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되지 않을 권리, 엮이지 않을 권리

2016. 4. 26. 09:54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요약] 프랑스에서 연결되지 않을 권리라는 생소한 개념이 입법 예고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이와 함께 <직장인 62퍼센트, 스마트폰 상시연결로 더 불편해졌다! >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도 알려드립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

 

지난 2월 프랑스에서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라는 생소한 개념을 노동개혁법안에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하여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일부 프랑스 회사들은 퇴근 시간 이후 회사 이메일 접속을 차단했습니다. 일본 역시 퇴근 후 상사가 업무상 연락하는 것을 노동기준법 상으로 금지해놨고 위반한 경우 벌칙규정도 있습니다. 폭스바겐은 자체적으로 근로시간 종료 30분 후에는 회사 스마트폰의 이메일 기능을 아예 차단시켜 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무엇이고 해외에서 이 권리에 대해 왜 주목하고 있을까요?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근무시간 외 직상 상사로부터 온 업무 관련 전화, 메일, 메시지 등을 받지 않을 권리입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해 주목하는 첫 번째 이유는 근로자들의 업무 생산성 향상과 사생활 여가 보장입니다.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레슬리 펄로 교수의 실험 결과, 스마트기기를 사용하여 업무를 할 시 처음에는 업무성과가 좋지만 사용시간이 길어지고 사생활 영역까지 침범하면 오히려 성과가 줄어들고 부정적 효과가 나타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근로자의 건강 때문입니다. 영국의 데이비드 루이스 박사는 여러 상황에서의 스트레스 강도를 측정한 결과 휴일에 직장 상사로부터 메시지를 받는 것이 번지점프를 하거나 배우자와 싸우는 것 이상의 스트레스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프랑스 노동부 장관 엘 코므리는 이에 대해 업무와 사생활의 적절한 균형은 근로자의 업무 효율성을 훨씬 높인다.”라고 말했습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 한국의 직장인들은?

 

한국의 직장인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어느 정도로 연결돼 있고, 이들과 사적으로 얼마나 엮이며살고 있을까요?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는 직장인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 엮이지 않을 권리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조사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먼저, 직장인들의 근무시간 외 초과근무 실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평균적인 공식 근무시간 오전 9~오후 6시 외에 업무 및 그와 관련된 일을 어느 정도 하는지를 물었습니다. 그 결과,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2%에 그쳤습니다. 88%의 직장인들이 초과근무를 한다고 했으며 그 중에서도 가끔씩 한다를 선택한 응답자는 56.8%, ‘자주 한다는 비율은 21.9%였습니다. 초과근무를 일상적으로 한다고 답한 직장인은 9.2%였습니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초과근무를 가끔씩이라도 한다는 응답자 915명을 대상으로 근무시간 외 업무의 유형들을 제시하고 각각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를 추가적으로 조사했습니다. ‘퇴근시간 후 직장에서 하는 야근92.3%로 가장 보편적인 것으로 나타났고 출근시간보다 일찍 출근81.9%, ‘주말에 출근’ 70.7%, ‘직장이 아닌 장소에서 퇴근 후 업무66.7%, ‘직장이 아닌 장소에서 주말 업무’ 51.7% 순이었습니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스마트폰의 항상 연결기능에 대한 인식은 어떠할까요? 전체 응답자 중 62.3%가 스마트폰의 항상 연결로 인해 불편이 증가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들에게 불편하다고 생각하는데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서비스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4개의 보기 가운데 모바일메신저(카카오톡, 라인 등)를 꼽은 응답자가 절반이 넘는 57.6%로 나타났고 그 다음은 23.1%가 선택한 SNS(페이스북, 밴드, 인스타그램 등), 17.3%의 전화/문자, 2%의 이메일 순이었습니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설문조사의 핵심인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조사 결과는 어땠을까요? ‘연결되지 않을 권리의 인지도 조사 결과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4.2%에 그쳤습니다. 24.5%들어본 적이 있고 내용도 조금 알고 있다고 답했고 38%들어본 적도 없고 내용도 전혀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인정 혹은 존중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대다수인 86.6%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자 13.4% 전혀 동의 안함을 택한 사람은 불과 1.5%에 불과했습니다. 이를 통해 직장인 대부분이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국내 도입하고 회사내규 등 명문화 해야한다는 의견에 찬성한 비율은 85%로 권리 존중에 동의하는 비율과 유사했습니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한편, 업무상 관련된 직장동료, 거래처 관계자 등과 사적으로 엮이지 않을 권리를 인정 내지 존중해야 한다는데 대해 동의 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앞서 살펴 본 연결되지 않을 권리와 유사하게 84.9%의 응답자들이 동의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정리하자면, 우리나라의 직장인들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와 업무상 관련된 사람과 사적으로 엮이지’ 않을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만큼 연결되지 않을 권리와 엮이지 않을 권리가 존중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참고기사]

MBC NEWS, [엠빅뉴스퇴근 후직장 상사 전화?받지마”, 2016.03.28

JTBC, [팩트체크퇴근 후 카톡지시’, 시간 외 근무일까?, 2016.03.30

한국언론진흥재단신문과 방송 4월호 Media Issue, 20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