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도락 여행 중 생긴 깨달음

2015. 9. 30.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이제 긴 연휴도 끝났습니다. 많은 이들이 다시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하루하루를 견뎌내고 있을텐데요. 힘든 일상일지라도 즐거웠던 일을 되새기면 저는 조금이라도 버틸 수 있더라구요.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운 곳에서 온 몸으로 그 분위기를 느끼고 그곳의 문화를 즐기는 것은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 다시금 버텨내기 위한 힘을 충전해주곤 합니다. 저는 최근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요. 여행을 하는 즐거움 중 하나는 ‘금강산도 식후경’, 바로 여행지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죠. 


한국과 유럽의 식문화 무엇이 다른가?



유럽의 식문화를 접하면서 한국의 식문화와 자연스레 비교가 되었고 차이점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가장 큰 차이는 기다리는 것에 있어서의 자세입니다. 한국 사람들을 표현하는 전형적인 단어 중 하나는 ‘빨리’입니다. 우리는 식당에 들어서면 빈자리에 아무데나 앉고는 벨을 누르거나 종업원을 부릅니다. 이 모든 것은 1분 안에 이루어집니다. 이렇다보니 한국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가게에서 손님이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을 받으러 갑니다. 


반면, 유럽 사람들은 우선 식당에 들어서면서 빈자리를 찾아가 앉지 않습니다. 종업원이 와서 자리를 안내해줍니다. 자리에 앉아있으면서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져오기를 기다립니다. 심지어 손님이 많아 바쁜 식당의 경우 10분이고 20분이고 기다립니다. 한참을 기다려 종업원이 메뉴판을 가져오면 가장 먼저 주문하는 것은 신기하게도 음료입니다. 음료와 메뉴를 모두 주문한 직후 음료는 나오는데, 마시면서 메뉴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확실히 대조되지 않나요? 또한, 식사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매우 차이가 납니다. 유럽은 코스요리가 아니라도 애피타이저가 식사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국 음식들을 보면, 애피타이저라고 했을 때 마땅히 떠오르는 음식이 없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식사에 걸리는 시간이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유럽의 식당들은 테이블이 넓지 않았는데, 이것은 하나를 먹으면 그것을 치우고 다음 음식을 내놓기 때문인 듯 했습니다. 또한 오래 앉아도 불편하지 않게 비교적 편안한 의자들을 배치한 듯 했습니다. 반면 한국의 경우는 주문한 음식을 모두 한 번에 놓고 먹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큰 테이블을 두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이 다른 식문화를 만드는가








이러한 차이점들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요? 필자가 판단하기에 이것은 유럽 특유의 ‘여유로움’과 연관이 있습니다. 유럽 특유의 여유로움은 비단 식문화에서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와중에 만난 사람들, 보았던 광경 등에서 유럽인들의 여유로움은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평일 낮에도 공원에 누워 자연을 만끽하는 사람들, 도시 전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조깅을 하는 사람들, 무단횡단이 일상화 된 유럽에서 한 번도 듣지 못한 크랙션 소리 등 유럽 곳곳에 여유로움이 묻어 있었습니다. 심지어 인터넷조차 매우 느렸는데요, 파리에서 만난 한 프랑스인 대학생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그 학생이 말하길, 기술력 부족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람 간의 소통을 중시하기 때문에 빠른 인터넷이 필요하지 않고, 때문에 정부도 기술을 보편화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니, 길을 가다 횡단보도나 길거리에서 처음 마주보는 사람들끼리 인사를 건네고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광경을 유럽에서는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심지어 같은 자리에 앉아서도 휴대전화 메신저를 통해 이야기하곤 하기에, 유럽인들의 이러한 소통은 제게 매우 부러운 것이었습니다.


유럽 사람들이 여유로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행 기간 중에 만났던 몇몇 유럽인들에게 직접 물어보았는데 그들이 하는 말은 하나같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빠르고 서두르는 것이 하나의 미덕이라고 설명했더니 오히려 “빨리 빨리”를 외치는 한국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러한 유럽 사람들의 여유로움은 여행 스타일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한국인은 시간단위로 쪼개 바쁘게 돌아다니는 반면, 유럽 친구들은 여유롭게 늦잠자고 늦게 나와서 주변 잠깐 보고 돌아와 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숙소에서 만난 유럽 각국의 친구들은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쉬고 즐기기 위해 오는 것인데 왜 그렇게 쉬지 않고 힘들게 돌아다니느냐고 제게 물었습니다. 이 질문을 들었을 때는 저도 모르게 멍해졌습니다. 시간이 곧 돈인 한국인들에게는 생각하기 힘든 사고방식이었으니까요.


여유로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문화를 읽어내는 창




문화라는 것은 흔히들 삶의 양식 총체라고 합니다. 때문에 문화를 읽어낼 수 있는 창은 일상의 어디에서든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 여행을 하며 식문화에 주목하였고 이를 통해 유럽 문화의 일부를 읽어내고자 하였습니다. 그 결과로서 여유로운 분위기, 여행 스타일 등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여러분이 다녀왔던 지역에서 느꼈던 작은 무언가를 통해 그 곳의 문화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러한 습관을 들인다면 다음 여행을 할 때, 여러분은 작은 것에서도 큰 의미를 읽어낼 수 있는 멋진 여행가가 되어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