을 보면 결핵과 같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유해 물질에 노출돼있는 열악한 노동 현장에 있는 소년의 슬픈 눈동자가 안타까움을 느끼게 합니다.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는 길도 없는 곳에 길을 만들어 학교를 가는 아이들과 책상이 없어 길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두번째 목표가 ‘초등교육의 완전 보급’이라고 하는데요. 교육이 결국 나라를 키우는 힘이기 때문에 교육을 받지 못해 낙오되는 아이들이 있어서는 안되겠죠.
 



<사진제공: 연합뉴스>


세번째 목표는 ‘성 평등 촉진과 여권 신장’인데요. 목표 8개 중 6개가 어린이 인권과 직결되어 있다고 말했듯 결국 아이를 낳는 여성들의 문제와 관련이 있는데요. 어린이들의 엄마인 여성들이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해 노동 현장에서 학대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보도사진은 여성들이 맞닥뜨린 부조리한 현실을 개혁하려는 사진가들의 의지와 도전정신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1989년 발표된 국제인권협약을 보면 ‘모든 어린이는 생존과 더불어 식량, 영양, 건강과 안식처, 교육, 참여, 평등과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갖고 태어난다’라고 명시되어 있는데요. 그러나 지금도 매년 1천100만명의 어린이들이 5세 이전에 사망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MDG의 네번째 목표는 ‘유아 사망률 감소’인데요. 이곳의 사진들 중 길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소녀 옆으로 어른들의 발이 무심히 스치는 <거리에서 구걸하는 어린이>라는 사진은 보도사진의 기록과 증언이라는 덕목이 관객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생존을 위해 음식을 훔치고, 심지어 마리화나를 파는 <수용시설에서 생활하는 어린이>는 지금도 생존이 위협받고 있을 어린이들의 모습에 슬픔을 느끼게 됩니다.  

전시관 중간쯤 지나면 아프카니스탄의 한 감옥에서 웃고 있는 모자와 그 앞의 무표정한 두 여인의 모습이 묘한 대비를 이루며 여성문제를 보여주는 <교도소의 모자 동거>가 보입니다. 다섯번째 MDG의 목표는 건강한 모성에 건강한 생명이 자란다는 슬로건으로 임산부의 생존권을 호소하는 ‘임산부 건강 개선’입니다. 

지금도 아프리카에서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각종 질병을 줄이기 위해 ‘에이즈 • 말라리아, 각종 질병의 퇴치’를 여섯번째 목표로 정했는데요. 인류 전체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는 각종 질병은 우리가 큰 관심을 갖고 도와야 할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이웃나라 일본에서 일어난 쓰나미를 통해 자연의 위대함과 동시에 그 무서움을 느낀 경험이 있습니다. 자연재해도 결국 인간이 만드는 재앙이라는 것을 깨우치는 계기가 됐었죠.

지진과 쓰나미가 강타한 마을에서 어머니의 시신이 매장된 폐허에서 무릎을 꿇고 오열하는 ‘세키구치 히로토’(요미우리, 일본)의 <일본 지진과 쓰나미>는 자연 앞에서 무기력한 인간의 감정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MDG의 일곱번째 목표는 ‘환경의 지속 가능성 보장’입니다. 지구의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을 통해 자연은 언제든 우리에게 큰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유엔 새천년개발 마지막 목표는 ‘개발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발전’입니다. 우리 인류의 마지막 과제는 바로 공생과 공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적 연대는 결국 동반 성장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죠. 이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원조 대상국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기본이겠죠?

우리나라의 분단현실을 담은 이산가족 만남의 장면에서 헤어짐에 눈물을 흘리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우리의 현실을 담는 사진이라 더욱 와닿을 것 같습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이 사진전은 이렇게 전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비극을 보여주며 유엔이 추진하는 목표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사진을 보고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도 공감하고, 공존의 필요성을 호소하는 사진전입니다. 

그래서인지 “아픈 사진이 토해내는 상황을 더욱 아픈 시선으로 바라보자”라고 써있던 전시장의 문구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내 주변의 현실이 아니라고 외면하지 말자’ 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전시장을 찾았던 관람객 황정묵(52)씨는 “이 모두가 사진이 아닌 그림이면 좋겠어요 그래도 가슴 아프지만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면 좋겠네요”라는 말을 남기며 사진들 앞에서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9월 30일까지 구 서울역사 전시공간에서 무료로 전시되는 이 사진전에 여러분들도 한번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어떤 훌륭한 연설도, 멋진 글로도 담기 힘든 메시지를 담아 보여주는 보도사진의 가치가 빛나는 사진전이 아닐까 합니다. 

짧은 시간이나마 전세계에 존재하는 아픔을 알고 자신과 주변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사진전 공식 웹사이트: http://www.yipp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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