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간 뉴스] 과거로부터 꺼내 본 '첫눈' 오는 날

2015. 12. 7. 14:00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언제 들어도 설레는 두 글자 ‘첫눈'. 그 마음이야 과거나 지금이나, 어른이나 아이나 다를 게 없을 겁니다. 지난주엔 전국각지에 첫눈이 내렸지요. 다들 첫눈 오는 날 어떻게 보내셨나요? 


오늘은 아이의 시선으로 첫눈을 바라본 두 이야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지금과는 문법이나 어휘의 사용에서 많은 차이가 있지만 손대면 맛이 떨어질까 하여 꾹 참고 손대지 않았습니다. 역시 꾹 참고 읽어주세요. 금방 익숙해지실 거에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첫번째 글 - 첫눈 


1938. 11. 27 동아일보 4면 - 첫눈


날이또 갑작히 으르르해오니까 눈사람을 만들고놀생각이나서 즐거워진다 어름도 지치고먼산에 싸인눈을 바라다보며 작문도짓고 스켓취도할생각을하니 더욱유쾌해진다.


나는자다가 눈온꿈을 두번이나 꾸엇습니다 꿈을꿀때는일어나는길로 문먼저 열어본다 간밤에도 이불속에 들어가면서


“이러케 치운걸 보면 낼 아침은 눈이 올케라"


하고 생각햇으나 아침에 일어나보니 해가쨍쨍하다 그래서


“에이참 올핸 웨 여태 눈이 안올까. 싸래기 눈이라도 좀 왓으면."


하고 중얼거리니까 출장가섯다가 그저께 오신 아버지가


“올치 아버지가 출장간동안에는 막 늦잠을 잣꾸나” 하신다.


나는 그게 무슨말슴인가 햇더니 나종에 어머니께 말슴을 들으니 벌서보름이나전에눈이온것을 내가 늦잠을 자느라고못보앗엇느니라고 하신다.


그짓말이란 참 어려운것이라고 생각햇다.


두번째 글, 기다리는 첫눈


1940. 1. 26. 동아일보 '첫눈 오던날’ 중


아침에 이러나 보니하늘은 무엇인지 못마땅한듯이  몸씨도 찝흐리고 잇엇읍니다.


“아마 무에 올까보다"


벌서 달포나 병환으로 누어게신 어머님이이러나 앉으셔서 문지방을 붓잡으시고 밖을내다 보시며 말슴하셧읍니다.


“아마 비가올랴나봐 어머니"


“예라 이녀석 이러케 날이 쌀쌀한데비가오다니?"


“그럼?"


“눈이오시겟지. 눈올때두 되지안헛니?"


“눈"


눈!눈!눈! 그래눈이온다. 어머니는 천기를 썩잘보시니깐 틀림없이 눈이온다. 하얀첫눈이 송이송이 쏟아진다.


눈이온다고생각하니나는 기뻣습니다. 첫눈이오면 나는곧”나의썰매”를타고 아버지가게신 언덕을 찾어가기때문입니다. 아버지는 이 치운데땅밑에서 어떠케 지내실까?


그게 벌서 일년전일입니다. 나는 썰매가타고싶엇읍니다. 그러나 동리아이들이 저마다 타고 노는 그 흔한썰매가 내게는 없엇읍니다. 그러나 병환으로누어게신 아버지를 졸라댈수도 없엇읍니다.


하로는 참다 못해서”아버지! 나는 썰매맨드럿으면….”하고는아버지의 얼골을 살펴보앗읍니다. “응 썰매!그까짓꺼 맨드러주마꾸”하시며 아버지는 편치안흐신데 그만두시라고 햇으나 그날썰매를 맨드러 주섯읍니다.


“네가 웬썰매를 잘 타겟니?"


“왜못타요?암만 큰 언덕이라도 막나려 가요"


 “어디 내가 나커던 너썰매타는걸 좀보겟다"


이러케 말슴하신 아버지는 그후 한달도채못되어 언덕으로가섯읍니다.


그후 눈은 오지안코 봄이 돌아오고 마럿기때문에 나의썰매는 한번도못타보고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맞이햇읍니다.


마음이 따듯해 지셨나요? 글을 읽으면서 각자 어릴 적 첫눈을 떠올려보지 않으셨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럼, 감기 조심하시고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엄마 잔소리^^;)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