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품은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을 타고

2015. 9. 11.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경기도민의 발이 되어주는 고마운 전철, 경의중앙선!


평일 아침과 저녁이면 경의중앙선은 수많은 사람들로 붐빕니다. 주말 오전에는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려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와 함께 경의중앙선에 몸을 싣습니다. 경기도 파주시에서 출발해 서울을 지나 양평군까지 가는 경의중앙선은 평일에는 통근수단으로, 주말에는 나들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고마운 교통수단으로 이용됩니다. 원래는 경의선과 중앙선으로 분리되어 운행되던 전철노선이었지만 2014년 12월 27일 이래로 통합되어 경의중앙선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경기도 파주를 출발해 서울을 거쳐 경기도 양평군까지 가는 경의중앙선은 평일에는 37회, 주말에는 35회 운영되어 경기도민의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경기도 파주에 살고 있는 저 또한 서울에 위치한 학교에 가기 위해서 매일 경의중앙선을 이용합니다. 그러나 경의선과 중앙선이 통합되어 노선이 훨씬 더 길어진 이후에도 경의중앙선을 타고 서울 밖을 벗어난 본 적은 없었습니다. 경의중앙선의 오른쪽 끝인 용문이라는 곳이 궁금하긴 했지만 문산에서 왕복 5시간 거리이므로 선뜻 나서지 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5일 이상 경의중앙선을 꼭 이용하지만 늘 노선의 왼쪽 끝인 문산에서 서울까지만 다니는 제가 큰마음을 먹고 홀로 경의중앙선에 탑승했습니다. 문산에서 출발해 경의중앙선을 쭉~ 계속 타고 종착역인 용문까지 당일치기 즉흥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문산~용문, 경의중앙선의 시작과 끝!


여행을 떠나기 전 경의중앙선의 시작과 끝인 문산과 용문에서 잘 알려진 곳은 어디인지 알아보았습니다. 알아본 결과 두 도시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문산과 용문 두 지역 모두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이자 명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두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들은 모두 단순한 관광지 또는 휴양지로서가 아닌 깊은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비록 즉흥적으로 떠나게 된 여행이었지만 우리나라의 역사까지 배우고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여행이 더욱 즐거워졌습니다. 먼저! 문산역이 위치한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에서는 한국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임진각을 목적지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용문역이 위치한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에서는 존재 자체로도 오랜 역사적 가치를 담고 있는 용문사를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전쟁의 역사를 품고 파주의 명소로 거듭난 임진각


경의중앙선의 시작점인 문산역에서 내리면 바로 앞 버스 정류장이 보입니다. 이곳에서 한 시간에 한 대씩 다니는 아담한 크기의 임진각행 마을버스58번을 탈 수 있습니다. 어릴 때 자주 다니던 임진각을 향해 가는 길은 홀로 떠났지만 여행의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시골길을 따라 20여분을 달려 임진각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가는 날이 장날이었습니다. 하필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은 날이 북한의 도발로 인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진행 중이던 날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민간인의 임진각 출입은 통제되었습니다. 할 수 없이 1시간가량 다시 버스를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편으로는 한 민족이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분단되어 아직도 다투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남북 간의 불미스러운 일로 통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건설 된 임진각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습니다. 비록 이 날 직접 임진각에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잊고 있었던 남북 분단의 아픈 역사를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남북의 쓰라린 역사가 담긴 임진각은 휴전선에서 불과 7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관광지로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지어졌습니다. 임진각 건물 내부의 박물관에서도 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자유의 다리는 우리의 아픈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유의 다리는 한국전쟁의 비극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다리입니다. 임진강의 남과 북, 분단된 한반도의 남과 북을 이어주는 유일한 다리로서 분단 이전에 부산을 출발한 경의선이 신의주까지 가기 위해 거쳐 가는 다리였습니다. 상행선이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파괴되어 휴전이 성립된 후 남북간 포로 교환을 위해 1953년 도로교로 세워졌습니다. 다리의 이름이 자유의 다리가 된 이유는 포로 교환 당시 1만 2,773명의 국군포로가 북한의 집요한 설득에도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는 자유를 택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를 기념하기 위하여 ‘자유의 다리’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임진각에는 자유의 다리 이외에도 각종 기념비와 전시 때 사용했던 비행기와 탱크들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전쟁 때 장단역에서 폭격을 맞아 방치되어 있던 기관차도 가져와 전시하며 한민족 내에서 벌어졌던 비극적인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록 아픈 역사를 거쳐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에서 지어진 임진각이지만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파주의 관광명소가 되었습니다. 각종 놀이기구 시설과 식당, 카페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지역의 많은 축제와 행사들이 열리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특히 푸른 잔디밭 위에서 돌아가는 색색의 바람개비가 꽂힌 바람개비 동산은 임진각의 명물로 뽑힙니다. 각종 드라마와 광고 촬영지로 텔레비전에도 많이 등장한 곳으로 가족, 연인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쌓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입니다.

 

임진각 바람개비동산 / 출처_Flickr


천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용문사


임진각에 입장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문산역으로 향했습니다. 문산역에서 용문으로 가는 경의중앙선 열차에 탑승해 무려 2시간 30분을 달려 용문역에 도착했습니다. 용문역에 내리자마자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기지개를 활짝 펴고 인증샷을 남겼습니다. 용문역 1번 출구로 나가니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용문사로 가는 자세한 버스 시간표가 적혀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매 30분마다 용문사로 가는 버스가 운행되고 있어서 처음 가보는 용문사에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용문사 버스 정류장에 내려서 조금 올라가니 매표소가 보였습니다. 2500원을 내고 입장 티켓을 받으면 용문사관광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도착하기 전에는 용문사가 단순한 사찰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용문사에 도달하기 전까지 곳곳에 위치한 많은 볼거리들이 관광객들을 환영하고 있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잔디광장, 야영장, 반딧불이서식지, 양평 친환경농업박물관, 야외공연장으로 안내하는 표지판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오늘 저의 최종 목적지인 용문사 안내 방향을 따라 쭉 올라갔습니다. 얼마가지 않아 용문산용문사라고 쓰여 있는 문이 용문사의 입구를 알리고 있었습니다. 문을 지나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가장자리에 울창한 나무들이 빽빽한 산책로를 걸으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상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한 쪽에 흐르는 깨끗한 개울물 소리는 배경음악으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깨끗한 공기와 함께 가볍게 걸으면서 자연을 만끽했습니다.


길 중간에 잠깐 흔들다리를 건너보기도 하고 연잎으로 만들었다는 일명 ‘연잎파이’도 먹어보았습니다. 귀로는 졸졸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듣고 코로는 싱그러운 자연의 냄새를 맡고, 눈으로는 푸르른 자연을 만끽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용문사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엄청난 크기의 은행나무가 저의 시선을 압도하였습니다. 크기가 너무나 거대해서 카메라에 전체를 담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수령이 무려 1000년이 넘었다는 이 은행나무는 용문사 전체의 역사를 담고 있었습니다. 은행나무 앞에 서서 목을 뒤로 젖혀 은행나무를 바라보니 거룩한 느낌마져 들었습니다. 


용문사 은행나무의 모습


은행나무는 오래된 세월만큼 이에 얽힌 다양한 설화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세자 마의태자가 나라 잃은 설움을 안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심었다고도 하고,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았더니 이 지팡이가 뿌리를 내려 성장한 것이라는 설화 등이 있었습니다. 특히, 은행나무가 오랜 전란 속에서도 불타지 않고 살아남아 천왕목(天王木)이라고도 불러졌다고 합니다.

 

용문사 대웅전 앞에서


은행나무를 지나 용문사의 대웅전을 비롯한 여러 전각과 범종루를 살펴보았습니다. 불교신도는 아니었지만 말로표현하기 힘든 웅장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용문사는 신라 신덕왕 2년(913)에 창건되었습니다. 무려 1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존재해왔기에 사찰 자체가 우리나라 역사의 한 부분이며 많은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특히, 용문사는 대한제국 때는 양평 일대 의병 항일운동의 근거지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의병들은 용문사에 무기와 식량을 비축하며 항일운동을 펼쳤습니다. 이로 인해 1907년 일본군이 용문사에 불을 질러 상당수의 전각이 소실되었습니다. 항일운동의 역사를 안고 있는 용문사를 둘러보는 동안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잠시나마 마음속으로 기릴 수 있었습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웠던 조상들의 투지가 담긴 장소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용문사가 더욱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경의중앙선을 타고 길을 떠났습니다.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달랑 교통카드 한 장만 들고 즉흥적으로 다녀 온 경의중앙선 여행은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경기도를 가로지르는 수도권 전철을 타고 잠시나마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힐링타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잊어서는 안되지만 나도 모르게 잊고 살았던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고 돌아 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하루쯤 시간을 내 역사를 품은 전철 경의중앙선에 탑승해보시기를 추천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