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3번째 위기

2015. 9. 17.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네이버의 주식이 1년 전과 비교 했을 때 반 토막 났습니다. 1년 전만해도 90만원을 바라보던 네이버의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더니 이제는 절반인 40만원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언제까지 떨어질지 모른다는 것이죠. 우리나라 인터넷을 대표하는 기업인 네이버에 대해 내외부에서 모두 위기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국내 인터넷 기업과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네이버의 위기는 단순히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이기에 주의 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을 거 같습니다. 


국내 시장에서도 후발주자로 시작한 네이버는 크게 두차례 위기를 극복하고 국내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네이버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검색 서비스를 시작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네이버가 생기기 전 국내에 이미 여러 검색 업체가 있었습니다. 충남대 화학공학과에 재학 중인 김영렬 씨가 1995년 12월 코시크 (kor-seek.com)를 개발했었으며, 1996년 1월에는 대구대 정보통신공학부에 재학중인 김성훈씨에 의해 ‘까치네’가 개발 되었습니다. 1996년 2월에는 ‘한글과 컴퓨터’에서 최초의 상업적 검색 사이트인 심마니(simmany.hnc.net)를 개발해 인기를 끌었습니다. 야후 코리아는 1997년 9월1일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 = 야후’라는 브랜드가 확고 할 때 였으므로 별다른 노력 없이 서비스 오픈 3개월 만에 1위 사이트로 등극하게 됩니다. 90년대 후반만 해도 한글로 만들어진 사이트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검색 사이트에 정보를 입력해 검색을 해도 검색 결과에 한글로 된 정보가 제대로 나오는 경우가 드물었습니다. 국내 인터넷 사용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죠. 


네이버는 검색 사이트 중에 후발 주자로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는 선발 업체를 이기기 어렵고, 작은 한국 시장에서 1위를 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선발주자들과 다르게 스스로 정보를 쌓기로 합니다. 방법은 크게 2가지였습니다. 


첫째로는 ‘한겨레 신문’에서 만든 ‘DBDic’이라는 사이트를 카피해 ‘지식인’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짝퉁 사이트로 별 인기가 없었지만 DBbic이 서비스 2년만에 무리하게 유료화를 단행하자 사용자를 빼앗아 올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방법은 아르바이트를 동원해 주요 검색어에 대해 직접 결과 검색 상단을 HTML로 만드는 방법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숨겨진 뒷 이야기가 있습니다. 네이버는 1998년 검색 결과를 직접 만든 다음에 시범적으로 메인페이지에 노출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인터넷 업계 종사자들의 커뮤니티인 ‘인터넷 마케팅 포럼 (IMF)‘에서 이슈가 되었습니다. 검색 결과를 생산 후 이를 메인 페이지에 노출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당시 네이버는 정식 출시 전 삼성SDS 내 사내 벤처에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슈가 되었던 이유는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정보를 올려 놓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토론이 의미 있었던 이유는 후에 네이버컴(주)을 창업하게 될 이해진 의장이 직접 답변을 하며 토론에 합류했기 때문입니다. 이해진 의장은 메인 페이지에 아무것도 노출하지 않는 것 보다는 서비스하고 있는 내용을 보여주는 것이 사용자에게 더 좋다고 판단했고, 미국 개인화 사이트인 MY Excite를 참고했다고 답변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를 노출한 이유는 본인이 속해 있는 삼성SDS를 노출하려고 했으나 아직 상장되지 않아서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노출했다고 답변했습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연락 달라는 친절한 마무리를 잊지 않았죠.


담당자가 직접 답변을 하자 처음으로 이슈를 제기했던 회원도 네이버의 정책을 이해한다며 회신을 달았고 이내 곧 다른 회원들도 네이버의 정책을 지지한다는 분위기로 돌아섰습니다. 이후 네이버는 적극적으로 주요 검색어에 대해서 아르바이트를 동원해 상단을 직접 편집하며 정보를 스스로 쌓기 시작했습니다. 한글로 된 홈페이지가 없었던 시절에 지식인과 검색결과 편집을 통해 정보를 스스로 쌓는 정책을 통해 네이버는 후발주자지만 검색 1위 사업자가 되어 다른 모든 국내 검색 사이트가 사라질 때 혼자 생존 할 수 있었습니다. 네이버는 이렇게 첫 번째 위기를 넘었습니다.


네이버 뉴스스탠드


하지만, 이때만 해도 네이버의 영향력은 신문사에 비해 미비했습니다. 지금은 포탈의 영향력과 권력이 더 크지만 당시만 해도 신문사가 포탈에 비해 확실한 우위였죠. 국내 포탈에서 뉴스를 처음으로 볼 수 있었던 곳은 1998년 야후 코리아를 통해서였습니다. 신문사에 부탁을 해 간신히 받은 뉴스를 최근 순으로 정렬해 보여 주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2000년 YTN 기자 생활을 정리하고 야후 코리아로 이직한 A씨는 획기적인 시도를 했습니다. 기존 신문처럼 사회적으로 알리고 싶은 것은 크고 좋은 영역에 배치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잘 보이지 않는 영역에 배치했습니다. 이를 눈 여겨 본 ‘네이버’는 한일 월드컵이 열린 2002년 A씨를 스카우트 했습니다. A씨는 월드컵 경기 내내 네티즌들이 좋아할 만한 기사를 전방위적으로 노출했으며 인터넷의 특징인 댓글과 실시간 기사를 통해 종이 신문을 위기로 몰아 넣었습니다. 기세를 몰아 같은 해 12월에 있었던 대통령 선거에서 기존 언론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함으로 검색을 통한 수동적 정보뿐만 아니라 능동적으로 자신들이 알리고 싶은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의견 선도자로 확실하게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A씨는 네이버에서 큰 인정을 받게 되며 2007년 CEO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최휘영 대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네이버에 의견 선도자로서 영향력 확대는 사업적으로 네이버에 독이 되었습니다. 언론계, 정치계 등으로부터 다양한 외풍에 시달리게 하였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정성 문제였습니다. 인터넷 세상에서 공공재라고 할 수 있는 검색과 뉴스를 같이 한 회사에서 서비스 할 수 있는가라는 공격이었습니다. 회사 분할 등을 통해 검색과 뉴스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하자 네이버는 곤혹스러웠습니다. 구글처럼 네이버는 검색만 할 수 있게 하자는 법적인 움직임까지 있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 역시도 슬기롭게 잘 넘었습니다. 뉴스캐스트라는 이름으로 편집권과 트래픽을 신문사로 넘겨 주는 결단을 하였습니다. 많은 신문사를 우군으로 만들며 그 동안 네이버를 공격하던 여론을 잠잠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최근 주가 하락은 모바일 시장에서 카카오톡에 밀리며 고전하다가 라인이라는 메신저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기대감이 높았는데 이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라인은 국내보다 큰 시장인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았으며, 신흥 시장인 태국에서도 1위 기록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인구가 4번째로 많은 인도네시아에서는 가입자가 크게 늘어 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국내 시장에 안주하던 네이버가 라인을 타고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로 성장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성장세가 점점 둔화 되고 있고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지역 외 많은 지역에서 감소 모습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페이스북이 인수한 왓츠앱이 1위 자리를 내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며, 페이스북 자체 메신저도 점차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라인이 들어 갈 자리가 별로 없습니다. 또 다른 큰 시장인 중국은 자국기업인 텐센트가 ‘QQ메신저’를 통해 안방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라인캐릭터 / 출처_라인홈페이지

스마트폰이 보급된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미 메신저는 필수 어플이 되어 새롭게 개척할 시장이 마땅하지 않고, 차별화 된 기능보다는 시장을 선점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메신저의 특성상 후발 주자로 들어가 역전 홈런을 치기가 쉽지 않기에 라인 입장에서는 고민일 수밖에 없습니다. 수익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데 신규 시장 개척을 위해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다 보니 지난 2분기 발표한 자료를 보면 1분기에 비해 매출이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현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공격적 마케팅 혹은 대규모 인수합병 같은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이어 이번 8월 28일 또 다시 상장을 연기했습니다. 스스로 실적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 없기에 주가 하락이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더 많은 국가로 뻗어나가는 것이 힘들어 질뿐만 아니라 이미 1위가 된 나라에서 진행하는 사업도 신통하지 않은 것도 문제입니다. 라인 뮤직, 라인 망가, 라인 페이, 라인 택시 등이 어느 정도 반응은 있지만 일본, 태국 등의 나라에서 국민 메신저라는 위치를 생각해 볼 때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주춤하는 라인이 반전의 기회를 잡아 다시 재도약해 과거와 같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도약 할 수 있을지 그렇지 못하고 이번에는 뒷방 노인으로 물러날지 가까운 시기 내에 결정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