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기획에서 중요한 네 가지 사실들

2015. 12. 4. 14: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수많은 종류의 새로운 스마트폰과 SNS들이 출현하고 가상현실에서 홀로그램까지 듣도 보도 못한 별의별 기술들이 등장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콘텐츠는 왕(Contents is king)”이라는 점입니다. 지상에 진정한 창조자는 세 부류가 있습니다. 기술과 기계를 작동시켜 물건을 만드는 노동자, 논과 밭에 씨를 뿌리고 일구어 곡식과 과실을 만드는 농민, 그리고 공감과 감동과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창작자입니다.

전혀 새로운 콘텐츠를 꿈꾸는 창작자들을 위해, 창작자가 되기를 준비하는 예비생들을 위해 콘텐츠 창작과 생산 현장에서 논의되고, 토론되어 오던 내용들과 개인적 경험에 기반하여 콘텐츠 기획에서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네 가지 사실들에 대한 이야기를 작성합니다. 

 

1. 기획의 씨앗은 아이디어이다

 

애초에 기획은 아이디어(idea)를 씨앗으로 발생합니다. 아이디어는 자신의 오랜 경험, 훈련, 협업을 통해 생깁니다. 또는 여러가지 책이나 신문기사나 방송 콘텐츠를 보는 과정에서, 사람들과의 만남과 이야기, 문학 작품에 대한 습작 활동의 결과물로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어떤 책을 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편집자에게 또는 어떤 책을 쓸 것인가를 고민하는 저자에게 아이디어는 느닷없이 찾아오기도 하고 오랜 고민과 의논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합니다.


아이디어가 요구되는 영역은 전통적 제조업에서부터 광고, 홍보, 판매, 제품 개발, 연구, 예술, 출판, 콘텐츠 등 많은 부분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신제품을 위한 아이디어가 중요한 기업들은 몇 개의 좋은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수많은 아이디어를 만드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한 경영 컨설팅 자료에 의하면 프루덴셜 보험사는 1,500개의 아이디어를 만들어 영업에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로 12개를 추렸다고 합니다. 많은 종류의 상품을 개발해야 하거나 콘텐츠 상품처럼 아이디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분야에서는 어디에서나 같은 패턴이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사전에서는 기획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요. 아이디어를 착안, 생각, 착상, 구상, 의견, 암시라고 사전들은 정의하고 있습니다. 철학적으로는 이념, 이데아, 원형, 형상 등으로 번역되며 아이디어를 "주관에 내존하는" 것으로 인간의 심적 의식내용에 의해서 생겨난다고 설명합니다. 아이디어라는 말은 그리스어 이데아(idea)에서 유래합니다. 플라톤(Platon) 철학의 이데아는 객관적인 것 중에서 가장 객관적인 것, 형상, 존재하는 것의 원형을 뜻합니다.

 

사전들은 공통적으로 아이디어를 착안, 생각, 착상, 구상, 의견, 암시라고 정의하고 있다.

 

2. 기획은 사회적 과정이다

 

일본 잡지 『편집회의(編輯會議)』 2000년 12월호에서는 베스트셀러를 기획했던 100명에게 “기획 정보는 주로 어디에서 얻는지”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1순위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고 2순위는 “관심 분야와 기획 분야에 관련된 책, 잡지 등 활자 정보를 읽는 것”이었답니다. 3순위는 “인터넷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머지들로 수집된 것은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름”, “저자와의 대화”, “텔레비전 특강”, “경쟁사의 사례”, “외국 친구로부터의 정보” 등이었습니다.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창작과 생산으로 만드는 과정인 기획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연결망과 다양한 채널들에서 벌어지는 상호작용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 정보, 지식이 교환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기획자는 언제나 동료, 친구, 협업자, 전문가, 지인 등 자신의 사회적 연결망 또는 다양한 채널들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보완합니다. 


따라서 기획자 스스로 남녀노소와 분야를 가리지 않는 사회적 인맥에서 개방적 체계로 신뢰에 기반한 관계를 형성할 수 없다면 상호작용의 채널이 막힐 수밖에 없습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사용하며 경험하면서 느끼고, 즐기고, 몰입하고, 생각하는 모습이 기획하는 사람의 기본 자세입니다. 기획은 사회적 과정에 기반한 개인적 작업이며 그 개방적 관계가 바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작동시키는 보이지 않는 엔진입니다.

 

<캣츠>(CATS). 2007년 바르샤바 공연, 로마 뮤지컬 극장. 아이디어는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책, 신문, 잡지를 읽으면서 또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거나 공연을 보면서 얻기도 한다.

 

3. 차별적 기획의 핵심은 틈새 시장이다
 
제품의 차별화는 다양한 소비자들의 기호와 니즈(needs)에 맞추기 위한 기업의 행동입니다. 소비자들의 소득, 연령, 성격, 기호의 차이는 다양한 니즈를 만들어내고 기업들로 하여금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도록 만듭니다. 뚱뚱한 사람은 바지통이 넓은 청바지를 원합니다. 독신자들은 혼자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재료들을 선호합니다. 단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베이글보다 도넛을 선호합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상품 차별화에 대한 요구는 심화됩니다. 국내에서 소비자들의 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생산되는 자동차의 경우에도 20년 전에 비해서 자동차의 종류와 색상 형태 등이 많이 다양해졌습니다. 따라서 기획자들은 소비자들의 특정한 욕구들이 형성한 틈새 시장(niche market)을 차지하기 위해 차별화된 제품을 기획, 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품의 차별화로 인하여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특정 상표의 상품만을 고집하고 다른 상표의 상품은 배척하는 경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흡연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신이 선호하는 특정한 상표의 담배만을 고집스럽게 구매합니다. 그 특정한 상표의 담배를 생산하는 기업은 독점의 지위를 차지하는 셈입니다. 즉 담배라는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다수이므로 경쟁적이지만 소비자가 구매하는 특정한 상표의 담배는 하나의 기업에 의해 공급되는 독점의 형태가 나타납니다. 이와 같이 많은 기업이 경쟁적으로 차별화된 제품을 공급하는 특징을 갖는 산업을 독점적 경쟁이라고 합니다.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온라인 판매와 오픈 마켓, 소셜 커머스 시장이 확대 되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기회가 크게 늘어나고 거래와 유통 비용이 떨어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작은 수요라고 무시되던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시장의 이러한 변화를 롱테일 법칙(Long Tail Theory)이라고 부릅니다. 얇고 가늘던 꼬리 부분이 두껍고 긴 공룡의 꼬리로 변하고 있습니다.

 

거래와 유통 비용이 떨어짐에 따라 상대적으로 작은 수요라고 무시되던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를 롱테일 법칙이라고 부른다.

 

4. 고객의 니즈가 기획의 중심이다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책 등 거의 모든 콘텐츠 창작 활동은 시장에 거래되는 상품을 생산하는 활동입니다. 따라서 구매를 하려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적합한 상품으로 소비자들에게 가치 제안을 할 수 있어야 생명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니즈(needs)는 욕구 또는 욕망과 관련된 용어로서 사전적으로 생물이 어떠한 혜택을 누리고자 하는 감정으로,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한 느낌이 강합니다.


니즈에 적합한 상품을 개발한 하나의 사례를 1997년 존스 소다의 웹사이트를 통한 출시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제품에 대한 색상과 브랜드명, 향, 카피에 대한 수백 건의 코멘트에 대해 온라인 투표가 실시되어 제품에 반영하면서 라벨의 사진 이미지조차도 고객들이 보내온 이미지를 사용하는 과정들을 통해 열성 고객을 확보해 나갑니다.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벌이는 코카콜라 같은 시장의 선도 업체에 비해 존스 소다는 틈새 시장 고객에 집중합니다.


경영에서 욕구란 고객이 원하는 바 또는 고객이 구매 행위를 통해 얻고자 하는 무언가를 뜻하는 말합니다. 출판 기획에서는 예상되는 독자들이 어떤 책을 원하는지에 대한 조사와 분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소비자의 니즈는 타고난 감각으로 파악될 수도 있지만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판단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자신들의 상품에 대해 고객 만족도 조사를 하거나 새로운 상품 기획을 위해 광범한 조사를 실행하며 심지어는 기획 단계에 열성적인 고객을 참여시키는 현상도 보여지고 있습니다.



기획 작업을 위한 시장 조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창작하고 생산하려는 분야와 주제의 책들이 최근 어떠한 매출을 보였는지 어떠한 반응을 얻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벤치마킹을 할 만한 상품을 만들어낸 창작자, 기획자와 만남을 가질 수도 있으며 그 콘텐츠를 사용한 사람들과의 토론을 통해 자료를 수집할 수도 있으며 관련 분야 전문가와 심층면접을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이용하여 구글 서베이 도구를 사용하여 소비자들에게 이벤트를 벌이는 사례도 자주 발견됩니다. 문제는 기획을 위한 현장 중심의 자료 수집과 분석을 벌이는 데 있습니다.

 

사진 출처
1.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Koty.jpg
2. https://en.wikipedia.org/wiki/Long_tail
2. http://www.jonesso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