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쉬운 독서법 ‘공부하지 말고 즐기기’

2011. 9. 8. 09:46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일찍이 ‘르네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지난 몇 세기에 걸쳐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책을 읽는 여러 가지 장점 중에서 '언제 어디서든 동서고금의 인물들과 단 둘이 책을 통해 대화할 수 있음'을 말한 것입니다. 저자가 죽었거나 살았거나, 혹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더라도 책을 펴기만 하면 그와 만날 수 있다는 건 참 놀라운 일입니다.

게다가 내가 만나고자 하는 저자가 백과사전에 등재될 만큼 위대한 인물이거나, 직접 만났을 때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이라면 책으로 만나는 놀라움은 한층 더할 것입니다. 책을 두고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 부르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일 겁니다. 


독서, 숭배하지 말고 놀이하듯 마음껏 즐겨라!

책이 좋은 줄은 누구나 다 압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좀처럼 손도 대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책이 좋은 줄 알면서 왜 읽지 않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시간이 없어서', 혹은 '책을 살 여유가 없어서' 라고 답합니다. 


세상에는 독서 말고도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넘치기에 '시간이 없어서' 읽지 못한다면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물어보면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정작 읽고는 싶지만 무엇을 읽어야 할지, 그리고 과연 읽어서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들기 때문에 선뜻 책을 집어 들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책은 더 이상 학문이나 교양을 위한 교과서가 아니라 '대화수단, 놀이수단' 입니다. 최근 들어 소위 뜬다 하는 인기드라마와 영화는 대부분 '책'을 원작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영화와 드라마는 뒤질세라 빼놓지 않고 즐겨보면서 왜 원작인 '책'은 즐겨 읽지 않을까요?

바로 책의 문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아니,
독자들 스스로가 문턱이 높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책 쓰기가 대단한 일이었을지 모르나 지금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작가가 아닌 중•고교 학생이 소설을 써서 책을 내고, 요리전문가가 아닌 일반 주부가 요리책을 내는 세상이 오늘날입니다. 

한편 아무나 글을 쓸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해보면, 아무나 책을 읽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의 출판시장은 다양한 장르와 난이도의 책들이 수만 권씩 쏟아지는,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한 시장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비지니스맨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독서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에 대해 독자들의 수준을 탓하기에 앞서, 평소에도 쉽게 책을 대하는 ‘독서습관’을 갖추도록 교육하지 않은 공교육에 책임을 묻고 싶습니다.

또한 '어려워야 좋은 책이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에도 큰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책 읽기의 위대함을 말하기에 앞서 '책은 더할 나위 없이 이용하기 쉽고 즐거운 물건'이라는 것을 먼저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독서를 통해 인생을 개척할 수 있고, 성공을 이룰 수 있고,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즉 '180도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독자가 '큰 맘' 먹고 공부하듯 읽어야 하는 것이 독서라고 오해합니다. 


독서는 절대로 공부도 아니고,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재미있고 즐거운 놀이가 독서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독서는 놀이입니다. 그것도 가장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놀이입니다. 추운 겨울 가장 편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따끈따끈한 군고구마를 먹으면서도 신나는 세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이 독서입니다. 우리는 책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 세상의 이면은 물론 멀리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까지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왕 독서를 할 것이라면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며 고전을 꺼내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책에는 '좋은 책'이라는 게 따로 없습니다. 독자인 여러분이 읽어서 좋았다면, 수준을 막론하고 그 책이 내게는 '좋은 책'입니다. 

그리고 마치 영화광이 드라마 폐인이 되어 '고수'가 되었을 때 최고의 영화와 드라마를 고를 수 있듯이, 오랫동안 책을 즐기듯 읽다 보면 어느새 내게 맞고 어울리는 책, 즉 나만을 위한 좋은 책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한마디로 독서에 대한 모든 고민은 아무 책이든 놀이하듯 즐겨 읽기만 한다면 시간이 자동으로 해결해 줄 겁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원숭이?!

<나루케 마코토>라는 열혈독서가는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라는 책에서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원숭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발칙하기 이를 데 없다 싶지만 그의 설명을 듣자니 일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좀 심한 말이지만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원숭이’와 다를 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사람은 책을 통해 쌓은 지식이 없고, 상상력이 빈곤한데다, 자기만의 철학이나 주장도 있을 리 없으므로 그저 남의 생각을 마치 자기 생각인양 앵무새처럼 반복하거나 남의 행동을 따라 하기 바쁜 것이다.” 

원숭이가 조련사가 시키는 대로 재주를 피우는 것처럼, 남이 알아낸 기술에만 의존하는 한 우리에게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일으킬 힘은 결코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잘 말해주는 메시지입니다. 사람이 변하려면 깨달음이 있어야 하고 깨달음의 원천은 배움, 바로 독서인 것입니다. 

제가 책을 즐겨 읽는다고 하면 사람들의 질문은 한결 같습니다. ‘지금까지 몇 권을 읽었는가? 한 권을 몇 시간에 읽는가? 집에 책을 얼마나 많이 소장하고 있는가?’ 좀처럼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독서행위’ 자체를 대단한 일로 여깁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책을 읽는 사람은 부족함을 아는 사람이거나 궁금한 것이 있는 사람입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궁금한 것이 없을 만큼 이미 많이 아는 사람’이거나 ‘많이 아는 체 하는 사람’이란 말이 되겠죠. ‘궁금증을 풀 것인가 말 것인가?’ 책을 읽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은 바로 이 작은 차이로 나눠집니다.   

제가 책을 즐겨 읽는 것도 스스로 부족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독서는 부족함을 아는 사람들이 합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책을 읽으면 가득 채워져야 할텐데, 읽으면 읽을수록 부족함이 커진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채우는 양이 늘어남과 동시에 지식과 지혜를 담는 그릇(두뇌) 역시 커지는 때문일 겁니다. ‘배울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옛말의 의미가 이것인가 봅니다. 

책은 우리에게 ‘무지(無知)에서 미지(未知)의 상태로 만들어주는 도구’입니다. 즉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세상을 아직은 모르는 세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책이라면, 한 권을 읽을 때 마다 우리는 ‘새로운 세상’을 하나씩 열어가는 것입니다. 

“성공한 리더(laeder)는 리더(reader)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껏 독서를 하면서 성공한 사람들과 독서가의 연관성을 살펴본 결과, '독서'를 즐기다 보니 남들보다 '넓은 식견'을 갖게 되었고, 자연히 성공할 확률도 높아지더군요. 

한편 일본의 대표적인 다독가 <마쓰오카 세이고>는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면 테러리스트가 되어도 좋다’라고 말했습니다. 극단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부연 설명을 들어보면 다독가가 아니고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생각에 또 한 번 쾌재를 부르며 공감하게 됩니다. 

“책을 열심히 읽고 자기 인생을 능동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 그 아이가 꼭 정치가나 의사와 같은 화려한 직업을 갖지 않아도 괜찮다. 좀 극단적으로 말해 테러리스트가 되면 어떠랴. 체 게바라처럼 낭만과 사상을 가진 테러리스트라면 그것도 근사한 일 아닌가.(모든 혁명은 테러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책을 어떻게 읽을까?

1. 책을 읽을 때 ‘읽는 이유’를 가져라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무조건 책은 좋은 것이다’라고 배웁니다. 하지만 책을 잘 읽기 위해서는 ‘내가 왜 이 책을 읽는지’에 대해 뚜렷한 동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게 없으면 독서는 의무가 되거나 베스트셀러 같은 유행에 쉽게 휘둘리게 됩니다. 더 중요하게는 자기 안에 동기가 마련되지 않은 독서는 다 읽고 나서도 남는 게 없습니다. 어떤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왜 이 책을 읽는지’에 대해 세 개 이상의 이유를 먼저 떠올려보기를 권합니다."』 - 장정일,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중

유명 작가나 문인,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대학에서 추천하는 책이라고 해서 모두 읽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책을 읽든지 '시간 때우기용'으로 닥치는 대로 읽는 것은 곤란합니다.

이유 없는 독서는 시간낭비에 불과합니다. 대상이 만화책이든 잡지이든, 독서를 할 때는 ‘무언가 얻고 싶은 욕구’가 선행되어야 할 겁니다. 다시 말해 일식 요리사가 되고 싶은 학생이 '미스터 초밥왕'이라는 만화책을 읽는다면 이보다 더 좋은 책은 없을 겁니다.

‘궁즉통(窮則通)’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궁하니까 통하더라, 즉 문은 저절로 열리지 것이 아니라, 두드리니 열리더라는 뜻입니다. 독서 역시 '얻고자 하는 절실한 마음'이 선행될 때 더 큰 유익함을 얻게 됩니다. 


2. 읽었으면 실행하라. 독서의 완성은 실천이다.

"읽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지만, 단지 읽기만 할 뿐 실행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책 읽기는 '시간낭비'일 뿐이다." - 일본 대기업 교세라 그룹 회장 ‘이나모리 가즈오’

<히말라야 도서관>이란 책은 한 청년이 만들어내는 작은 기적을 이야기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에서 승승장구하며 세계를 누리던 청년 ‘존 우드’는 휴가차 들른 네팔의 어느 숙소에서 만난 현지 교육가를 통해, 아이들의 열악한 교육 실태를 직접 목격한 후 큰 충격을 받습니다.

직장으로 돌아왔지만 과중한 업무와 치열한 생존 경쟁은 자신의 인생에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깨닫습니다. ‘네팔의 어린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 할 일이 있다‘고 깨달은 존 우드에게 잘나가는 IT회사는 이제 남의 일이 되어버린 겁니다. 

그는 네팔 아이들에게 '책을 가지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부모님과 함께 네팔에 보낼 책과 성금을 모금하기 시작했습니다. ‘룸투리드(Room to Read)’ 사업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우리가 물질적인 부자인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정한 문제는 그것으로 무엇을 할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젊은 나이에 성공했다. 어떤 경우는 운이 좋아서였다. 하지만, 내가 물질적으로 부유해졌다는 것이 훌륭한 사람이 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진정한 문제는 그걸로 무엇을 하는가이다." -존 우드

최고의 직장에서 최고의 대우를 받던 그는 자신을 아껴온 상사의 믿음을 저버리고, 사랑하는 여인의 반대와 부모님의 염려를 뒤로 한 채 무보수의 사회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적당한 도서관조차 없는 네팔의 500명 아이들이 보여줬던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더욱 많이 베풀면서 살겠다’는 과거부터의 결심을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을 한 겁니다.

‘세상은 교육받은 아이들에게서 시작한다’는 신념 하나로 활동하는 저자 존 우드, 그리고 그를 후원하고 응원하는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지는 이 책은 제아무리 각박하고 혼란스러운 사회라 할지라도, 가슴을 울리는 진실한 메시지는 우리를 기꺼이 함께 나누는 ‘나눔의 마음’으로 돌아서게 만듭니다.

존 우드의 ‘Room to Read’ 사업은 10년이 채 되지 않아 개발도상국가에 150만 권의 책을 기증했고, 3,000개의 도서관을 건립했으며, 200개의 학교를 지었다고 한다. 천만 명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는 그날까지 오늘도 이 놀라운 기록은 계속해서 깨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식에 경험이 더해졌을 때 비로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지혜가 됩니다. 정보사회에 이르고 지식편중시대가 도래하면서, ‘알고만 있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이는 커다란 오해입니다. '알고 있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그 차이를 메워주는 것이 바로 ‘현장에서 쌓은 경험’입니다. 독서를 통해 배우고 익혔으면 실천해야 합니다. 머리와 가슴으로 느낀 감동 역시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고 발전시킬 때 독서행위는 완성됩니다. 

네덜란드의 신학자인 ‘토마스 아 켐피스’는 “심판의 날에 우리는 무엇을 읽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독서는 한 곳에 앉아 두 눈을 굴려 종이 위의 활자를 읽어 내려가는 단순한 행동이 아닙니다. 활자가 그려낸 글을 눈으로 읽고, 마음과 머리에 새겨 오늘보다 나은 인생을 살기 위한 밑거름으로 마련하기 위한 행위가 독서입니다. 

아는 만큼 보이듯, 아는 만큼 행복하고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달랑 세 권을 읽고 독서 후 삶에 변화가 없다고 말하지 마세요. 몇 권을 읽었는지 셀 수조차 없을 만큼 책 읽기를 습관으로 만든다면, 읽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행복한 생각을 하며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3. 책을 읽는 시간은 따로 없다. 틈나는 대로 읽자.

1974년,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TV 송신탑이 과격파에 의해 파괴되면서 130만 대나 되는 텔레비전이 약 1년 간 먹통이 되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만약 오늘날 서울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생각해 보세요. 상상하기도 끔찍할 겁니다. 하지만 극도로 혼란스러웠을 이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방 사람들은 TV가 있을 때보다 더 큰 안정을 찾게 되었습니다. 

TV시청 대신 독서를 많이 하게 되었고, 어린이들은 바깥놀이를 즐기게 되어 더욱 건강해졌으며, 마을 사람들의 대화가 늘면서 서로 더욱 친밀해졌다고 합니다. 

책 읽을 시간이 생기기만 기다린다면 평생 한 권도 못 읽을지 모릅니다. 책 읽을 시간이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니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지 마세요. 굳이 송신탑을 파괴하지 않더라도, ‘거실을 서재로’ 같은 캠페인을 벌이지 않더라도, TV를 잠시 끄세요. 

그렇다고 아예 TV를 보지 말자는 것은 아닙니다. 습관적으로 TV를 켜놓고 멍하니 쳐다보며 시간을 낭비하지는 말자는 뜻입니다. 여러분이 이제껏 편한 자세로 TV를 봤다면, 앞으로는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가장 편한 자세로 읽어 보세요. 그 시간은 온전히 여러분의 시간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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