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외수당 못 받는 등 언론인 처우 열악

2015. 9. 7. 14: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2015년 8월호>에 실린 연합뉴스 미국 특파원 / 이강원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6월 말 새로운 정책과제로 ‘시간외수당’ 문제를 내놓았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구상대로라면 2016년부터는 연봉이 5만 440달러 이하인 경영·관리·전문직 노동자도 주당 노동시간이 40시간을 넘으면 자동적으로 시간외수당을 받게 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힘든 노동에는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도록 해야 한다”며 “이미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고 있는 기업인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과의 경쟁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신문기자는 ‘10대 몰락 직종’


백악관은 이 정책이 실행되면 약 468만 명의 해당 직종 노동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하며, 편의점이나 대형 마트의 관리직 노동자와 패스트푸드 식품점의 부지점장급 노동자들을 대표적인 수혜자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오바마의 시간외수당 정책 구상에 언급되지 않은 대표적인 수혜자는 다름 아닌 언론인들입니다. 허핑턴포스트는 미국 노동부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 언론인의 연봉 중간값은 3만 6,000달러였다고 소개하고, 이를 기준으로 하면 언론인은 새로운 시간외수당 정책의 수혜자가 된다고 적었습니다.


미국에서 언론인들의 처우 악화는 더욱 심각해지며 시간외수당 혜택은 더욱 절실해지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유명 연구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의 자료를 보면 2004년 미국 내 기자의 연봉 중간 값은 3만 1,320달러였습니다. 같은 해 기자를 업무 상대로 하는 미국 내 홍보 전문가의 연봉 중간값은 4만 3,830달러입니다. 홍보전문가가 1달러를 벌 때 기자는 71센트를 벌어들인 것입니다. 그런데 2013년 홍보전문가의 연봉 중간값은 5만 4,940달러로 올랐습니다. 반면에 같은 해 기자들의 연봉 중간값은 3만 5,600달러에 그쳤습니다. 홍보전문가들이 1달러를 버는 사이 기자들은 65센트를 버는데 머물렀습니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언론인에 대한 미국내 선호도는 바닥을 모른 채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미국의 구인·구직 정보업체 커리어캐스트가 선정한 ‘10대 몰락 직종’에는 신문기자가 포함됐습니다.


7월 2일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초과근무 수당 지급대상 확대’ 방안 등에 대해 밝히고 있다. 이 정책이 실행되면 많은 언론인들도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출처_ AP연합뉴스


커리어캐스트는 미국 노동통계국의 고용 전망 자료를 토대로 모든 직종 가운데 고용 하락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으로 우체부를 꼽았고, 이어 농부가 2위, 그 다음이 신문기자로 예상 고용 하락률은 13%나 됐습니다. 인터넷 및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영향력이 급속히 커졌다는 점을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물론 모든 신문기자의 처우가 열악한 것은 아닙니다. 뉴욕타임스는 기자가 주당 40시간 이상 일하면 초과 시간에 대해서는 평소 임금의 1.5배를 받습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를 제외한 미국 내 신문·방송·통신 등 기성 언론사 가운데 시간외수당 혜택을 주는 언론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특히 최근들어 세를 확장하고 있는 디지털·온라인 미디어 매체 역시 시간외수당 문제는 민감한 분야입니다. 워낙 언론인들 노동시간이 길고, 퇴근 뒤에도 트위터 사용 등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등 업무 종료 개념 자체가 희박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허핑턴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발표 이후 검토해보겠다는 다소 적극적인 반응을 내놓았지만, 버즈피드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였습니다. 복스미디어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잘 나가는 온라인 매체도 노조 결성


그나마 전향적인 입장으로 시간외수당 문제를 검토해본다던 허핑턴포스트도 속사정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주지하다시피 허핑턴포스트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온라인 저널리즘의 대명사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2005년 5월 미국의 칼럼니스트인 아리아나 허핑턴이 설립했고, 2011년 2월 미국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AOL이 인수했습니다.


정치, 경제, 연예, 과학기술, 미디어, 국제, 생활·건강 등 폭넓은 주제를 놓고 700명 정도의 기자와 4만 명에 달하는 블로거가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영어판 외에도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주요 언어로 서비스할 정도로 갈수록 세를 넓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허핑턴포스트의 이직률이 이례적으로 높다고 최근 매거진 기사에서 지적했습니다. 심지어 설립자인 아리아나 허핑턴이 출근해 엘리베이터에서 책상까지 걸어가는 사이에 배치된 거의 모든 책상이 잦은 대량 이직으로 텅텅 비어 있었다는 웃지 못할 일화도 있습니다. 이에 허핑턴이 직원들의 대량 이직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직원들을 그가 출근하는 통로에 면한 책상에 옮겨 앉도록 했다는 얘기도 전했습니다. 설립자 허핑턴이 수차례 언론에 나와 “허핑턴포스트에는 휴게실, 낮잠 방까지 갖춰져 있다”면서 직원들의 웰빙을 선전했던 것과는 딴판이라는 것입니다.


출처_이투데이


언론사의 시간외수당 지급은 노조 결성 여부와도 관련돼 있습니다. 노조가 없는 언론사들의 경우 사측이 프리랜서 등 시간외수당 지급을 할 필요가 없는 비정규직 고용을 더 손쉽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언론 노조는 인쇄 부문 등 이른바 ‘블루칼라’ 노조원들이 대거 해고되고, 젊은이들의 평생직장 개념이 희박해지며 조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대표 언론노조 연합단체인 ‘뉴스길드’에는 워싱턴포스트와 로이터 통신 등 올드 미디어 매체 소속원들이 주를 이루는데, 최근에 인기 블로그 네트워크인 ‘고커’가 주요 온라인 매체로는 최초로 이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고커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을 졸업한 뒤 파이낸셜타임스 기자로 일했던 닉 덴튼이 2002년 설립했습니다. 고커에서 일하는 ‘언론 노동자’들은 지난 6월 4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를 거친 끝에 80%가 넘는 찬성률을 얻어 노조를 결성하기로 했습니다. 미국 내 디지털 미디어 언론사 가운데 첫 노조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앞서 밝힌 대로 직원들 대부분이 고커에서 일하는 것을 행복해하면서 “노조는 왜 결성했느냐”는 것입니다. 노조를 설립한 쪽은 당연히 임금과 복지 분야에서 혜택을 얻기 위해 노조가 필요하다고 인정합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 창업 회사들에서 흔히 보이는, 마치 친구 간 대화하는 것 같은 주먹구구식 사내 의사소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도 노조의 목표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만 노조를 통해 기자들의 하루 노동시간, 생산하는 기사량 등을 제한하거나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노조 쪽의 입장이어서 흥미롭습니다. 흔히 말하는 노조와는 사뭇 다른점입니다. 그러자 고커 안팎에서는 “불확실한 미디어 환경 속에서 미디어 관련 노동자들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노조를 결성한 것”이라는 평가와 분석이 나왔습니다. 사양의 길을 걷고 있는 기성 미디어는 물론 ‘잘 나가는’ 신흥 미디어마저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