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오랜 시간 뉴스와 채팅하세요

2016. 4. 18. 13:3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한운희연합뉴스 미디어 랩 기자의 글입니다.

 

20129월 쿼츠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없는 게 2가지였다. 하나는 그럴싸한 홈페이지, 또 다른 하나는 전용 모바일 앱이었다. 단순 기사 목록에 더 가까웠던 웹페이지는 2015년이 돼서야 비로소 홈페이지로서 최소한의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다. 모바일 앱은 그보다 한참 늦었는데, 올해 211일에 처음 선보였다. 그것마저도 iOS 전용이었다.

 

 

이용자와 채팅하는 쿼츠

 

설립 35개월 만에 내놓은 쿼츠의 모바일 앱은 공개되자마자 화제에 올랐다. 기존 뉴스 앱의 구태의연한 방식을 깨고 채팅이라는 의외의 형식으로 뉴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앱을 실행하면 접속한 시간대에 걸맞은 인사를 먼저 건네고 친절하며 재치 있는 문장으로 그날 봐야 할 뉴스를 선별해 전해준다. 뉴스 내용을 풍자하는 이모티콘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움직이는 GIF로 만든 짤방도 맥락에 어울리게 보여준다. 단순히 정해 놓은 차례에 따라 뉴스를 나열하지 않고 틈틈이 이용자의 선택을 요구하는 질문도 던진다. 더 보여줄 뉴스가 없을 땐, 퀴즈나 풀어보라며 이용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끊임없이 유도한다. 그마저도 없으면 여기까지야, 이따가 만나라고 말하며 메시지를 마무리한다. 이 정도면 이용자는 뉴스를 보는수준을 넘어서 마치 쿼츠 직원 누군가와 대화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1) 쿼츠의 뉴스 앱을 처음 실행하면 반가운 인사와 함께 사용 방법, 알람 안내 등을 해준다.

(2) 사진과 같은 이미지, 이모티콘을 제약 없이 사용하는 것이 쿼츠 앱의 매력이다. 정말 누군가가 메시지를 입력하고 있는 듯한 인터페이스(빨간색박스)는 이용자가 다음 기사를 기대하면서 기다릴 수 있게 한다.

(3) 일방적으로 기사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버튼을 눌러 선택할 수 있게 한다. (빨간색박스)

(4) 보여줄 콘텐츠가 없다면 다음에 볼 것을 기약한다. 자연스레 광고를 보여주는 것도 쿼츠 앱의 특징이다.

 

쿼츠의 첫 번째 뉴스 앱은 왜 채팅 형식을 빌려 왔을까?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쿼츠의 뉴스 전달 전략을 살펴봐야 한다. 쿼츠는 출발부터 철저하게 소셜 미디어를 통한 뉴스 유통에 집착해 왔다. 소셜 미디어 링크를 통해 들어오는 독자에게 양질의 콘텐츠 경험을 줘야 한다면서 정문(홈페이지 첫 화 면)’ 대신에 옆문(본문 페이지)’을 더 정성 들여 만들었다. 동시에 이메일 뉴스레터 서비스인 데일리브리프(Daily Brief)’에도 공을 들였다. 매일 아침 전 세계 [각주:1]18만 명에게 배달되는 이 뉴스레터는 쿼츠뿐만 아니라 타사의 주요 기사를 큐레이션해 요약한 형태로 전달한다. 바쁜 아침 시간에 빠르게 핵심을 파악할 수 있도록 사진이나 그래픽 이미지 등을 넣지 않고 텍스트로만 800단어 이내로 구성해 신뢰하는 조언자가 짧게 써서 보내준 메모와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각주:2] 자카리 슈어드 쿼츠 제품담당 부사장은 우리는 홈페이지 트래픽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우리의 기사가 독자의 메일함에서 살아남기를 원한다[각주:3]고 말하며 쿼츠의 뉴스 배포 전략의 초점이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 그룹의 개인들에게 맞춰져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개인화된 데이터 활용 고민 필요

 

데일리브리프를 채팅 형식으로 재해석한 것이 바로 쿼츠의 새로운 뉴스 앱이다. ‘데일리브리프팀이 앱을 그대로 담당한다.[각주:4] 채팅 형식의 앱을 사용하면 이메일보다 독자에게 더 잦은 빈도로 뉴스를 전달할 수 있어 쿼츠의 브랜드를 더 자주 노출할 수 있다. 대화 형식의 인터페이스는 뉴스를 고르기 위해 탐색하고 나중에 읽기 위해 저장하는 행위 등을 모두 제거한 채 오로지 뉴스 자체에만 집중하게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선별한 기사 하나하나가 각 독자에게 도달하는 비율을 높일 수 있다. 기사가 바뀔 때마다 더 읽을지를 선택하는 단계를 삽입해 독자가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기사를 소비할 수 있게 유도한다. 대화를 통해 차례로 제공하는 기사는 일련의 맥락을 지닌 채 독자에게 전달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디지털 공간에서 원자 수준으로 쪼개져 맥락 없이 소비되던 뉴스에 다시 맥락을 부여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쿼츠 앱이 갈 길은 멀다. 앱을 통해 내보내는 기사는 100% 사람이 선택한다. 현재 뉴욕, 런던, 베를린 등에 일하는 기자와 에디터 6명 가량이 콘텐츠를 담당하고 있다.[각주:5] 알고리즘이 담당하는 영역은 극히 좁다. 독자가 ‘A 혹은 B’ 형식의 간단한 질문에 답하면 각각 경우에 해당하는 다음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이 전부다. 이용자와 대화하는 가짓수를 늘리고 고차원적인 개인화를 이루려면 더욱 높은 성능의 알고리즘이 도입돼야 한다. 쿼츠 앱을 통해 입수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쿼츠 앱을 이용하는 독자가 하는 모든 행위 데이터(앱을 켜고 끄는 시각, 이용하는 위치, 기사를 소비하는 시간, 질문에 답하는 방식, 선호하는 콘텐츠, 광고에 반응하는 양식 등)를 수집해 다시 콘텐츠 제작과 배포 전략에 적용할 때 비로소 네이티브 앱의 가치가 돋보일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는 기존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에서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귀한 자원이다. 이미 많은 사용자층을 지닌 진짜 채팅 앱과 연계할 방법을 찾는 것도 쿼츠가 풀어야 할 숙제다. 독립 앱으로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미 촘촘한 대형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왓츠앱이나 위챗 같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 쿼츠 방식을 녹여낼 수 있다면 쿼츠의 중요 목표 중 하나인 글로벌 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다. 애덤 패식 쿼츠 브레이킹뉴스 에디터는 대화형 인터페이스는 슬랙, 페이스북 메신저, 구글 행아웃 등을 비롯한 그 어떤 메시징 플랫폼에도 적용될 수 있다[각주:6]면서 향후 쿼츠 앱의 응용 방향을 시사하기도 했다.


           


  1. 2016년 1월 19일 케빈 덜레이니, 제이 라우프 쿼츠 공동대표가 쿼츠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언급. [본문으로]
  2. 루시 큉(2015). 디지털 뉴스의 혁신(Innovators in Digital News). 한운희·나윤희 역. 서울: 한국언론진흥재단. 82p. [본문으로]
  3. Zachary M. Seward, ‘“Quartz is an API”: The path ahead for the business site that’s reshaping digital news’, Nieman Lab, 2015.5.14. [본문으로]
  4. Sean O'Kane, ‘Quartz’s new app wants to text you the news’, The Verge, 2016. 2. 11. (accessed 2016. 2) [본문으로]
  5. Politico Media Staff, ‘The 60-Second Interview: Quartz news app team’, Politico Media, 2016. 2. 12. [본문으로]
  6. Ibid.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