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과 신뢰성 확보가 우선이다

2016. 6. 23. 10:00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장선화 서울경제신문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Ph.D)



1인 미디어 시대다. 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주체가 특정 언론 혹은 기업에서 개인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사례가 백만장자가 된 꼬마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 유튜브에 장난감을 갖고 노는 5살짜리 아이가 1년에 1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훌얀과 마야라는 필리핀 이민자 출신의 남매가 등장하는 유튜브 채널의 가입자 수는 47만건이며, 최대 2,200만건이 조회(20159월 기준) 되는 등 두 꼬마가 장난감을 갖고 천진하게 노는 모습이 지구촌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완구계의 새로운 마케터로 등장한 것이다. 같은 시기에 국내 지상파 모 방송국의 유튜브 공식채널의 가입자 수는 47,000건이다. 두 꼬마의 유튜브 채널과 가입자 수로만 비교해 보면 10배의 차이가 난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카메라 앞에서 밥만 먹는 먹방으로 직장인 연봉을 우습게 뛰어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BJ(Broadcasting Jockey)사인회에 유료티켓이 하루에 매진되는 등 매체의 영향력은 개인으로 그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기술로 등장한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춰 등장한 또 다른 미디어로 팟캐스트가 있다. 개인은 물론 언론사, 정당, 기업까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제작, 방송을 할 수 있는 인터넷 방송매체다. 팟캐스트는 애플사의 MP3플레이어인 iPod와 방송을 의미하는 Broadcasting의 합성어로 제공자가 미디어 파일을 인터넷에 올리고, 시청자가 이를 구독 혹은 시청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이미 2001년부터 적용이 되었다.

국내의 경우 팟캐스트의 포털이라고 할 수 있는 팟빵(www.podbang.com)에는 8,000개 이상(2016617일 현재)의 방송이 운영되고 있다.


주제도 다양하다. 인문학, 역사, 주식거래, 경제, 종교, 정치 등 다양한 장르의 방송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되어 시청자들이 동영상 혹은 음원형식으로 수신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팟캐스트로는 20114월부터 시작한 나는꼼수다(나꼼수)’가 있다. 정치색이 뚜렷했던 이 팟캐스트는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한때 아이튠즈 팟캐스트 인기 에피소드 1위를 차지하면서 2011111일 뉴욕타임즈 해외판인 인터네셔널 헤럴드 트리뷴에 소개되기도 했다.


나꼼수의 등장과 퇴장으로 국내에는 팟캐스트 전성기를 이루게 되었다. 개인적인 팟캐스트로는 지대넓얕(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대표적이며, 종교계의 대표주자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이 있다.


국내 팟캐스트의 장르 중 가장 뜨거운 분야는 정치다. SBS 등 주류 방송사는 물론, JTBC, 오마이뉴스 등 기존의 매체를 보유하고 있는 방송 및 언론사에서도 팟캐스트에 열정을 보이고 있다. 팟캐스트만으로 시사적인 방송을 하는 곳도 꽤 있다. ‘김용민의 브리핑’, ‘정봉주의 전국구’,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의등이다.


팟캐스트가 새로운 미디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는 전통적인 매체인 뉴스에 대한 시민들이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거나 불신이 깊을 수 있다는 반증이다.


언제 어디서나 내려받아서 이용할 수 있다는 편리한 점도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매력 중 하나다. 스마트폰 앱으로 출퇴근 길에 최신 트렌드는 물론 기존 매체의 보도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지식이나 교양 혹은 경제나 재테크와 관련된 전문가의 자세한 설명을 언제 어디서든지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최근 한 케이블 채널에서 사회탐구 부문의 학원 강사인 최모씨가 미술사 강의를 한 프로그램이 논란이 됐다. 먼저 전문성이 부족한데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채 특정 작품에 대한 작가를 잘못 알고 그림을 호방하게 설명한 게 탈이었다.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에는 늘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사실 확인의 부재, 거침없는 언어사용, 객관성 논란, 전문성에 대한 검증 부족 등이다. 그러나 뉴미디어가 안고 있는 부작용을 지적하기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전통적인 미디어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그 원인이라는 것. 미디어의 역사에서 뉴미디어는 언제나 비판의 대상이었다. 책이 그랬고, 신문이 그랬고, 방송도 그랬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자정의 과정을 거쳐 공신력과 신뢰성을 확보해 왔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비롯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널리 읽어야 할 고전들이 가톨릭교회의 금서로 지정된 것을 비롯해 TV는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다는 바보통이라는 멍에를 지고 있었던 시절이 얼마 전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전통적인 매체들이 뉴미디어에 주도권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며 기득권을 붙들고 있다고 능사는 아니다. 시민들의 높아지고 있는 미디어에 대한 수준에 걸맞는 보도와 방송을 하는 것이 국민의 미디어로 꾸준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지름길이다.




[참고자료]

서울경제아카데미, 5살 어린이가 100만 달러를 버는 비결, 리더스인사이트, 2016.4.1

헤럴드경제, 내일은 슈퍼리치!⑬장난감 기차와 컵케이크로 백만장자된 꼬마들의 TV혁명, 2015.5.1.

스마트K, tvN미술강의로 본 인문학 열풍의 그늘, 2016.6.16.

위키피디아, 나는 꼼수다