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N으로 살펴 본 개인이 주인이 되는 세상

2015. 10. 15.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그 동안 자본주의 세상을 이끌던 경제 이론의 기본 가설은 모든 사람들이 정보에 완벽히 접근 해 완벽하게 합리적인 결정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 세상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죠. 모든 사람들이 모든 정보에 접근 한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지만 가능하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시간적, 경제적 비용이 너무 커 합리적인 결정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에 접속하면 모든 정보를 검색 할 수 있어 정보 탐색 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졌고 경제 이론이 가설이 아닌 현실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에게도 똑같이 적용 되고 있습니다. 정보 탐색 비용의 감소는 역설적으로 제품과 정보의 평준화, 통일화 현상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생산자들도 정보 탐색 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지자 다른 생산자의 정보를 빠르게 검색해 제품을 비슷하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분은 정보 제공업과 상거래 쪽입니다. 과거에는 신문사마다 각기 다른 신문 기사가 실렸지만 근래에는 발행 시간 차이만 있을 뿐 거의 대부분의 신문 기사가 비슷해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거래에서는 가격 비교 검색 기술의 발전으로 쇼핑에 필요한 정보 검색 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지자 모든 제품들의 가격이 똑같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판매자들이 검색으로 나오는 최소 가격과 동일하게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정보 검색 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지자 동일 시장 내에서는 상품 제공자들끼리 암묵적인 담합이 형성 되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제품과 정보의 차이가 없다는 것은 선택의 어려움을 가중 시킵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과 좋은 정보가 많아도 결국 개인이 소비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품과 정보의 차이가 없어진 시대에 소비자들은 아무 제품을 구입하기보다는 새로운 차이점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신뢰와 권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인터넷 상거래 최고 전략은 경쟁자보다 싸게 파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가격과 제품의 차이가 거의 없어짐에 따라 신뢰도가 매우 중요한 차별화 요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가격이 좀 더 비싸더라도 많은 사람들과의 거래를 통해 신뢰를 쌓은 판매자들에게 소비자들이 몰리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보게 됩니다. 신뢰와 권위가 경쟁 요소인 가격 경쟁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죠. 

 

 

과거에는 권위와 신뢰가 전문 기관으로부터 인정 받은 학위, 자격증 등 사회적으로 인정 받은 특수한 기관의 검증을 통과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SNS, 유튜브 등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개인들도 얻을 수 있는 것이 되었습니다. 연예인이 자신을 따르는 팬을 이용해 사회적으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며 문화 권력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인터넷에서 권위와 신뢰를 쌓은 개인이 우리 사회에 새로운 권력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이 행사하는 권력은 가장 고차원적인 3차 권력이어서 더욱 의미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따르게 하는 권력은 1차 권력이 폭력과 힘을 통한 권력, 2차 권력이 자본을 통한 권력이며 3차 권력은 존경으로부터 나오는 권력입니다. 신뢰와 권위를 통해 획득한 3차 권력은 추종자들의 마음 깊은 곳까지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피상적인 권력인 1차, 2차 권력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이들은 벌써부터 인터넷에서 여론의 향방을 바꾸기도 하고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개인적으로 활동하던 이들이 조직화되는 경향이 확연히 보입니다. 대표적으로는 MCN(Multi Channel Network)이 있습니다. 다중 채널 네트워크 약자이나,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개인들을 관리해 주는 연예기획사와 비슷한 일을 하는 회사입니다. 마케팅, 저작권 관리, 광고 유치 등 영향력 확대와 수익 증대를 위한 다양한 업무를 지원하며 수익을 나눕니다. 대표적인 회사로는 게임 방송을 진행하며 특히 초등학생에게 인기가 높은 양띵 (구독자 55만명), 예쁜 외모와 편안한 진행으로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김이브 (75만명) 등 아프리카TV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BJ들을 주로 관리해주는 ‘트래저 헌터’가 대표적입니다. 

 

CJ E&M의 MCN 브랜드 ‘다이아TV’가 유튜브에 업로드할 ‘뮤토리’ 통기타 강좌를 제작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 전자신문)


온라인에서 개인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자 KBS에서도 MCN 사업에 나섰습니다. ‘KBS 예티’를 만들었으며 ‘김동호’, ‘타나이’, ‘아율’ 등이 속해 있습니다. CJ E&M도 MCN 사업에 적극적입니다. ‘다이아TV’라는 프로젝트를 출범해 1인 방송 제작자들을 지원하겠다고 하며 ‘대도서관’ 등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들의 영향력이 얼마나 될까요? 간접적으로 확인 가능한 것이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입니다. 우리나라 정서상 정확한 수입을 공개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대도서관’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나동현씨가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게임 방송으로 유명한 그의 수입은 이미 공중파에 출연하는 어지간한 인기 연예인을 넘어 선 상태입니다. 그가 공개한 한달 수입이 3,500만원이었습니다. 

 

해외도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개인에 대한 영향력이 공중파 연예인 못지 않거나 오히려 뛰어 넘었습니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가 작년 10대 청소년 1,5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순위를 조사한 결과, 놀랍게도 1~5위가 모두 유튜브 스타들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디즈니는 지난해 약 1조 360억원에 대표적인 MCN인 ‘메이커 스튜디오(Maker Studios)’를 인수했습니다. 유튜브에서 게임 방송으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공포 게임과 액션 게임을 주로 리뷰하는 퓨디파이(PewDiePie)가 소속되어 있습니다. 여성 게임 진행자 중 1위인 다저(DODGER), 패션 비디오 블로거로 유명한 젠 임(JENN IM)등이 속해 있기도 합니다. 드림웍스도 질 수 없는 지라 1억 명의 구독자와 총 시청 건수 100억 건을 기록한 어섬니스TV(awesomeness TV)를 2013년 약1636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아프리카TV BJ '대도서관'의 방송모습 (이미지 출처 - 미디어오늘)

 

현재는, MCN들이 집중하는 분야가 주로 엔터테인먼트쪽입니다. 특히, 게임 분야에서 활동이 두드러집니다. 이들이 소개하는 게임이 크게 주목 받아 게임 순위를 바꿔 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메이커스튜디오 창업자인 셰이 칼 버클러가 자신의 일상 생활에서 겪는 다양한 생각을 유튜브에 올리다 인기 스타가 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얼마든지 시사, 정치, 사회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단순한 즐거움을 주는 현재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위주의 MCN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동일한 사람에게 영향력을 행사 한다고 해도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와 그 사람의 취미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질적 차이가 큽니다.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면 그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부분에 영향을 주지만 취미는 지엽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개인이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를 주도하는 세상이 점차 다가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