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지도를 받은 내가 친구를 이길 수 없었던 이유

2011. 8. 29. 09:0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신문은 우리 생활에서 불필요한 것이라 생각했고 또한 나의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
각조차 하지 못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나는 신문이 우리 생활에서 꼭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끼는 계기를 만나게 되었다.

새 학기가 되자 선생님께서는 신문은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지식 덩어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며 구독자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선생님의 눈을 회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우리로 인해 선생님의 눈이 일그러졌지만 딱 한 명의 아이 때문에 선생님의 눈은 다시 활짝 웃게 됐다. 하지만 나의 눈은 찌푸러지고 말았다.


 


그 아이는 항상 내가 1등을 할 수 있는 영광을 빼앗아 갔고 나의 승부욕을 채찍질하는 경쟁자였기 때문이다. 이런 날들이 몇 달이 지나고 선생님은 종례시간에 우리에게 하나의 공지문을 주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비판하고 싶었던 내용을 원고지에 10장 이내로 써오라는 내용이었다. 자원자가 있느냐는 선생님 말씀이 떨어지기 무섭게 딱 두 명이 손을 들었다. 나와 영원한
라이벌 은비였다. 선생님은 우리를 웃는 얼굴로 보시며 둘 중에 한 명은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고 종례를 마쳤다.

나는 집에 가자마자 논술 선생님의 힘을 빌려 일대일 개인 교습을 받았고 며칠 후 제출 날짜가 다가왔다. 꼭 상을 받고 싶은 나에 비해 내 라이벌은 해맑은 표정을 지었고 나는 그런 그 아이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 후 며칠이 지나고 발표날이 왔고 선생님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 나는 선생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그 말은 나의 귀를 무안하게만 했다.


“우리반의 은비가 금상을 받았네. 얘들아, 축하해줘.”
아이들은 은비를 축하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고 내가 상을 못 탄 이유를 알아야 했다.
“선생님 저는 논술 선생님한테 배운 실력이고 은비는 아닌데 어떻게 제가 상을 못 받죠?”
흥분한 나의 목소리에 선생님은 차갑고 차분한 목소리로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은비는 글쓰기 전문 선생님에게 배우지 않았어도 신문을 읽으면서 저절로 비판하는 능력이 길러졌을 거야. 또한 그 아이는 신문 속의 억울한 일들을 보며 얼마나 비판하고 싶었던 일이 많았겠니? 하지만 너는 글 속에서 비판을 하고는 있지만, 비판을 왜 해야 하는지 너 자신 조차 모르고 있는 것 같았어. 그게 은비가 네 대신 상을 받은 이유였을 거야. 일층으로 가서 은비의 작품을 봐. 너도 깨닫는 게 있었으면 좋겠다.”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일층으로 달려가 은비의 작품을 보았다. 그러자 내 얼굴은 누군가 볼을 때린 것 같이 빨개졌다. 은비의 작품은 속이 시원할 정도로 어떤 일에 대해 비판하고 있었다. 여태껏 은비의 작품을 무시한 내가 너무 한심했다. 그리고 그 애에게 절대 하고 싶지 않은 말을 중얼거리고 말았다. ‘최은비 네가 이겼어. 하지만 다음에는 나도 신문을 읽고 너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고 말 거야.’라는 말을…….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1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모음집>중 동상 중등부 수상작 김은별 님의 ‘비판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가장 쉬운 길’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